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만 공무원 대상 계엄 조사… 기재부·복지부 등 긴장 고조내부 투서 빗발·불신 고조 … "기강 잡기냐 정치적 쇼냐""태권V처럼 일하라더니" … TF 조사에 '배신감'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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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연합뉴스
"당시 회의를 거부했을 경우 생기는 불이익을 감당할 공무원이 몇이나 되겠느냐.""동료끼리 투서하고 의심하는 분위기, 이게 과연 정상인가.""윗선 지시에 따라 움직인 것까지 문제 삼는다면, 앞으로 누가 책임지고 일하겠나."정부가 12·3 비상계엄 관여 이력을 조사하기 위해 모든 중앙 부처에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겠다고 밝히자, 공직사회는 깊은 혼란과 불신에 빠졌다. 일선 공무원들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 시절 적폐청산 시즌2가 시작된 것"이라며 강한 반발을 쏟아내고 있다.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공직사회를 '로보트 태권V'에 빗대며 "정권의 철학에 맞춰 움직이라"고 주문했던 발언과 이번 조치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온다.12일 정치권과 관계부처에 따르면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를 구성해 신속한 내부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수사와는 별개로, 정부 차원의 독자적 조사를 통해 계엄 가담자에 대한 인사 조치를 취하겠다는 취지다.이재명 대통령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호응했다. 이 대통령은 "내란에 관한 책임은 관여 정도에 따라서 형사 처벌할 사안도 있겠고, 행정 책임을 물을 사람도 있고, 인사상 문책이나 인사 조처를 할 정도의 낮은 수준도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이에 따라 총리실 주도로 49개 중앙행정기관에 TF와 제보센터가 설치되며, 외부 인사 참여도 검토 중이다. TF는 부처별 최소 10명씩 총 500명 규모로 구성되며, 내년 1월까지 조사를 마친 뒤 2월 설 연휴 전 후속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조사 대상은 작년 12월 3일을 기준으로 직전 6개월부터 직후 4개월까지 총 10개월간 비상계엄을 모의·실행·정당화·은폐한 행위다. 업무용 PC와 서면 자료는 열람 대상이며, 개인 휴대전화는 자발적 제출을 유도한다. 협조하지 않을 경우 대기발령이나 직위해제 후 수사 의뢰도 가능하다. -
- ▲ 이재명 대통령 취임 30일 첫 기자회견이 열린 3일 오전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 한 정육점 텔레비전에서 기자회견 현장 생중계 장면이 송출되고 있다. ⓒ뉴시스
일선 부처에서는 이미 관련된 투서가 빗발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례로 "A씨는 지난해 계엄 버스에 탑승했는데도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B씨는 육군사관학교에서 홍범도 동상을 철거하려 할 때 앞장선 사람이다", "경찰 간부 C씨는 내란 동조 역할을 했다" 등의 식이다. 북한 특유의 주민 감시·통제 시스템인 '오호담당제'식 투서 빗발에 공직사회 내부는 사분오열 조짐이다.계엄 포고령에 '전공의 처단' 문구가 들어간 탓에 곤욕을 치렀던 보건복지부의 한 직원은 "내부 투서가 나오면서 동료 간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며 "TF가 내년 초까지 이어지면 조직개편과 인사도 지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비상계엄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고 한 이른바 '최상목 쪽지'로 말이 많은 기획재정부의 한 직원은 "당시 회의에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내란 협조자로 몰리는 건 부당하다"며 "지시에 따라 움직인 공무원까지 처벌 대상이 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공무원들 사이에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무원이 표적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심지어 "또 다시 숙청의 칼을 들이내민다" "기강 잡기이자 정치적 쇼다"라는 거친 말까지 내뱉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사무관은 "특검, 감사에 이어 TF까지 구성되면서 공직사회는 점점 피로해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더 소극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번 TF 조치가 대통령의 기존 발언과도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공무원은 조종석에 누가 타느냐에 따라 움직이는 로보트 태권V와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정권의 철학에 맞춰 일한 공무원들까지 소급해 책임을 묻는 셈이어서, 공직사회는 "이율배반적"이라는 반응이다.정부는 "가담자 승진에 대한 내부 불만"을 TF 설치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일각에선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장동 항소 포기, 김현지 논란, 여당 의원들의 각종 파문을 덮기 위한 '기강 잡기'라는 해석도 제기된다.합참, 검찰, 경찰, 외교부 등 12개 기관은 '집중 점검 기관'으로 지정돼 보다 강도 높은 조사가 예고된 가운데, 공직사회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인사 물갈이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