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코스피 지수 기존 목표치 근접하자 또 상향 증시 낙관론 확대에 7000·7500·8000피 시나리오 난무주요 기업 이익 상향과 반도체 수퍼사이클, 유동성 반영일각선 고점서 물린 과거 트라우마 소환 … "리스크 관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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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가 설 연휴 이후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6000선에 근접하자 증권사들이 부랴부랴 전망치를 또 다시 수정하고 나섰다. 

    코스피 지수가 기존 전망치에 빠르게 다가서자 뒷북 수정에 나선 것이다. 심지어 반도체 실적 개선 기대와 풍부한 유동성을 내세우며 전망치를 아예 8000선까지 높여잡는 증권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급등 국면마다 반복되는 전망 수정에 대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과열 우려와 함께 리포트 신뢰도 논란도 커지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날 장중 역대 신고가를 경신하며 5900선을 돌파했다. 이달 들어 11% 이상 상승하며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설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19일 5600선을 넘겨 마감한 데 이어 20일에는 5800선을 돌파했다.

    이는 최근 뉴욕증시가 인공지능(AI) 관련 논란과 미국의 이란 공습 가능성 등으로 변동성 장세를 보인 것과는 차별화된 흐름이다. 국내 증시가 대외 변수보다 자체 모멘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 속에 해외 투자은행들은 코스피 목표치를 잇따라 높이고 있다. 일본계 투자은행 노무라금융투자는 올해 상반기 코스피 목표치를 최대 8000으로 제시했다.

    노무라금융투자의 신디 박·이동민 연구원은 23일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코스피 목표치를 7500∼8000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반도체(memory) 업종의 이익 확대를 반영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2026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 12.0∼13.0배, 주가의 주당 장부가액 비율(P/BV) 2.1∼2.2배, 자기자본이익률(ROE) 18.6%를 적용한 수치다.

    두 연구원은 “범용 메모리 및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슈퍼 사이클, 인공지능(AI) 설비 투자 밸류체인과 방위 산업 부문의 견조한 실적, 피지컬 AI 밸류체인에 대한 재평가가 목표치 상향의 근거”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와 내년 예상 주당순이익(EPS)이 전년 대비 각각 129%,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무라는 HBM과 전력 장비 등 AI 관련 종목을 비롯해 방위 산업, 바이오 테크, K-브랜드 콘텐츠 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증권가 역시 낙관론을 이어가고 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실적 모멘텀, 유동성, 정부 정책 등 독자적 상승 동력을 근거로 미국 증시와의 상관관계가 과거 대비 약화된 상태”라며 “지정학적 불안감 등이 단기 조정 빌미로 작용할 경우 저가 매수 기회로 인식하는 접근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다만 전망치는 코앞으로 다가운 6000선 초반부터 7000선까지 다양하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6년 목표 코스피를 5650에서 7250으로 수정한다”며 “이익 증가가 목표치 상향의 핵심 배경이다. AI 산업 발전으로 반도체 실적이 상향 조정되며 주당순이익(EPS)을 끌어올리고 있다. 반도체 가격 상승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EPS는 추가 상향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코스피 전망 밴드를 기존 4200~5200에서 5000~6300으로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수출 증가와 물량 부족에 따른 실적 개선 가능성을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순이익 전망치 변화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2026년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12월 말 330조원에서 올해 2월 457조원으로 상향 조정됐다”며 “반도체가 순이익 추정치 상향의 96%를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순이익 추정치와 밸류에이션 재평가 가능성을 가정할 경우 지수 고점은 최대 7870까지 열려 있다”고 평가했다.

    유동성 환경 역시 증시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유동성이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투자자 예탁금도 100조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JP모건과 씨티그룹 등 해외 투자은행들도 강세장 시나리오를 전제로 코스피가 각각 7500선, 7000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증권사 전망을 믿기 보다 AI 사이클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고려해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업종의 구조적 수혜 가능성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AI 투자 확대의 부작용 가능성도 변수로 지목된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AI 시설 투자가 가속될 경우 고용 감소와 소비 둔화로 이어지며 미국 크레딧 스프레드가 상승할 수 있다”며 “구리·반도체 가격 급등에 따른 ‘AI플레이션’이 나타날 경우 통화정책 환경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반도체주 추가 상승 이후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코스피 예상 밴드를 기존 4500~5500에서 4300~5700으로 조정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추가 상승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하단 리스크를 함께 반영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코스피 고점 부근에서 목표치 상향 리포트가 잇따랐던 전례를 거론하며 과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 코스피는 코로나19 당시 3000포인트를 돌파한 이후 고점을 형성한 뒤 1~2년 동안 30% 이상 하락했고, 그 과정에서 다수의 개별 종목이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다.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최근의 과도한 낙관론에 대해 경계하는 시각도 나타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수가 급등한 이후 목표치를 잇따라 상향하는 패턴은 과거 고점 국면에서도 반복됐던 장면”이라며 “낙관론이 강화될수록 변동성 확대 가능성 역시 함께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조정장에서 체감 손실이 컸던 만큼 투자자들은 지수 전망보다 실적과 밸류에이션의 지속 가능성을 더 냉정하게 따져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