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자금·대출로 1000억원 조달, 400억원 부당이득 가장매매·통정매매 등 불법 총동원, 시장 교란시켜종합병원·대형학원 운영자, 사모펀드 전직 임원, 금융사 지점장 등 연루 합동대응단 출범 2개월 만 첫 성과 … 신속 공동 대응 ‘결실’첫 ‘지급정지’ 사례도…‘무기징역’ 등 중형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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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가를 조작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말입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주가조작 엄벌’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시세조종 행위가 한 번이라도 적발될 경우 시장에서 영구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공약한 바 있습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증시 활성화를 위해선 국내 주식시장의 불신 요소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주가조작·부정 공시 등은 시스템이 잘 갖춰지고 있다며 ‘합동대응단’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합동대응단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간 유기적 협업체계입니다. 지난 7월 발표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실천 방안’에 따라 시장감시위원회의 초동대응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출범했습니다.

    합동대응단은 이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하듯 이날 출범 이후 첫 성과를 냈습니다. 종합병원, 대형학원 운영자 등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재력가와 유명 사모펀드 전직 임원, 금융회사 지점장 등 금융 전문가들의 대형 주가조작을 적발한 것인데요.

    ◆ 재력가-금융인 공모로 1000억원 조달 … 가장·통정 매매 통해 주가 부양

    혐의자들은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약 1년 9개월 동안 법인자금, 금융회사 대출금 등 1000억원 이상의 시세조종 자금을 조달해 ▲고가 매수 ▲허수 매수 ▲시·종가 관여 등 다양한 시세조종 주문으로 투자자들을 유인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들의 부당이득액은 400억원, 실제 취득한 시세 차익만 230억원에 이릅니다.

    합동대응단은 계좌 간 연계성 등 자금 흐름을 통해 혐의자들의 공모관계로 파악했습니다. 아울러 친인척, 학교 선후배 등 다양한 관계망을 통해 공모 정황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과거 불공정거래 전력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은 수만 회에 이르는 가장·통정 매매 주문을 제출한 후 단기간 내 체결시키는 수법으로 거래가 성황을 이루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으며 혐의 기간 거의 매일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하는 등 집요하고 적극적인 주가조작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가장매매는 실제로는 주식 소유 의사가 없으면서도 매매가 이뤄진 것처럼 꾸미는 거래를 뜻합니다. 시장 참여자들을 속여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주가를 인위적으로 움직이려는 목적에서 활용됩니다. 예컨대 동일인이 서로 다른 계좌를 이용해 스스로 사고파는 방식으로 거래량을 부풀리는 행위가 대표적입니다.

    통정매매는 둘 이상의 투자자가 미리 짜고 특정 종목을 같은 가격과 수량으로 동시에 사고파는 불공정 거래 행위입니다. 겉으로는 정상적인 매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래 당사자 간에 주식이 돌고 도는 ‘가짜 거래’에 불과합니다.

    이런 수법들은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우거나 거래량을 부풀려 다른 투자자들을 오도할 수 있어 자본시장법상 불법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또 이들은 금융당국의 감시망 회피를 목적으로 수십 개의 계좌를 분산 매매하거나 주문 IP(인터넷주소)를 조작하는 수법을 사용했고 경영권 분쟁 상황을 활용한 정황도 발견됐습니다.

    이렇게 혐의자들은 주가조작을 쉽게 눈치채지 못하도록 고도의 지능적인 전략을 사용하면서 실제로는 1년 9개월 동안 거의 매일 주가조작을 실행했습니다. 주가조작의 주요 타깃은 유통주식 수가 부족해 거래량이 적은 종목들로 해당 종목의 주가를 약 2배 수준으로 상승시켰습니다.

    합동대응단은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를 우려해 종목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해당 종목이 코스피 상장사 ‘DI동일’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DI동일은 지난해 대주주와 소액주주 연합 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면서 주가가 급등락했습니다. 혐의자 중에는 행동주의펀드 관계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합동대응단은 경영권 분쟁을 고의로 이용했는지 등에 대한 추가 조사에 나설 계획입니다.

    이날 오후 2시 40분 기준 DI동일의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DI동일은 전장(3만6650원)보다 29.88% 급락한 2만57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71만주, 200억원입니다.

    ◆ 합동대응단, 혐의자 주거지·사무실 압수수색 … 최대 ‘무기징역’ 가능성

    금융당국은 어떻게 주가조작 정황을 적발했을까요?

    합동대응단장을 맡고 있는 이승우 금감원 부원장보는 “지난해 초 주가조작이 시작됐고 금감원과 거래소가 각각 시장감시 차원에서 올해 초부터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3월께 먼저 기획조사에 착수했고 조사·심리 기관 간 유기적이고 신속한 공동대응 필요성이 높다는 점 등을 감안해 합동대응단에 이첩했습니다. 합동대응단 참여기관들은 혐의자들이 조사 사실을 인지하고 보유 중인 대량의 주식을 매도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세조종 대상기업·혐의 관련자들과의 접촉을 일체 배제하면서 매매자료를 정밀 분석하고 자금거래와 공모관계를 철저히 추적했습니다.

    이후 금융위의 강제 조사권으로 혐의자 7명의 주거지·사무실 등 1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신속히 집행해 진행 중인 주가조작 범죄를 즉각 중단, 범행 관련 주요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주가조작을 통한 불법 이익을 빠짐없이 환수하고 자본시장 피해 최소화를 위해 혐의자들의 금융계좌에 대해 지급정지 조치를 압수수색과 동시에 시행했습니다. 금융 범죄 중점 검찰청인 서울남부지검에서도 주가조작 근절을 위해 이번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속히 청구하는 등 적극 협력했습니다.

    주가조작 혐의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요?

    합동대응단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 등을 기반으로 신속히 추가 조사를 마무리하고 엄정 조치할 예정임을 밝혔습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당국은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 금융투자상품 거래·임원 선임 제한 등의 신규 행정제재를 적극 적용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의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앞서 지난 4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불법 공매도에 대한 새로운 제재 수단의 세부 사항을 규정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습니다. 개정안은 ▲불공정거래·불법 공매도 행위자에 대한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 명령 ▲주권상장법인 등의 임원 선임·재임 제한 명령 ▲불공정거래·불법 공매도에 사용됐다고 의심되는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도입을 주요 골자로 합니다. 이번 혐의자들의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조치가 도입 이후 첫 시행 사례가 된 셈입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에도 거래소의 시장감시 효율성을 제고하고 불공정거래·허위 공시를 엄단하기 위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과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 일부 개정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실시했습니다.

    오는 10월 중(잠정) 시행할 예정인 해당 개정안은 3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과징금 최소 부과 기준은 기존 ‘부당이득의 0.5배’에서 ‘1배’로 두 배 상향했습니다. 금융회사 임직원의 직무 관련 위반행위에는 과징금을 최대 30% 가중하고 임원 선임 제한 기간도 최대 66% 늘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433조(벌칙)를 살펴보면 상장증권 또는 장내 파생상품의 매매에 관해 그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그 밖에 타인에게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의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액의 4배 이상 6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고 있습니다.

    단, 이익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고 징역에 처하는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竝科)할 수 있습니다. 이번 주가조작 혐의자들의 부당이득액이 400억원에 달하는 만큼 형이 가중되는 것이죠.

    시장에서는 금융 범죄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전국적으로 시세조종 세력은 최소 수백개 이상이 있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단속으로 악마 같은 증시 범죄자들을 소탕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