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시사 발언에도 위기감 고조엔비디아 매출채권 비중에 고평가론 여전대외 변수 불확실성에 원화 약세·투자 위축
  • ▲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연합뉴스
    ▲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실질적 '2인자'로 불리는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의 '금리인하 여지' 발언에 뉴욕 증시가 상승했지만, 여전히 시장은 불확실성 위기에 놓여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윌리엄스 총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행사 연설에서 "통화정책은 여전히 다소 제약적이며 최근 조치로 그 정도가 완화됐다"며 "정책 기조를 중립 범위에 더 가깝게 조정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기준금리를 추가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가까운 시일 내 재차 '인하'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윌리엄스 총재의 발언 직후 금융시장은 반등했다. 미 국채금리는 일제히 급락했고 주가지수 선물은 상승폭을 확대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연설 전 약 45%에서 65% 수준으로 치솟았다. 뉴욕 연은 총재는 파월 의장·제퍼슨 부의장과 함께 연준 정책의 '핵심 3인'으로 꼽히는 만큼, 그의 발언은 지도부 기류 변화의 신호로 해석됐다.

    윌리엄스는 연준 이사 7명과 더불어 상시 투표권을 갖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고정 투표 멤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이어) 회의에서 둘째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반면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경제학 컨퍼런스에서 "전반적인 금융여건이 역풍보다는 순풍에 가깝다"며 "통화정책을 더 완화해야 할 긴박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12월 자신의 최종 표심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동결)결정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반대 투표할 가능성도 열어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AI 고평가에 대한 우려, 불확실한 금리 방향 등을 이유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AI 거품론이 시장에 광범위한 변동을 초래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전쟁을 일으킨 지난 4월 이후 투자자들이 이렇게 불안해한 적이 없다”고 했다.

    지난 2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매출채권은 직전 분기 230억7000만달러에서 333억9000만달러로 뛰었다. 103억2000만달러가 늘어난 것으로, 증가율은 44.7%에 달한다.

    매출채권은 기업이 판매한 상품·서비스 대금 중 아직 회수되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월가에서는 이들 고객사의 자금 여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의 3분기 매출은 570억600만달러로, 직전 분기(467억4300만달러)보다 102억6300만달러 증가했다. 사실상 매출 증가분이 대부분 매출채권으로 채워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외부환경과 고환율 지속화 등으로 우리 경제엔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날보다 7.7원 오른 1475.6원이었다. 지난 4월 9일(장중 1,487.6원·종가 1,484.1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사실상 고환율이 뉴노멀로 자리잡으면서 우리 경제는 점점 더 큰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환율이 10% 오르면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0.29%포인트(P) 하락하고 중소기업은 1%만 올라도 손실이 0.36%P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김태훈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기업집단의 수출 전략이 점차 가격 경쟁에서 기술 경쟁으로 변화하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했을 때 제품의 수출가격 하락을 통한 매출 증대와 같은 매출효과가 사라졌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고환율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도 산업계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38.17로 집계됐다. 2020년 10월(96.2)과 비교하면 무려 43.6%나 뛰었다.

    전문가들은 대외 변수 불확실성으로 투자·고용도 위축될 것이란 예측도 내놓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제조업, 중소기업, 자영업자 비용부담이 커지고 이는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돼 체감물가가 더 크게 오르는 구조가 된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원자재,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환율 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다른 나라보다 크다"고 했다. 이어 "원가 상승으로 마진이 축소돼 비용구조가 악화되면서 설비 투자와 채용이 지연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