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ADR 상장 앞두고 월가 평가 엇갈려블룸버그 "장기 공급계약이 메모리 사이클 바꿀 수도"WSJ "AI 성장에도 메모리는 결국 경기순환 산업"미국 상장 계기로 마이크론과 밸류에이션 격차 축소 기대증권가 "AI 인프라 투자 둔화로 실적 모멘텀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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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스닥 상장을 앞둔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미국 월가의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메모리 산업이 장기 성장산업으로 재평가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메모리 산업 특유의 경기순환 구조는 여전해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맞서고 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AI 인프라 투자 둔화 가능성을 이유로 향후 실적 모멘텀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0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가 메모리 산업의 성장성을 키웠지만 경기순환 자체를 없애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블룸버그는 AI 시대에는 장기 공급계약을 통해 실적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경우 메모리 업체들도 기존 '사이클 산업'에서 벗어나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의 관심은 AI가 메모리 산업을 과거처럼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사이클 산업'에 머물게 할 것인지, 아니면 장기 공급계약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바꿀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 오피니언은 이번 AI 호황이 과거와 다른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메모리 업체들이 경기순환 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는 AI 고객들과 장기 공급계약을 확대해 실적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PC와 스마트폰 판매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렸던 것과 달리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고객들과 장기 공급계약을 확대하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고 시장도 이를 기존 경기민감주가 아닌 장기 성장주로 재평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HBM 장기 공급계약 확대와 공급 부족이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미국 ADR 상장도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 재평가를 이끌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미국 ADR 공모가를 주당 149달러로 확정하며 약 265억달러를 조달했다. 기관투자자들의 주문은 공모 물량의 7배를 웃돌며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글로벌 자금의 높은 관심을 다시 확인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상장이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침체됐던 아시아 기업들의 미국 상장 시장을 되살릴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도 ADR 상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AI 인프라 관련 아시아 기업들의 미국 상장이 새로운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로이터는 HBM 시장 선두인 SK하이닉스가 미국 경쟁사인 마이크론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다며 미국 상장이 두 회사의 가치 격차를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HBM 시장에 대한 성장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퓨처럼에퀴티스의 롤프 벌크 반도체 담당은 "HBM 시장은 올해 약 650억달러에서 내년 1200억달러, 2030년에는 2900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AIST 전기전자공학부 유회준 교수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이어지는 한 SK하이닉스는 대체하기 어려운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WSJ은 시장이 SK하이닉스를 AI 대표주로 인정하면서도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하지 않는 이유는 메모리 산업의 본질이 여전히 경기순환 산업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WSJ은 지난 7일 'SK하이닉스는 생각만큼 싸지 않다(Why SK Hynix Isn't as Cheap as it Looks)'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현재 SK하이닉스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7배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AI 성장주는 두 자릿수 이상의 PER을 인정받지만 메모리 업체들은 오히려 호황일수록 PER이 낮아지는 역설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메모리 산업은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호황기와 공급 과잉에 따른 침체기가 반복되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었다. 투자자들은 현재의 사상 최대 실적보다 결국 찾아올 다음 하강 국면을 먼저 반영하기 때문에 높은 프리미엄을 쉽게 부여하지 않는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마이크론과 삼성전자에서도 나타난다. 삼성전자는 최근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9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주가는 오히려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WSJ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현재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지만 AI 투자 속도가 둔화되거나 수요의 중심이 다른 분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보수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BNK투자증권은 대다수 증권사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400만원 안팎으로 제시하는 것과 달리 현재 주가보다 낮은 목표가 185만원선을 제시하며 신중한 접근을 권고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서버향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는 아직 공급 부족 시황에 있지만, 주문을 제공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경쟁적인 인프라 투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모멘텀이 둔화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주가 급락은 수요 둔화를 반영하는 것이며 연말 이후 실적 모멘텀도 꺾일 전망"이라며 "내년 이후 밸류에이션은 싸지 않다"고 평가했다. AI 인프라 투자 둔화 우려가 반영되면서 향후 실적 성장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