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어 삼성도 '깜짝 인사'… 연말 인사 시계 앞당겨져LG 등 주요 그룹 이달 중 인사 단행 전망조직 안정화·내년 전략 수립 및 조직 안정 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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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그룹들의 연말 인사 시계가 예년보다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말 SK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최근 삼성전자가 사업지원TF 개편을 전격 발표하며 연말 인사의 포문을 열었다. LG를 비롯한 주요 그룹의 추가 인사도 이르면 이달 중하순께 단행될 전망이다.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주요 기업들이 조기 인사를 통해 내년도 사업계획을 서둘러 확정하고, 조직 안정을 도모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조만간 주요 계열사 사장단에 대한 경영평가를 마무리하고, 빠르면 이달 중순 사장단·임원 정기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격상하고,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용퇴하는 동시에 박학규 사장을 신임 사업지원실장으로 임명하는 인사를 발표했다. 최윤호 사장은 경영진단실장에서 삼성전자 사업지원실 전략팀장을 맡게 됐다. 주창훈 부사장은 사업지원T/F에서 삼성전자 사업지원실 경영진단팀장으로, 문희동 부사장은 사업지원TF에서 삼성전자 사업지원실 피플(People)팀장으로 각각 위촉업무가 변경됐다.
이에 따라 남은 사장단 및 임원 인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은 통상 12월 초에 인사를 발표했으나, 최근 2년간은 11월 말로 시점을 앞당겨왔다. 올해는 7일 '깜짝 발표'를 시작으로 지난해(11월 27일)보다 더 빠르게 후속 인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번 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해소한 뒤 처음 단행하는 인사라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선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이 '직무대행' 꼬리표를 떼고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뒤이어 최원준 MX사업부 개발실장 겸 글로벌운영팀장(사장)이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이 겸하고 있는 메모리사업부장 자리를 새로운 인물이 맡을지도 관심사다. 반면 최근 반도체 실적이 뚜렷하게 회복되고 있는 만큼 현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병존한다.
정 부회장의 용퇴가 '후진 양성'의 신호탄이 된 만큼, 이번 사장단 인사의 폭이 예년보다 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반면 삼성전자를 제외한 주요 계열사들은 임기 초반이거나 실적이 양호해 큰 변동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이재용 회장이 최근 글로벌 주요 인사 및 빅테크 수장들과 잇달아 회동하며 사업 행보를 넓히는 만큼, 이번 인사는 '광폭 경영'에 힘을 실어줄 인물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 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공식 컨트롤 타워가 가동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최근 삼성글로벌리서치 산하의 경영진단실이 삼성전자 내부 조직으로 바뀌면서 컨트롤 타워 재건을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해석이 이어진 바 있다. 또 경영진단실을 이끌어 온 최 사장이 사업지원실로 자리를 옮기며 추가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LG그룹도 예년보다 빠른 인사가 예상된다. 구광모 회장은 주요 계열사 경영진들과 올해 실적 점검 및 내년 계획 수립을 위한 사업보고회를 진행 중이며, 이달 중순 이를 마무리한 뒤 사장단·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인사 윤곽은 다음 주쯤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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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LG생활건강이 이사회를 열어 이선주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한 이후, 다른 계열사들도 이사회를 앞당기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LG 인사에서는 신학철 LG화학 CEO 부회장과 권봉석 ㈜LG COO 부회장 등 '2인 체제'의 변동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또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일부 계열사 중심의 소폭 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LG이노텍 문혁수 부사장의 사장 승진도 유력하다. 현재 LG 주요 계열사 CEO 중 부사장 직급은 문 부사장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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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계열사별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최근 몇 년간 이어온 조직 슬림화 기조에 따라 올해도 임원 감축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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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SK는 예년보다 한 달 이상 앞서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으며, 신임 CEO들이 6~8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CEO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리밸런싱(구조조정), 운영개선(O/I·Operation Improvement), 인공지능(AI) 전환 등 그룹의 핵심 과제가 논의됐다.
지난달 30일 실시된 SK 사장단 인사에서는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물러나고, 정재헌 최고거버넌스책임자(CGO)가 신임 사장으로 올랐다. 또 지주사 SK㈜에서는 강동수 PM부문장이 재무 및 사업개발 전문성을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SK텔레콤의 쇄신 인사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그룹 캐시카우로 그간 안정적이라고 평가받아왔지만 올해 해킹사태를 겪으며 인력 조정의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미 C레벨 경영진으로부터 사표를 제출받았고 퇴직 대상 임원들에 대한 통보도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의 임원 감축 규모가 최대 30%에 달할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SK그룹 최고 협의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도 40~50% 수준의 감축이 이뤄질 전망이다. 기존에는 기획과 실행 기능을 동시에 해왔지만, 실행은 계열사 자체적으로 맡기자는 취지로 보여진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혼 소송 2심 판결에서 대법원 파기환송되며 불리한 상황을 면한 점도 반영됐다는 평가다.
다른 계열사 인사도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계열사 간 연쇄 이동 등을 감안해 실제 인사 발령은 12월 초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 등은 사업 부진으로 이미 대규모 감축이 이뤄졌고, 반도체 호황을 맞은 SK하이닉스는 인력 감축 기조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인사 시점이 빨라지는 것은 관세, 글로벌 공급망 등 대외 불확실성에 선제 대응하려는 차원"이라며 "불안한 조직 분위기를 안정시키고 내년 경영계획 수립을 가속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