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관리 연구장비 30선 선정·현장 참여형 위험요인 분석 체계 구축멀티미디어 안전교육·취약계층 관리 강화로 예방 중심 연구실 안전 전환
  • 연구개발이 대형화·고도화되면서 위험물질과 복잡한 실험장비를 다루는 연구현장이 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실험장비 사고를 유형·원인별로 체계적으로 분석한 통계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연구자가 직접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관리체계 구축에 참여하는 현장 주도형 안전관리 모델을 도입하며 예방 중심 연구실 안전관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연구 현장에서는 고출력·대형 장비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사고 발생 시 인명·시설 피해가 확대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장비의 에너지 수준과 공정 복잡성이 높은 연구를 다수 수행하는 만큼,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을 중심으로 한 안전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연구자가 연구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직접 진단하고 안전관리 체계 구축에 참여하는 현장 참여형 안전관리 모델을 도입했다고 18일 밝혔다.

    생기원은 물리적·화학적 위험요인을 내포한 특별관리대상 연구장비 30선을 선정하고, 연구자 참여형 위험요인 분석을 통해 장비별 안전관리 매뉴얼과 체크리스트를 개발·배포했다. 이를 통해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관리 기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특히 장비 특성을 반영한 멀티미디어 기반 안전교육 콘텐츠 제작이 눈에 띈다. 해당 콘텐츠는 연구자가 직접 장비를 작동·시연하며 작동 원리와 주요 위험 요인, 필수 안전조치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기존의 형식적인 이론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현장 중심 안전교육’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교육 영상은 취재형, 이원중계형, 토론형 등 3가지 콘셉트로 총 10편이 제작됐다. 흄후드와 시약장 같은 기초 연구시설부터 사출성형기, 대형 로봇시스템까지 다양한 연구 장비와 환경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국제 공동연구와 외국인 연구자 유입이 늘어나는 현실을 반영해 모든 콘텐츠에는 영문 자막을 포함한 영문판 교육 자료도 함께 제공함으로써 언어 장벽으로 인한 안전 사각지대 해소에도 나섰다.

    안전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관리 체계도 강화됐다. 학생연구원의 법정 안전교육 이수 여부를 졸업 요건과 연계해 관리함으로써 정기 안전교육 이수율을 10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비상근 직원에 대해서는 근로계약 체결 시 안전교육 이수를 의무화하고, 미이수 시 근로계약 위반 및 후속 채용 제한을 적용하는 등 관리 기준을 명확히 했다.

    기관 차원의 안전경영 기반도 함께 강화하고 있다. 법정 안전교육 미이수 시 연구실 책임자에게 후속 채용 제한, 연구실 폐쇄, 연구과제 선정 시 감점 등을 적용하는 책임 중심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연구 현장 개선을 위해 총 15.6억 원 규모의 안전 예산을 재정비하고, 매년 약 3억 원 이상의 신규 재원을 확보해 위험 요소 개선과 보호구 구입을 확대하고 있다. 안전업무 담당자에게는 전문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평가·승진체계와 연계해 안전 전문 인력이 성장할 수 있는 조직 기반도 마련했다.

    이 같은 노력의 성과로 생기원은 2025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5개 실험실이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신규 인증을 받았으며, 1개 실험실은 안전관리 최우수 연구실로 선정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이상목 생기원 원장은 "안전·보안·청렴은 생기원 구성원이 반드시 견지해야 할 최우선 기본 의식"이라며 "현장 맞춤형 안전교육 체계는 이러한 가치를 연구현장에서 구현한 사례"라고 밝혔다. 이어 "연구자가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국가가 신뢰할 수 있는 연구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