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대표는 연임 포기, 유영상 SKT 대표는 CEO 교체SKT-KT 모두 올해 사이버 침해 … 후폭풍에 실적 악화정부의 해킹 고강도 처분 예고, 차기 CEO의 과제는 ‘보안’
  • ▲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왼쪽)와 김영섭 KT 대표가 지난 10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를 듣고 있다.ⓒ뉴데일리DB
    ▲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왼쪽)와 김영섭 KT 대표가 지난 10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를 듣고 있다.ⓒ뉴데일리DB
    연말 정기인사 시즌에 통신업계 빅2의 CEO가 나란히 교체되는 이례적 모습이 펼쳐졌다. 김영섭 KT 대표가 연임에 도전하지 않기로 하면서 CEO 교체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앞서 SK텔레콤은 유영상 대표가 임기를 1년 앞두고 새 CEO로 교체된 바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올해 모두 사이버 침해 사건을 겪었다는 점이다. KT는 지난 8월 불법 소형기지국(펨토셀)을 통한 무단 소액결제 사건으로 후폭풍을 겪고 있다. SKT는 지난 4월 해킹에 따른 유심정보 유출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차기 CEO의 역할은 해킹 수습 및 보안 강화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T와 KT는 내년 3월을 기점으로 나란히 신임 CEO를 선임할 예정이다. 

    현재 차기 CEO가 확정된 곳은 SKT 뿐이다. 판사 출신의 정재헌 SKT 신임 CEO는 내년 3월 정기기주총을 시작으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현 유 대표는 SK수펙수추구협의회 AI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을 이어가게 됐지만 SKT 대표 임기가 1년 이상 남았었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최근 해킹 사고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SKT는 해킹 사태에 대한 여파로 3분기 별도 기준 영업손실 52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SKT로선 25년만의 첫 분기 적자다.

    KT의 경우는 무단 소액결제 사고로 인해 보다 노골적인 사퇴 압박을 받은 경우다. 

    김 대표는 지난달 말까지 이어진 국정감사에 2차례 증인으로 출석해 수차례 “경영 전반의 총체적 책임을 지는 CEO로서, 금번 KT 사고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및 소액결제 피해 발생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그는 지난 4일 이사회에서 연임 포기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른 KT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도 본격화됐다. KT 사외이사 8인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외부 전문기관 추천 ▲공개 모집 ▲주주 추천(전체 주식의 0.5% 이상 6개월 이상 보유 주주) ▲관련 규정에 따른 사내 후보로 CEO 후보군을 구성할 예정이다.

    통신사 빅2의 CEO가 나란히 교체된 배경에 직·간접적으로 해킹이 거론되면서 차기 CEO의 과제도 분명해지는 중이다. 해킹 사태 수습과 동시에 강도 높은 보안도 필수가 됐다. 그동안 솜방망이에 그쳤던 사이버 침해가 최근 들어 연간 수익을 좌우할 정도의 사안이 됐다는 점도 주효했다.

    그동안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에 대한 유심 무료 교체만 지원했던 KT는 이날을 시작으로 전 고객에 대한 유심 무상 교체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미 SKT는 지난 5월 전 고객 유심 교체를 진행한 바 있는데, 당시 일회성 비용만 2500억원대에 달했다. 무엇보다 KT가 향후 민관합동조사 결과에 따라 과실이 드러날 경우 과징금과 더불어 위약금 면제 조치 등으로 추가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실제 정부는 지난달 22일 범부처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통해 강도 높은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특히 통신사에 대해서는 사전 상의 없는 해킹 침투 테스트 등 강도 높은 점검을 추진한다. 이 외에 해킹 사실을 은폐하거나 지연 신고할 경우 과태료·과징금을 상향하고 징벌적 과징금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미 SKT는 5년간 보안에 7000억원, KT는 1조원을 보안에 투자하기로 한 상황. 중요한 것은 액수보다 해킹을 유효하게 방어하느냐의 여부가 됐다. 그리고 이는 차기 CEO에게 가장 큰 지상과제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빅2가 나란히 해킹에 노출됐다는 점도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이로 인해 두 회사의 CEO가 모두 교체된 것도 사상 처음”이라며 “통신시장에서 올해 사이버 침해 사고는 보안에 대한 접근법을 달리하게 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