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40명 규모 TF 구성해 文정부 비리 감사에 대한 역감사행안부,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 대상 계엄 동조 의혹 조사보훈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예산 집행 및 복무 실태 등 감사정권 바뀔때마다 뒤집히는 정책 … 공직자들만 '적폐 몰이' 희생양공무원들 "정권 바뀔 때마다 감사 받으면 일은 어떻게 하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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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42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9.16.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 시절 감사원의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의혹' 등 각종 감사를 겨냥한 역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전 정부의 감사 업무를 놓고 잘못이 없는지 조사하겠다는 것인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 정부의 정책과 인사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와 수사를 동반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실무 공무원들까지 표적이 되고 있어 공직사회의 반발도 커질 조짐이다.17일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15일 밤 감사관 40여명으로 구성된 '운영 혁신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정상우 신임 감사원 사무총장이 "가칭 '감사원 정상화 TF'를 구성해 지난 정부에서 잘못된 감사 운영상 문제점을 규명하고 잘못된 행위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지 닷새 만이다.정 총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했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면 될 것"이라며 감사관들에 대한 처벌도 예고하며 "불행하게도 지난 정부에서 우리 감사원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고 강조했다.감사원 '운영 혁신 TF'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현 민주당 최고위원) 비위 의혹 감사,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국가 통계 조작 의혹 감사, 비무장지대(DMZ) 내 북한 GP 철수 부실 검증 의혹 감사,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정식 배치 고의 지연 의혹 감사 등을 조사 대상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모두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고위 인사들의 비위가 있었다고 결론 내고 검찰 고발 등을 진행한 사건들이다. 관련자들은 대부분 검찰에 넘겨진 뒤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감사원 내부에서는 "민주당 정부에 대해선 감사를 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일종의 압박"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국가보훈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이고 있다. 독립기념관 사유화, 예산 집행 및 복무 실태 등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김 관장은 지난달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광복은 연합국 승리의 산물"이라고 발언해 민주당 의원들의 눈총을 샀고, 민주당은 김 관장을 극우 인사로 낙인찍고 보훈부에 파면을 요구해왔다.행정안전부는 지난 12일부터 서울시·부산시 등 국민의힘 시·도지사가 있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12·3 비상계엄에 동조했는지 진상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이 단체장인 지자체들이 계엄 당일 청사를 폐쇄하고 계엄에 동조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해왔다.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 윤 정부 시기 경찰국 신설 논리를 제공한 공무원, 지방교부세 감액을 주도한 공무원 등에 대한 인사 조치를 요구받자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지우겠다"며 숙청에 나설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이밖에도 일부 정부 부처에서는 윤 정부 때 승진한 1급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신임 사무총장의 요구로 1급 5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기획재정부 1급 상당수도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
- ▲ 정부세종청사. ⓒ뉴데일리
정권 교체는 단순한 권력 이양을 넘어, 전임 정부의 정책과 인사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와 수사를 동반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른바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 아래 전 정부의 주요 인사는 물론, 정책을 담당했던 실무 공무원들까지 표적이 되는 관행이 이어지면서 공직사회의 안정성과 정책 연속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정책 사례만 보도라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탈원전' '친원전' 정책이 180도 완전히 뒤바뀌면서 산업통상자원부 조직이 심각히 흔들렸고 관련 담당 공직자들이 수사를 받거나 좌천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대통령 국정 철학에 따라 핵심 정책이 '톱 다운' 방식으로 실무부서에 하달되는데 정권이 바뀌면 일선 공직자들이 '적폐 몰이' 희생양이 되는 사례가 빈번해지는 것이다.경제 부처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감사원이 자신들이 진행한 감사에 대해 역감사를 한다는 건 공직 생활을 시작한 이후 처음 본다"며 "공무원들은 위에서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감사를 받으면 일을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또 정권이 바뀌면 무한 반복되는 역감사 상황이 고착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또 다른 부처의 팀장급 공무원은 "원전 같은 에너지 정책은 정권에 따라 극단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적폐 청산 희생양이 되기 쉽다"며 "특정 정책에 관여했다는 이유만으로 공무원이 희생되는 구조는 공직자들에게 ‘정권 줄서기’ 외에는 생존 전략이 없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이번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동하게 되는 공무원들은 또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했다.사회 부처의 한 공무원도 "공무원들은 위에서 지시 내려오니 정책 방향에 맞게 최선을 다하는데, 정권이 바뀐 뒤에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올가미를 씌워 정책감사를 받은 사례가 부쩍 늘었다"며 "전 정권의 잘못된 정책이면 전 정권의 선출직 및 임명직 고위 공무원에게 책임을 물어야지 시키는대로 정부 정책 방향에 맞게 일하는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묻는 일은 더이상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AI 교과서를 당초 '교과서' 지위로 추진하려다가 최근 '학습자료'로 격하되면서 정부 방침을 신뢰하고 제작에 나섰던 일부 업체들은 교육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이와 관련 교육 부처 팀장급 공무원은 "이로 인해 담당 공무원들은 예상치 못한 법적·행정적 부담에 직면하며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향후 정책감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져 부담감이 가중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 시절 역사교과서를 담당했던 직원은 법원 송사에 휘말려 개인이 소송비용을 대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동료 공무원들 간 불신도 커지는 분위기다. 경제 부처의 한 공무원은 "전 정부에서 한 일 때문에 언제든 다칠 수 있다는 생각에 동료끼리 전화하더라도 통화녹음을 하는 등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느낌이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다 메모해두고 있다"고 했다.전문가들은 이러한 반복적 적폐몰이가 정책의 전문성과 지속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CIA나 이스라엘 모사드처럼 정권과 무관하게 전문성을 기반으로 인사가 이뤄지는 시스템과는 대조적이다. 국내에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뒤집히고, 담당자들이 교체되며 조직 내 불신과 파벌이 심화되기도 한다.수도권의 한 대학 행정학과 교수는 "정치적 보복으로 비춰질 수 있는 적폐몰이는 결국 국민의 행정 신뢰를 떨어뜨리고, 공직사회 전체를 위축시킨다"라면서 "정권 교체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기회가 되어야지, 과거를 단죄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속 가능한 행정을 위해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는 인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