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우려에도 강행 의지 분명히 해1년 내내 파업·노사협상 반복될 우려해외서도 한걱정… 韓 탈출 이어질수도
  • 이재명 정부가 노조법 2·3조(노란봉투법)을 국정과제로 앞세운다. 재계와 기업들의 깊은 우려에도 일단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노란봉투법은 5대 국정과제 중 4번째 '기본이 튼튼한 사회'에 포함됐다. 여기에는 5인 미만 사업장 등 노동관계법 단계적 적용 확대, 노조법 2·3조 개정, 임금체불 근절,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명문화 등 일터 기본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청과 하청 근로자 간 교섭을 가능하게 하고, 파업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노조가 불법행위를 하더라도 사실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어,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로 큰 혼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경제단체들은 국회에 심의를 중단하고 법안이 가져올 현장의 혼란에 대해 생각해달라 읍소를 이어왔다.

    재계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는 경우 불법 파업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 장치마저 사라져 기업의 경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조선, 자동차, 철강 등 미국과의 통상 협력 분야로 떠오른 업종의 막대한 피해를 우려하는 시각이 크다.

    일례로 한국 조선 산업은 간절히 자국 내에서 조선 산업 재건을 원하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다른 나라에는 없는 한국만의 지렛대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해군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영향이다.

    자동차와 철강업계도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철강업계의 경우 지난 2022년 6월과 12월의 화물연대 파업으로 2조6500억원의 피해를 입었으며, 현대차·기아도 지난해 현대트랜시스의 장기 파업으로 1조원에 달하는 생산 손실을 입은 바 있다. 하반기 관세 영향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노란봉투법이 기업의 경쟁력 약화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분위기가 개별 산업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한국 경제 전반의 성장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조선·자동차·철강 등 3대 업종이 한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8%에 달한다. 이들 업종에서 생산 차질과 관세 부담이 동시에 확대될 경우 연간 수출이 2~3% 감소하고 GDP 성장률이 0.3~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
  • ▲ 2022년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에서 열린 파업 현장ⓒ뉴데일리DB
    ▲ 2022년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에서 열린 파업 현장ⓒ뉴데일리DB
    ◇ 해외에서도 노란봉투법 우려… 기업 탈출 이어지나

    노란봉투법은 국내 기업 뿐 아니라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까지 우려하는 사안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따라 우리 대기업들이 대거 미국을 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외국 기업들까지 한국에 대한 신규 투자는커녕 기왕의 사업장 마저 떠날 경우 대한민국은 신규 투자가 멈추는 불모지 상황으로 변할 수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은 지난달 긴급 성명을 내고 "한국의 경영 환경과 투자 매력도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직격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유연한 노동 환경은 한국이 아태 비즈니스 허브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 핵심 요소"라며 "특히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한국이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무대인데, 이런 시점에 노란봉투법이 어떤 시그널을 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현 정부를 질타했다.

    노란봉투법에는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은 경영진에 대한 법적 책임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우리 기업들은 물론,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 역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앞서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도 입장문을 통해 "한국에 투자한 해외 기업들은 노동 규제로 인한 법적 리스크에 민감하다"며 "교섭 상대 노조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교섭 거부로 형사처벌 위험에 직면할 경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자동차 기업 GM의 한국 법인 한국GM은 노란봉투법 개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GM의 1차 협력사는 276곳, 70% 이상 의존하는 업체는 135곳에 달한다. 2·3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3000곳에 이른다. 이들 노조가 노란봉투법을 근거로 한국GM에 개별 교섭을 요구하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국내 제조업이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업종별로 다단계 협업체계로 구성돼있는 상황에서 원청 기업들을 상대로 끊임없는 쟁의행위가 발생해 원·하청간 산업생태계가 붕괴될 것이 자명하다"며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면 그로 인한 피해는 일자리를 위협받는 중소·영세업체 근로자들과 미래 세대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