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인텔 컨소시엄 통해 추가 투자 가능성美 팹리스·장비사 외 TSMC·삼성도 압박 분위기지분 뺏기는 것보단 낫지만… 기술 유출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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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텔 본사 전경 ⓒ인텔
미국 정부가 인텔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내 추가 투자를 압박하고 있는 미 정부가 인텔 투자 컨소시엄에 참여를 압박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다.반도체업계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칩스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을 받기 위해 지분을 내놔야 하는 상황보단 경쟁관계였던 인텔의 지분 투자에 참여하는 편이 낫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인텔 최대주주로 올라선 美 정부 … 삼성·SK에 '추가 투자' 압박 촉각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칩스법에 따라 인텔에 지급하기로 한 금액 일부를 지분 매입에 투입해 인텔 지분 9.9%를 확보하면서 잇따르는 추가 투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제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미국 정부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인텔의 지분 9.9%를 인수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인텔에 약속한 보조금 중 일부인 89억 달러(약 12조 3000억 원)가 이번 지분 인수에 사용됐다. 이에 앞서 인텔에 지급된 보조금 22억 달러(약 3조 원)를 포함해 미국 정부는 인텔에 총 111억 달러(약 15조 3000억 원) 를 쏟아부은 셈이다.이처럼 미국 정부가 자국 민간 기업 지분을 확보해 최대 주주에 올라선 일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전 세계 시장 곳곳에선 "트럼프식 자본주의의 실수"라고 비판하며 "자유시장 미국이 중국화돼선 안된다"는 논평을 쏟아냈다.하지만 반도체를 국가 전략 물자로 일찌감치 점 찍은 트럼프 정부의 이례적 행보는 앞으로 더 강력한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인텔 지분 매입 거래를 마친 이후 백악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 일정 발표 행사에서 해당 건을 소개하며 "우리는 이와 같은 거래를 많이 하며 앞으로 그런 거래를 더 할 것"이라고 말해 주목받았다.이에 따라 앞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언급했던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에 인텔에서처럼 해당 기업의 지분을 요구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됐지만 자국 기업인 인텔과 달리 외국 기업들에 이 같은 요구를 강제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대신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내에 추가 투자를 약속한 기업에는 미국 정부가 지분을 요구할 계획이 없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오면서 보조금과 지분을 맞바꾸기 보다는 삼성과 SK 등 한국 기업들에 추가 투자를 압박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
-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신공장 건설 현장 모습 ⓒ삼성전자
◇ 추가 증설 대신 인텔 지분 투자 제안 가능성 … 인텔 컨소시엄 참여하나다만 추가 투자 방식을 두고는 추측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과 SK가 이미 미국 내에 각각 370억 달러, 38억 7000만 달러 신규 공장 및 설비 투자를 공식화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신공장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투자금 증액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반면 추가 설비 투자 없이 미국 측이 요구하는 미국 반도체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다른 형식의 투자가 될 지 미지수다.일각에선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더불어 TSMC 등 글로벌 톱티어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에게 단순 추가 설비 투자가 아니라 후속 투자가 필요한 인텔에 지분 투자를 제안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인텔을 살리기 위해 미국 정부나 단순 투자사들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것 뿐만 아니라 업계 경쟁사들의 도움까지도 이끌어내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이미 미국에선 사실상 사업 포기를 외친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를 컨소시엄 방식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빌미로 지분 9.9%를 확보해 선봉에 섰지만 이후 펀딩에 참여할 곳들을 확보해 컨소시엄 형태로 인텔의 회생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것만이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전문가들은 이 컨소시엄에 삼성과 SK가 참여하는 방안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성있고 유력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삼성과 SK 같은 반도체 제조사들 외에도 인텔 파운드리의 직접 고객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메타, 아마존 등 미국 팹리스들이 컨소시엄의 주축이 되고 여기에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들까지 가세해 핵심 세력을 이룰 것으로 본다. 해외 기업 중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이 일부 참여하게 되는 구조다.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와 관련한 의견을 제시하며 "미국 정부 입장에선 일단 인텔이 살아야 미국의 안보적 가치가 보존될 수 있고, 미국이 반도체는 물론이고 AI 글로벌 공급망에서도 우위를 지킬 수 있으며 정부가 쏟아부은 자본을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컨소시엄 형태 밖에는 솔루션이 없다는 것을 근거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이어 "(컨소시엄의) 최적 지분은 미국 정부 10%, 미 빅테크 팹리스 31%, 장비사 14%, EDA(Electronic Design Automation)사 6%, 외국계 회사 39% 정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국내 반도체업계에서도 차라리 인텔 투자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안이 보조금 대가로 지분을 미국 정부에 지급하거나 막대한 자금 투입이 이어질 수 밖에 없는 팹(Fab) 추가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인텔 투자에 참여한 대가로 미국 기업들로부터 일정 수준의 매출을 끌어올 기회도 얻을 수 있다.다만 인텔에 단순한 지분 투자가 아니라 삼성, SK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 설비 노하우를 공유하는 수준까지 협력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고 트럼프 정부가 추가적으로 이례적 요구에 나설 리스크도 여전해 삼성과 SK의 셈법이 복잡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