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준 대표 사임 후 쿠팡Inc 임시대표 투입리더십·보안 체계 재정비 신호 … 꼬리 자르기 논란도경찰 압수수색·국회 청문회 등 사태 진화 역량 시험대 올라
  • ▲ 쿠팡. ⓒ뉴데일리 DB
    ▲ 쿠팡. ⓒ뉴데일리 DB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로 여론이 악화하는 가운데 쿠팡의 모회사인 미국 쿠팡Inc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국내 대표 교체만으로는 위기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본사가 임시 대표를 투입하며 리더십·보안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긴급 개입 카드를 꺼낸 셈이다. 

    그러나 책임자 사퇴와 본사 개입이 곧바로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와 함께 청문회·압수수색·이용자 이탈 등 악재가 겹치며 쿠팡의 위기 관리 역량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쿠팡에 따르면 박대준 대표는 "최근 개인정보 사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사태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커지면서 사실상 경질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현안 질의에서 김범석 쿠팡 의장의 사과 의향을 묻는 질문에 "한국 법인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제가 현재 이 사건에 대해 전체 책임을 지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대표 사임과 동시에 쿠팡Inc는 해롤드 로저스 최고책임자 겸 법무총괄을 임시 대표로 선임했다. 쿠팡은 고객 불안을 해소하고 조직을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로저스 임시 대표는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법률·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전문가로, 글로벌 기업과 대형 로펌을 거쳐 2020년부터 쿠팡Inc CAO로 재직 중이다. 김범석 의장과 같은 하버드 출신으로 최측근이자 쿠팡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이다. 

    그는 사내 메시지를 통해 "지금 우리의 우선순위는 명확하다. 이번 사태에 철저히 대응하고 정보보안을 강화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조직을 안정시키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모든 팀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번 대표 교체는 모기업 쿠팡Inc가 직접 나서 사태를 수습하고 고객 신뢰를 되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모회사 차원에서 수습 체계가 가동된 만큼 위기 대응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 ▲ ⓒ쿠팡
    ▲ ⓒ쿠팡
    반면 근본 원인 규명 없이 인사 조치를 먼저 단행한 데 대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책임을 대표 사퇴로 제한해 여론 충격을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쿠팡의 최고 의사결정 구조와 책임 체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에서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실적을 끌어올린 반면 사고 국면에서는 김 의장이 법적·제도적 책임선 밖에 서 왔다는 책임 회피 비판이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2021년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 한국 법인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며 책임선에서 한발 비켜섰고 미국 국적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총수 지정에서도 제외됐다.

    문제는 쿠팡의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경찰 압수수색, 국회 청문회 준비, 이용자 감소 조짐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사태 진화의 길은 험난해 보이기 때문이다. 과방위는 오는 17일 청문회를 열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경위와 재발 방지 방안을 따져 물을 예정이다. 청문회에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 강한승 전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또 경찰은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를 압수수색해 보안 체계의 허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자료 확보에 착수했다. 국회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경위, 고객 통지 절차, 보안 인프라 운영 실태뿐 아니라 입점 업체 피해와 보상 대책까지 폭넓게 다뤄질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3370만건에 이르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지만 명확한 원인·경로·보상 방안이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비정상 로그인·해외 결제 승인 알림 등 2차 피해 우려가 확산하면서 소비자 불안은 여전하다.

    실제 이용자 감소도 가시화되고 있다. 데이터 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쿠팡 일간 활성 이용자(DAU)는 1594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 1일 대비 204만명(11.4%)가량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사태는 여론 관리와 규제 대응, 시스템 개편까지 복합적 과정을 요구한다"며 "쿠팡의 수습 능력이 플랫폼 신뢰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