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 스토리텔링을 통한 브랜드 서사 구축에 집중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Ritual Identities' 캠페인 공개지난해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과도 협업… '패션과 아트의 융합' 전략 추구
  • 명품 브랜드의 광고 공식이 바뀌고 있다. 글로벌 스타들의 이미지와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이 주류였다면,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시장에서 차별화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이에 명품 브랜드도 스토리텔링을 통한 서사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제품을 보여주는 시대'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 프라다(Prada)는 오스카 수상 감독인 요르고스 란티모스(Yorgos Lanthimos) 감독이 연출하고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s)이 출연한 갤러리아 백(Galleria Bag) 신규 캠페인 'Ritual Identities(의례적 정체성)'를 공개했다. 

    스칼렛 요한슨은 프라다 세계에서 새롭고 기이한 멀티버스를 구현한다. 광고 속 요한슨은 독특한 자신만의 의식을 치르는 방법을 설명한다.

    아침 산들바람이 불 때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갤러리아 백 안에 속삭이고, 꽃이 피지 않은 벚꽃나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과 여섯 개의 큰 검은 돌, 숲 속의 흙, 중형견의 짖는 소리, 사랑이나 고통에 관한 노래, 희귀하고 오래된 중국 도자기의 파편, 두 번 매듭을 지은 나일론 기타 줄, 그리고 혈액 세 방울을 모아 갤러리아 백에 넣는다.
  • ▲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하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연출을 맡은 프라다 브랜드 캠페인 'Ritual Identities'. ©PRADA
    ▲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하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연출을 맡은 프라다 브랜드 캠페인 'Ritual Identities'. ©PRADA
    스칼렛 요한슨은 이에 대해 "간단하고 아름답고 쉬우면서도 때때로 감동적이다"라고 말하며 그 모든 것이 담긴 흰색 갤러리아 백 안의 내용물들을 독특하게 생긴 거대한 통 속에 집어 넣는다.

    두 명의 스칼렛 요한슨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 통을 지켜보고, 이후 그 안에서는 새로운 스칼렛 요한슨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새로운 프라다 갤러리아 백이 주어지며 광고는 끝난다. 영화 속 스칼렛 요한슨은 독특한 의식을 통해 복제되지만, 프라다 갤러리아 백은 계속해서 그의 손에 남아 있다. 

    이 캠페인은 영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가여운 것들(Poor Things)', 더 랍스터, 킬링 디어 등으로 독창적 미학을 구축해온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그는 프라다의 시그니처 백인 갤러리아 백을 중심에 두고, 매력이 넘치면서도 초현실적인 기묘한 분위기를 동시에 자아낸다. 이러한 연출 방식에는 란티모스 감독 특유의 색깔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란티모스 감독은 2003년 개봉한 장준환 감독의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영어로 리메이크한 '부고니아' 개봉을 앞두고 있다.
  • ▲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하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연출을 맡은 프라다 브랜드 캠페인 'Ritual Identities'. ©PRADA
    ▲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하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연출을 맡은 프라다 브랜드 캠페인 'Ritual Identities'. ©PRADA
    스칼렛 요한슨은 "이번 작업에서 나 자신을 변주한 버전을 연기했다. 동시에 여러 인물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시적 의미가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이중성을 표현한다. 란티모스의 작업은 늘 이중성, 파편화된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중심에 두고 있다. 이번 작업 역시 그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프라다 측은 "스칼렛 요한슨은 현대적 삶의 배경 속에서 신비로운 의식과 미스터리한 제스처를 연기하며, 스스로를 여러 모습으로 확장하고, 새롭게 변화한다"며 "이 의식의 중심에서 프라다 갤러리아는 부적이자 변화를 담는 매개체로서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식에 등장하는) 사물과 기호, 자연과 기억은 변화를 담은 은밀한 언어를 구성하는 신비로운 요소들"이라며 "각 재료는 단순한 물질을 넘어 상징성을 지닌다. 시간, 기억, 자연, 동물의 목소리, 예술, 그리고 희생. 이 의식을 통해 요한슨은 인물의 유동성을 탐구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새롭게 한다. 주인공처럼 프라다 갤러리아 역시 시즌마다 변모하지만, 그 본질은 영원히 지속된다"고 강조했다. 
  • 프라다는 지난해에도 갤러리아 백 캠페인을 통해 영화적 접근의 스토리텔링을 시도했다.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t)'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상을 받은 조나단 글레이저(Jonathan Glazer) 감독이 연출을 맡은 해당 캠페인에서 스칼렛 요한슨은 독백을 통해 정체성에 대한 깊은 탐구를 보여줬다. 

    프라다는 이처럼 '패션'과 '아트'의 융합을 계속해서 시도하며, 갤러리아 백을 단순한 핸드백이 아닌 '시네마틱 스토리텔링의 매개체'로 자리매김시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한편, 프라다가 지난 2007년에 처음 선보인 갤러리아 백은 프라다 세계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으며, 1913년 마리오 프라다가 밀라노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에 연 역사적 부티크에서 이름을 얻었다. 끊임없는 재창조의 상징으로 시대를 반영하면서도 변치 않는 타임리스함을 지닌 아이템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