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하면 '뒤죽박죽' 에너지 정책 우려원전 쪼개지고,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도 따로따로 관리한수원 노조 국회와 대통령실 앞 릴레이 1인 시위 돌입학계 "선진국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 정부 형태"김성환 환경부 장관 "산업부와 기후부는 거의 형제 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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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기장군의 한 해안가에서 시민들이 고리원전 1호기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정책을 환경부로 옮겨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하는 정부 조직개편안이 확정된 가운데 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관련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개편안은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와 원전 기능 대부분을 가져가고, 석유,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정책은 기존대로 산업부가 담당하도록 했다. 국가 에너지 기능이 '두동강' 난 것으로 선진국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정부 형태다.전문가들은 정부조직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우리나라의 에너지 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해 붕괴 수순을 밟을수 있다고 우려한다.10일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 조직개편안과 관련해 에너지 중에서도 원전 산업 분야가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국내 원전 산업을 주도하는 한국수력원자력 노조가 9일부터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했고, 학계에서도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이미 원자력 연구개발(R&D) 및 규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전 산업은 산업부로 기능이 나뉘어 있는데, 이를 한 번 더 쪼개면 원전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사흘 전 발표된 정부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원전 산업 정책은 기후부가 맡지만 원전 수출 정책을 담당하는 원전전략기획관 조직은 산업부에 존치된다. 산업부 2차관 산하 에너지 산업 정책 기능이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환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몸집이 커지지만 산업부는 반토막이 난다.아울러 재생에너지 정책은 기후부, 석유·가스·석탄·광물 등 화석연료는 산업부에서 맡게되면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업계에 따르면 정부조직개편안이 현실화하면 기후부가 출범한 뒤에도 국내 에너지 소비의 약 90%에 관련된 업무는 여전히 '산업통상부'가 맡게될 전망이다.가장 최근 발간된 '2023년도 에너지총조사'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의 에너지원별 소비 중 석유(51.7%), 석탄(12.1%), 천연가스(10.6%) 3대 에너지 비중은 74.4%인데, 액화천연가스(LNG)가 주 연료인 열에너지(2.5%)까지 반영하면 76.9%로 오른다.여기에 에너지 소비의 21.3%를 차지한 전기도 절반 이상이 화석연료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국민의 전체 에너지 소비 중 화석연료 비중은 90% 수준으로 추정된다.지금까지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산업부 한 곳에서 관장했지만, 앞으로는 진흥(산업부)과 규제(기후부)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부처로 나뉘게 되면서 '뒤죽박죽' 에너지 정책이 나올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한수원 노조도 9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관련해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조는 이날 강창호 노조위원장을 시작으로 이달 중에 잇따라 1인 시위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1인 시위를 통해 원전 조직·기능 등을 둘로 쪼개지 않고 기존 산업부에 존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이와 관련, 한국원자력학회도 9일 성명을 내 기후부 신설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원자력학회는 "담당 부처를 구분하는 것은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기관과 현장의 실무자들은 세 부처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삼중고에 시달릴 것"이라며 "원전 수출은 국내의 성공적인 원전 건설·운영 경험과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국내 산업과 해외 사업의 주무 부처를 분리하는 것은 거대한 세계 시장을 앞두고 스스로 우리 수출 경쟁력에 족쇄를 채우는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는 커녕 공급 능력을 후퇴시키는 시대착오적 결정"이라며 "산업 동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국민들에게는 만성적인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부담을 떠넘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
- ▲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조직 개편방안 등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09.07. ⓒ뉴시스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가스와 전기를 찢어놓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세계 어느 나라도 이렇게 관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유 교수는 "한국은 세계적인 LNG 소비 국가인데 부처가 바뀌면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전력 공급 안정성이 상당히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정부는 이런 비판의 목소리에도 정부조직개편을 수정 없이 강행할 방침이다. 현재 산업부와 환경부는 조직 개편을 위한 실무 협의를 벌이고 있는 상태다.정부 관계자는 "일단 실무적으로 협조 요청을 한 상태"라며 "사무공간이 문제인데, 당장 물리적 통합은 어려울 수 있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산업부 산하 공기업들도 대거 기후부로 옮기게 된다.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41곳도 산업부 내 담당 부서의 이전·잔류 상황에 따라 소관 부처가 달라지게 된다. 우선 한전, 한수원, 발전 5개사, 한전KPS, 에너지 관련 연구기관 등은 기후부로 이관될 전망이다. 반면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등 자원 공기업은 산업부에 남게 된다.환경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에너지 기능이 이원화되는 정부조직개편에 대해 '에너지 전환과 기후대책이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이에 대해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9일 기자들과 만나 "조직개편 이후라도 산업부와 기후부는 거의 형제 부서처럼 충분히 협력 해야 되는 중요한 부서라고 생각한다"며 "여전히 한몸처럼 움직여야 해서 너무 나눠서 볼 이유도 없다. 늘 협의조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