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비정규직 9000명 시대지난해 정규직 인원 8% 줄이고, 비정규직 인력 16% 증가이익은 사상 최대·정규직은 사상 최소…은행권 ‘외주 공화국’의 민낯콜센터 등 비정규직 인력 파업·인건비 파장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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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이 이르면 8월 국회 문턱을 넘을 전망이다. 법이 시행되면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이 확대되고 원청의 사용자 책임이 강화된다.매년 수십조 원의 이자 이익을 챙기면서도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려온 은행권은 '풍전등화' 위기에 놓였다. 노사 충돌이 예상되면서 '외주 공화국'의 민낯이 여론과 정치권의 조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자 장사로 수십조 번 은행… 비정규직만 16% 늘렸다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거둔 이자이익은 총 38조 9349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체 영업이익(20조 5483억원)의 2배, 당기순이익(13조 7898억원)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이들 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자이익 역시 21조 3374억원으로, 당기순이익(10조 3254억원)의 2배를 웃돈다. 주택담보 대출과 같은 안정적인 이자 장사에 의존하는 천수답 경영이 여전한 셈이다.하지만 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숫자는 줄었고, 비정규직·외주 인력은 매년 늘었다. 이 같은 '정규직 인건비 절감 → 외주 확대 → 사상 최대 이익' 구조는 공적 기능을 요구받는 은행권에서 사회적 논란과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2024년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비정규직 인원은 7000명에서 8132명으로 16.2% 늘었다. 특히 고객 응대의 최전선인 콜센터 인력은 5200명 수준으로, 대다수가 외주 용역 형태다. 지난해 비정규직 인원이 늘어난 비율을 고려했을 때 올해 비정규직 인원은 9000명에 육박할 전망이다.반면, 정규직 인원은 6만 4486명으로, 2019년 말(7만 463명) 대비 8.5% 줄었다. 김현정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정기 공채 규모는 1197명으로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다른 업권과 비교하면 은행권의 비정규직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5대 은행은 여론과 정치권의 감시·관심이 집중되는 대표적 공적 금융기관이어서,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비정규직 문제가 더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
- ▲ 국민은행 콜센터 상담사들 규탄 현장 ⓒ연합
◆ 노란봉투법, '원청 책임'의 게임 체인저 … 파업·인건비 파장 불가피은행 비정규직 문제는 노란봉투법 없이도 이미 정치권의 개입과 사회적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대부분 외주화로 운영되는 콜센터 근로자들은 주기적인 고용불안을 겪어왔다. 원청인 은행이 1~2년 간격으로 입찰을 진행해 위탁업체가 바뀌면,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다.국민은행은 지난 2023년 콜센터 위탁업체 변경을 이유로 240명의 상담원 계약을 해지했다. 2024년에는 콜센터 용역업체가 고용승계 과정에서 육아휴직자와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다. 당시 노동계와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면서 콜센터 상담원 240명과 육아휴직자의 고용승계가 이뤄졌다.하나은행 역시 콜센터 상담원의 휴게시간 확대와 일부 수당 인상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역시 외주 계약 구조를 유지한 채 부분적인 복지 개선에 그쳤다는 비판이 많았다. 상담원들은 "휴식 시간이 늘어도 고용 불안은 그대로"라며 근본 대책을 요구했지만, 원청은 비용과 노사관계 부담을 이유로 직접고용에 부정적이었다.노란봉투법 시행 후에는 이런 '책임 회피의 벽'이 허물어진다. 콜센터 노동자는 원청 은행과 직접 교섭할 수 있고, 쟁의행위 시 손배·가압류 위험이 사라진다.때문에 법 시행 직후 단체교섭권을 확보한 비정규직 노조들이 임금 인상·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콜센터 파업은 은행의 고객 응대·민원 처리에 직접 타격을 주고, 온라인·모바일 상담 대체에도 한계가 있다.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은 단순한 노동법 개정이 아니라, 은행권이 그동안 '값싼 외주 노동'에 의존해온 구조적 문제를 폭로하는 거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감 장식할 은행권의 민낯 … 값싼 노동 구조 종말오나올해 국감에서는 은행권 고금리 대출·저금리 예금 구조와 함께 비정규직 확대 문제가 병행 지적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노란봉투법 시행 후 금융권의 갈등이 표면화되면 정무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집중 질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올해 정무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고금리·사상 최대 이익과 비정규직 확대의 모순 ▲콜센터 감정노동 보호 미흡 문제 ▲노란봉투법 시행 대비 여부 ▲외주 업체 의존 구조 개선 계획 등 은행권에 대한 여야의 날 선 질의가 예상된다. 노란봉투법 시행 직후 파업이 발생하면 금융감독원·고용노동부 모두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하는 복합 국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5대 은행은 2019년 이후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이 전략은 법 시행과 함께 브랜드 신뢰도 하락·노사관계 경색·소비자 서비스 저하라는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전문가들도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은행들이 비정규직 확대를 통해 절감해 온 인건비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번 파장이 단순한 '노동법 이슈'가 아니라 은행권의 경영 철학과 사회적 신뢰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금융권 한 노무사는 "법이 시행되면 5대 은행 콜센터와 비정규직 인력에서 대규모 단체교섭 요구와 파업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의 기존 인건비 절감 전략이 정면으로 도전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