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9월 '빅컷'론 불붙었다 … 한은 8월 선제 금리인하 촉각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고 고용 지표까지 부진을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최고조로 치솟았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 필요성까지 공개 거론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이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7월 CPI가 전년동월대비 2.7% 상승했다고 밝혔다. 7월 CPI는 전월보다는 0.2% 상승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시장의 전망치(2.8%)를 하회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동월대비 3.1% 상승하면서 시장예상치 3.0%를 웃돌았다.

혼조된 지표에도 불구하고 CPI가 예상치에 부합하거나 낮게 나오면서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최근 미국 고용 지표도 예상보다 크게 악화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연준은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연 4.25~4.50%로 유지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렸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이어진 5회 연속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고용과 물가 지표가 모두 부진하게 나오면서 연준이 더 이상 금리 동결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CPI 발표 직후 연준이 9월 FOMC에서 금리를 0.25% 인하할 가능성을 기존 85.9%에서 93.9%로 높였다. 이어 10월과 12월 추가 인하 기대도 확대됐다.

일각에서 제기해온 '빅컷'론도 힘을 받는 모양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진짜 이슈는 9월에 50bp 금리 인하가 이뤄져야 하느냐는 것"이라며 "연준이 6월과 7월에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수정된 고용지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 지난 7월 30일 이후 발표된 수정 통계에서 5월과 6월의 고용 증가율이 기존 발표보다 낮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역대 최대 수준인 한미금리차(2.0%포인트)에 부담을 느껴온 한은도 정책 운신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 수준으로 발표되면서 달러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CPI 안도감을 반영해 5.3원 내린 1384.6원에 하락 출발했다. 

수출과 내수 흐름을 감안하면 금리 인하 필요성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였지만, 하반기 전망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상호관세 영향이 본격화되고, 관세 유예 기간 동안 집중됐던 선수요 효과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경제 부진이 다소 완화될 전망이지만 여전히 건설 부진 장기화 및 관세 리스크가 공존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6·27 대책 이후 5주 연속 둔화했던 서울 집값 상승 폭이 최근 다시 확대된 점은 한은이 금리를 내리는 데 부담 요인으로 작용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상승 폭(0.12%→0.14%)이 확대되며 6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의 빅컷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확대됐다"며 "다만 최근 서울 집값 상승 폭이 다시 커지고 한은이 금리를 10월에 내릴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