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최대 45조원 규모 요구 … 배당의 4배, R&D 투자도 상회반도체 호황 속 '성과급 인플레' 논란 … 투자 위축 우려 확산총파업 카드까지 꺼내 … 고객사·주주 불안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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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며 노사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배경으로 한 강도 높은 제안이라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 노조의 임금 투쟁 양상과 유사해지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최근 1분기 잠정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15%'로 확대할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노조는 현재 연간 반도체 영업이익을 270조원으로 가정하고 약 40조5000억원 규모의 성과급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증권가에서 제시하는 연간 영업이익 300조원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최대 45조원까지 늘어난다.

    업계에선 이 요구 사안이 단순한 보상 확대를 넘어 기업 재무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지급한 배당금 약 11조원과 비교하면 4배에 달하며 연간 연구개발(R&D) 투자액(약 37조원)보다도 큰 규모다. 일각에서는 해당 금액이면 대형 인수합병(M&A)이나 차세대 AI 투자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이 상당 부분 잠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약 400만명에 달하는 개인·기관 투자자들이 받은 배당보다 훨씬 큰 금액이 특정 사업부 직원 성과급으로 집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중심의 요구라는 점에서 TV·가전·모바일 등을 담당하는 DX부문과의 '노노 갈등'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삼성전자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 가입자의 약 80%가 DS부문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구조 속에서 성과급 기준이 반도체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사업부 간 보상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산업계에서는 이번 요구를 '성과급 인플레이션'의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메모리 슈퍼사이클과 AI 반도체 수요 확대 속에서 실적이 급증하자 노조가 이를 전면적인 보상 확대 요구로 연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 수준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과 비교하더라도 높은 수준이다.

    노조는 이미 교섭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오는 23일 평택캠퍼스에서 결의 대회를 열고, 이후에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생산 공정의 자동화 비중이 높은 만큼 직접적인 생산 차질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고 객사 신뢰와 수주 경쟁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성과 배분 구조' 전반을 둘러싼 시험대로 보고 있다.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될 경우 삼성전자 역시 현대차처럼 매년 임금·성과급 협상이 경영 변수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와 인재 확보가 동시에 필요한 시점인데 성과급 비중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중장기 경쟁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단기 성과를 둘러싼 분배 갈등이 구조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