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29일 전격 타결 … 3500억불 조달 방식 합의2000억불은 현금 투자 … 年 200억불 이내 투자 한도 설정1500억불은 조선 협럭에 보증 포함 투자 … 韓 기업 주도김용범 "우리 외환 시장 감내 가능 … 시장 영향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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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7월 30일 이후 3개월 동안 교착 상태였던 한미 관세 협상이 29일 전격 타결됐다. 총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액 가운데 2000억달러를 현금 투자하고,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달러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나머지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에 투자한다.이같은 합의로 인해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로 유지되며, 자동차 관세는 25%에서 15%로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인하된다. 한미가 세부 쟁점에 합의하면서 한국은 앞으로 일본과 동등한 위치에서 무역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 또 일본과 달리 연간 투자 상한액을 설정함으로써 외환 시장 충격도 상당부분 완화할 수 있게 됐다.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한미 관세협상 세부 내용 합의 결과를 발표했다.김 실장은 "대미 금융투자 3500억달러는 현금 투자 2000억달러와 조선업 협력 1500억달러로 구성된다"며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5500억달러 금융 패키지와 유사한 구조이지만 우리는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달러로 설정했다"고 밝혔다.2000억달러의 현금 투자가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간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투자액이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 김 실장의 설명이다.이와 관련, 김 실장은 "우리 외환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고, 기본적으로 우리 외화자산의 운용수익을 활용할 생각"이라며 "이는 우리 외환시장에서 바로 조달하는 것이 아니란 의미"라고 설명했다.이어 "이자, 배당 등 운용수익 적지 않아서 상당히 많이 활용할 수 있을 것 같고, 만약 그중 일부를 기채(채권발행)하면 정부보증채 형식으로 할 듯하다"면서 "국내 외환시장에서 조달할 계획은 없고 그런 경우라도 국제시장에서 기채하는 방식으로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것(대미투자펀드)때문에 국내 시장에 공급이 늘어날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조선업 협력에 투자하는 1500억달러는 한국 기업 주도로 추진하며 우리 기업의 투자와 함께 보증도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됐다.이같은 합의에 따라 한국에 적용되는 상호관세는 7월 30일 합의 이후 이미 적용되고 있는 대로 15%로 인하해 지속 적용된다. 아울러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도 25%에서 15%로 인하된다.품목 관세 가운데 의약품, 목재 제품은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 또 항공기 부품·제네릭(복제약) 의약품·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에는 무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특히 반도체의 경우 한국의 주 경쟁국인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약속받았다. -
- ▲ 한미 관세협상 세부합의 주요 내용. ⓒ연합뉴스
미국은 그동안 3500억달러의 투자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불하라고 압박해왔다. 반면, 한국은 외환시장 충격을 우려해 연간 150억달러 이상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합의를 통해 연간 투자액 상한선을 200억달러로 설정하면서 외환 시장 충격은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이에 대해 김 실장은 "우선 우리의 가장 큰 우려였던 외환시장에 대한 실질적 부담을 크게 경감했다"며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되는 경우 납입 시기와 금액의 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별도의 근거도 마련했다"고 했다.그러면서 "그간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한국 외환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외환시장 안정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적극 설득했고, 미국의 재무부, 상무부와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협상 타결에 이른 배경을 전했다.아울러 조선 분야 1500억달러 투자에 대해선 "우리 기업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로 국내외 시중은행 통해 대출 보증을 받게 된다"며 "선박 금융을 포함해 외환시장의 실질적 부담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미국이 요구한 투자 규모가 워낙 천문학적이어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김 실장은 이에 대해 "원금의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다층적인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며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MOU 문안에 명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이어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국과 미국이 각각 수익을 5 대 5로 배분하기로 되어 있다"면서도 "20년 내에 원리금을 전액 상환받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 수익 배분 비율도 조정 가능한 것으로 서로 양해했다"고 강조했다.한편, 이번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우리 기업의 미국 진출도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김 실장은 "우리 기업들이 미국의 제조업, 제조업 재건 기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대미 투자 관련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미국의 유무형 지원도 확보했다"며 "미국은 투자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가급적 한국이 추천하는 한국 업체를 선정하고 한국인 프로젝트 매니저를 채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이번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잘 한 협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융 불안이나 환율 급등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금융 및 외환 시장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외환시장 전문가는 "정부가 감내 가능하다고 판단한 연 200억 달러도 실제 집행 시기와 글로벌 달러 수급 상황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며 "환율 안정화를 위한 외환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