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4나노 수율 안정·2나노 고객 확대에 수주 회복세 에이디테크·세미파이브·가온칩스 등 AI ASIC도 온기빅테크 공급망 다변화 본격화 … 삼성 턴키 전략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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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클린룸 전경ⓒ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긴 침체 터널을 지나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디자인하우스(DSP) 업계에도 온기가 확산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와 맞춤형 반도체(ASIC) 수요 급증이 맞물리며 삼성 파운드리 생태계 전반이 재평가받는 분위기다. 특히 그간 적자를 이어가며 체력 부담이 커졌던 디자인하우스 업체들이 최근 글로벌 AI 프로젝트를 잇따라 따내며 실적 개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4나노 공정 수율 안정화와 2나노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올해 파운드리 사업의 두 자릿수 매출 성장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미국 테일러 공장 양산 준비와 추가 증설 검토, AI·고성능컴퓨팅(HPC) 중심의 선단 공정 수요 확대 등이 맞물리며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최근 AI·HPC 고객사를 중심으로 2나노 공정 협의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다수의 AI·HPC 대형 고객사와 2나노 협력 논의를 활발히 진행 중"이라며 "일부 고객과는 가까운 시일 내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특히 업계에서는 삼성 4나노 공정 성숙도가 이전과 비교해 크게 개선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현재 4나노 수율은 약 8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HBM4 베이스다이와 AI용 로직 반도체 생산 확대가 가동률 상승으로 이어지며 실적 개선 흐름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글로벌 빅테크들의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도 삼성 파운드리에는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AI 칩 수요 폭증으로 TSMC 선단 공정 생산능력이 빠르게 포화 상태에 근접하면서 애플과 AMD 등 주요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와 협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최근 애플 경영진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을 방문해 모바일 AP 생산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 관심도 커졌다. AMD 역시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의 방한 당시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협력 확대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실제 애플 물량 일부만 확보하더라도 선단 공정 신뢰도 입증과 함께 대규모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상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삼성전자는 내년 미국 테일러 공장 양산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추가 팹 구축 가능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I 시대 미국 내 첨단 반도체 공급망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현지 생산 거점의 전략적 가치도 커지는 분위기다.이 같은 변화 속에서 가장 직접적인 수혜 기대를 받는 곳은 삼성 파운드리 생태계 핵심 축인 디자인하우스 기업들이다.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가 설계한 칩을 실제 파운드리 양산 공정에 최적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삼성전자 생태계 안에서 설계부터 생산까지 이어지는 '턴키' 전략의 핵심 연결고리다.그동안 삼성 DSP 기업들은 높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제한적인 고객군과 낮은 수익성 탓에 장기간 적자를 이어왔다. 하지만 AI 인프라 확산으로 ASIC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빅테크들이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며 설계·생산 통합 역량을 갖춘 DSP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대표적으로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최근 미국 AI 팹리스 기업과 약 400억원 규모의 턴키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 4나노 공정을 활용해 데이터센터용 HPC SoC 칩렛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HBM과 AI 가속기를 결합한 고난도 통합 칩 설계가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삼성 4나노 공정 경쟁력과 국내 DSP의 설계 역량을 동시에 입증한 사례로 보고 있다.에이디테크는 최근 사업 구조 역시 단순 설계 용역 중심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삼성 2나노 공정 기반 커스텀 CPU 플랫폼 'ADP620'을 앞세워 AI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 나섰으며 2030년 매출 1조5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1645억원, 영업이익 28억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세미파이브 역시 글로벌 AI ASIC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중국 AI 기업 ICY Tech와 함께 삼성 8나노 eMRAM 공정을 활용한 엣지 AI ASIC 테이프아웃에 성공했다. 삼성 8LPU eMRAM 기반 첫 AI ASIC 사례다. 양사는 AI PC와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드론 등을 겨냥한 초저전력 AI 칩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앞서 세미파이브는 유럽 비전 AI 기업으로부터 3D-IC 기반 엣지 AI 반도체 턴키 프로젝트도 수주했다. 미국·일본·중국·인도 등 글로벌 고객 기반을 확대하며 지난해 수주액 12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흑자 전환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가온칩스 역시 일본 AI 기업과 진행 중인 2나노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하반기 양산 효과가 기대된다. 최근에는 글로벌 전략 조직을 신설하고 AI ASIC 전문 인력 확보에도 나섰다. 코아시아 또한 시스템반도체와 카메라 모듈 사업을 바탕으로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업계에서는 AI 시대가 본격화될수록 삼성 파운드리와 DSP 생태계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턴키 전략이 AI 데이터센터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업계 관계자는 "AI 인프라 확대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지면서 단순 파운드리 생산능력만으로는 고객 수요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선단 공정, 패키징을 함께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고 DSP 업체들도 그 수혜를 함께 받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