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대, 금융당국 조직개편 백지화 방안 발표에 기재부 '발칵'기재부 금융기능 이관 없이 원안대로 분리돼 부총리 권한도 제약 재경부, '세제청' 전락 우려 … 경제콘트롤타워 위상·역할 약화 불보듯
-
- ▲ 김민석 국무총리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관련 비공개 고위 당정대 회의를 마치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해 온 금융당국 개편이 전면 철회되면서 기획재정부는 침통한 분위기다. 당초 기재부에서 분리되는 재정경제부가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이관받을 계획이었지만 좌초된 것이다. 반면 핵심 권한인 예산 기능은 예정대로 국무총리 산하에 신설되는 기획예산처에 넘어가게 돼, 부총리급 부서로서 재경부 위상과 정책 추진 동력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정부와 여당, 대통령실은 25일 국회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안'을 철회하고 현행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고위 당정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당정대는 당초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려 했던 금융위 정책·감독 기능 분리 및 금융소비자원 신설 등을 이번 정부조직개편에 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융 감독 체계 개편안이 공식 발표된 지 18일 만이자 이재명 정부 출범 114일 만에 백지화된 것이다.이에 따라 기재부, 금융위 관련 정부 조직 개편은 기재부를 예산처와 재경부로 분리하는 안만 추진되는 상황이 됐다. 당초 구상은 예산 편성기능을 예산처로 넘기되 재경부는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흡수해 경제 정책·세제·국고·금융 기능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는 구상이었다.하지만 금융정책 관련 조직개편이 없던 일이 되면서 기재부의 후신 격인 재경부는 경제정책의 3대 틀인 재정, 세제, 금융 중 세제만 쥐게 됐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재경부가 경제정책의 큰 방향이나 주요 대책을 제시하더라도 세제 외에 실질적 정책 수단이 없어 경제사령탑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다. 사실상 세제와 국제금융만 남게 되면 재경부 영향력은 사실상 '세제청' 역할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재경부 역할 축소는 재경부 장관의 부총리로서 권한과 역할에도 제약을 가져올 전망이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경부에 잔류하게 될 직원들에게는 가장 불리한 상황이 현실로 펼쳐지게 되면서 기재부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온다. 기재부 내부 게시판에는 "방구석 여포의 참패", "이럴거면 경제부총리 타이틀 떼야한다"는 등의 자조섞인 비판글이 잇따랐다.전직 기재부 고위 관료는 "경제부총리 역할은 관계부처 간 정책을 원만히 조율해 국가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것이지만, 이번 개편으로 껍데기만 남아 컨트롤타워로서 힘을 쫙 빼놓은 셈"이라며 "재경부가 타 부처와 정책을 조율할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회의를 소집하더라도 자기 부처 주장만 하다 끝날 가능성이 크고, 과거 사례에서 보듯 장관이 회의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차관이나 1급이 대신 참석하는 식으로 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라고 우려했다.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예산권이 없는 재경부가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부처를 조율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경제정책방향 등을 제시하더라도 실행력을 담보한 정책 추진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일각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을 두고 그간 기재부의 권한 집중으로 인한 자업자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강력한 예산 편성권과 정책 주도권을 독점하며 사실상 견제 장치 없이 힘을 키워 온 결과, 이번 정권의 '권한 분산의 타깃'이 됐다는 것이다.재경부가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까지 흡수해 경제정책 총괄·조정과 세제·국고·금융 등의 기능을 수행하게 되면 되려 권한이 한층 더 커질 수 있다는 역설적 상황도 이번 결정에서 중요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심사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도 "기재부 기능의 분산에 역행하며, 2008년 이전의 재정경제부·금감위 체제로 돌아가는 것이란 비판이 있다"는 우려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실제 과거 국내 금융정책 기능이 있었던 재경부는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오명을 얻을 정도로 경제 권력의 헤게모니를 장악했었다.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기재부가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하고 있다"며 권한 분산을 주장해왔다. 이재명 정부가 기재부 힘 빼기에 나서면서 그동안 기재부 1급 출신들이 차지했던 통계청장, 관세청장, 조달청장 등 기재부 산하 기관장도 모두 내부 승진자가 맡으면서 기재부 고위직의 입지가 크게 좁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