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영업이익 57조 … 연말 잉여현금 200조 전망미국 빅테크,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대규모 회사채생존경쟁 이후 빅딜 가능성 … 로봇·AI 협업 나오나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뉴데일리DB
    AI 인프라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자본 전략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대규모 차입을 통해 AI 설비 확충에 나선 미국 빅테크와 달리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현금을 쌓아두며 기회를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차이가 향후 기술 패권 경쟁과 시장 재편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자본총계는 2025년 432조원에서 2026년 686조원, 2027년에는 1037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익잉여금은 1000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79조원에서 408조원으로 확대되며 사실상 매년 수백조 단위의 현금을 쌓는 구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 효율을 나타내는 ROIC(투하자본수익률) 또한 90%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돼 자금 규모와 수익성 모두에서 글로벌 빅테크 대비 압도적인 현금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7조원을 넘어서며 반도체 초호황 효과를 누리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는 30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 전망까지 언급된다. 현재 이 수준에 근접한 글로벌 기업은 엔비디아 정도다.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의 올 연말 현금성 자산은 2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해 말 기준 125조원을 확보했고, 연간 수백조원대 영업이익이 현실화되면 별도의 차입 없이도 투자와 인수를 병행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게 된다.

    대형 M&A 초읽기 … 막대한 현금으로 협상 우위

    문제는 이 막대한 현금을 어디에 쓰느냐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미 대형 M&A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업지원 조직을 격상하고 M&A 전담팀을 꾸리면서 빅딜 재개를 위한 초읽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그간 축적된 현금이 이제 본격적인 투자 단계로 넘어가는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경쟁 환경은 이미 한 발 앞서 있다. 최근 알파벳,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들은 앞다퉈 AI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투자를 벌이고 있다. 고금리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해 AI 인프라 경쟁에 나서는 이유는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시장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과거 인수 사례도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2011년 인수한 삼성메디슨은 한동안 적자를 겪었지만 최근 들어 매출과 이익 모두 사상 최대를 경신하며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인수금 80억 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사들인 하만 역시 초기 부진을 딛고 전장·오디오 사업에서 연간 1조원대 이익을 내는 알짜 자회사로 자리 잡았다. 단기 성과는 미흡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HVAC(공조), ADAS(운전자보조), 오디오, 의료 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형 규모의 인수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로봇, 메드테크, AI 반도체 IP(설계) 분야가 다음 타깃으로 거론된다. 반도체와 제조 역량을 동시에 가진 삼성 입장에서는 이런 분야가 미래 성장 동력과의 연결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구조적 과제는 변수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메모리 반도체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어 업황 사이클이 꺾일 경우 현금 축적 속도도 급격히 둔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세트 사업(TV·가전·모바일)의 수익성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파운드리·시스템LSI는 적자 구간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현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공격적인 인수를 단행할 경우 과거 일부 글로벌 기업들이 겪었던 '과잉 투자 후유증'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빚을 내서 투자하는 기업과 현금을 쌓아두고 기회를 보는 기업이 공존하는 구간"이라며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마무리되고 경기 변곡점이 오면 누가 더 큰 베팅을 할 수 있는지가 차세대 산업 주도권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