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퇴직금 체납 … 경영 시스템의 기초부터 흔들렸다잇따른 노동자 사망, 반복된 구조적 위험에도 개선은 없었다“성장은 세계급, 통제는 스타트업 수준” … 책임 경영 요구 거세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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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가 2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를 굳은 얼굴로 듣고 있다.ⓒ이종현 기자
빠른 배송과 편리함의 상징이 된 쿠팡. 연 매출 40조원을 넘는 국내 유통 공룡으로 성장했지만 그 확장 뒤에는 구조적 문제가 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데일리는 쿠팡의 지배구조, 위기관리 능력, 시장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쿠팡 경영 해부 기획을 통해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쟁점들을 면밀히 짚어본다. [편집자주]지난 11월 말 쿠팡에서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고는 단순한 보안 문제를 넘어, 회사 내부 통제와 기본적인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됐다.산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표면에 드러난 첫 균열”에 불과하며, 그동안 내부에서 누적돼 온 문제들이 이미 위험 수위를 넘긴 상태였다는 평가가 나온다.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 1월 드러난 고용제한 블랙리스트 운영이다. 쿠팡은 1만6450명에 달하는 명단을 작성해 노동자·협력사 직원·계약직 등을 분류하고, ‘재고용 제한’ 사유까지 기록해 관리해온 사실을 인정했다.명단에는 노조 활동자, 회사 정책을 비판한 노동자, 인사·근무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한 이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내부 견제 구조가 부실한 상황에서, 경영진이 비판적 목소리를 차단하고 현장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블랙리스트 사건이 내부 통제 부재를 드러냈다면, 퇴직금 미지급 문제는 관리 기능 자체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줬다.일용직과 파트너사 소속 노동자들에게 퇴직금이 지급되지 않은 채 방치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회 국정감사에 경영진이 줄줄이 소환됐고, 일부 사안은 특검 조사 논의까지 이어졌다.쿠팡의 규모와 매출, 인력 규모를 고려할 때 “기초적인 노동 관련 법률조차 지키지 않는 수준의 관리 체계”라는 지적이 나온다.여기에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사실은 쿠팡의 운영 모델이 구조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2025년에만 물류센터 직원과 배송기사 등 7명이 업무 관련 환경에서 사망했으며, 이는 단순 사고로 설명되기 어려운 수치다. 과로·야간 노동·고강도 물량 배정 등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가 방치된 결과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그럼에도 회사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직접적인 관련성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노동·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사안을 두고 “쿠팡은 매출과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며 성장했지만, 그에 걸맞은 안전·노무·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고 비판한다.실제로 업계에서는 쿠팡이 연매출 40조 원을 넘어서는 초대형 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관리·감독·감사 기능은 여전히 스타트업 시절의 임시적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전문가들은 이번 일련의 문제들이 서로 분리된 사건이 아니라는 데에 주목한다. 보안 사고, 블랙리스트 운영, 퇴직금 체납, 반복된 사망 사고 모두 “쿠팡의 운영 방식과 조직 문화가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비용 최소화와 속도·효율 중심의 경영 방식이 내부 통제와 노동환경을 후순위로 밀어내면서, 회사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의 영역은 방치됐다는 의미다.정부와 국회는 이미 쿠팡에 대한 규제 강화를 논의 중이며, 소비자·노동계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더 이상 혁신 기업이라는 수식어 뒤에 숨을 수 없다”며 “이제는 ‘빠른 배송’보다 ‘책임 있게 운영하는 기업’인지가 시장에서의 생존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