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사살과 '호르무즈 보복 봉쇄'증권가 "최악 시나리오시 유가 120달러 찍을 수도"韓 원유수입 70% 직격탄, 물가·환율 '퍼펙트스톰' 우려 고유가 장기화 시 AI·성장주 거품 붕괴 가능성도
  • ▲ ⓒGPT AI
    ▲ ⓒGPT AI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코스피가 장중 2% 넘게 급락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사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빚투'가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한 가운데,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신용융자 반대매매 공포가 시장을 덮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유가 장기화가 현실화할 경우 과거처럼 버블 붕괴와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가 급등에 코스피 하락 … 경기침체·대세하락 경계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주 금요일 종가 대비 8~10% 급등해 배럴당 8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도 3%가량 올라 온스당 5400달러를 넘어섰다. 

    중동 여파에 이날 코스피는 장중 2.6% 급락한 후 1%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들이 2조원 넘게 팔아치운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1조5000억원, 기관 6000억원어치 사들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사자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빚투 규모는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어 반대매매 불안감도 확산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최근일자(지난 26일) 기준 신용거래융자잔고는 32조3685억원으로 올초(27조4207억원)대비 5조원 넘게 늘었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유가 장기화는 주식시장 버블 붕괴와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도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장기화되며 유가 급등과 고공 행진이 이어질 경우, 시차를 두고 글로벌 경제는 경기침체에 진입했고 증시는 버블 붕괴와 대세 하락 국면으로 전개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1990년 걸프전은 일본 버블 붕괴와 맞물렸고, 2000~2002년 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 이후에는 닷컴 버블 붕괴가 이어졌다. 2007~2008년에도 유가 급등과 금리 인상이 맞물리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트리거로 작용했다. 2020년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시차를 두고 강력한 긴축과 유동성 버블 붕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 WTI 시나리오별 전망 … 단기 60달러 vs 전면전 120달러

    최근 이란이 봉쇄를 단행한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및 석유제품 물동량의 약 27%가 통과하는 핵심 요충지다.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의 원유가 이동하는 이 통로가 막힐 경우, 글로벌 석유 소비량의 약 20%가 차질을 빚게 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보유한 우회 파이프라인은 전체 공급 차질 물량의 약 13%만을 소화할 수 있어, 사실상 해상 봉쇄를 대체할 물리적 수단이 전무한 상황이다.

    다만 장기 봉쇄는 이란 경제에도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이란은 서방 제재 속에서도 하루 33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이 중 90%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란 내 반정부 시위의 본질이 경제난이었음을 고려하면 장기 봉쇄는 이란 정부에도 막대한 부담”이라며 “그럼에도 최고지도자 사살에 따른 보복 차원에서 완전 봉쇄에 가까운 위협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선 충돌의 기간과 강도에 따라 유가 향방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1~2주 내 단기 충돌 후 외교적 해법을 찾는 ‘베스트 시나리오’의 경우, 초과 공급 국면이 부각되며 WTI 가격이 배럴당 60달러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선박 공격과 기뢰 위협 등 소모전이 1~2개월가량 이어지는 ‘베이스 시나리오’에서는 물류 비용과 위험 프리미엄이 확대되며 유가가 9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장 우려되는 '워스트 시나리오'는 이란의 해협 완전 봉쇄와 주변국 정유시설 타격이 동반되는 경우다. 이 경우 원유 생산과 수출 항로가 동시에 마비되며 WTI 상단이 배럴당 120달러 내외까지 열릴 수 있다. 이에 대응해 OPEC+ 8개국은 기존 계획보다 많은 증산을 논의 중이며, 사우디와 UAE는 이미 이란의 공습 가능성에 대비해 생산량을 끌어올린 상태로 전해졌다. 

    전 연구원은 "수출 항로뿐 아니라 생산시설 타격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도 상존해 유가 상방 리스크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WTI 상단은 배럴당 120달러 내외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 한국 경제 '퍼펙트 스톰' 우려 … AI 거품 붕괴 신호탄 되나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그동안 주식시장을 견인해온 AI 산업의 '거품 붕괴'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AI 관련 기업 중 약 90%는 실체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며, 전쟁 충격으로 시장이 급락할 경우 고평가 종목의 경우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채현 포유환율연구소장은 "이란의 미사일 재고가 3주가량이면 고갈될 수 있어 전쟁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있다"면서도 "전쟁 기간을 한 달 이내로 통제할 수 있느냐가 자산시장 붕괴 여부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정치 시스템 변화와 지정학적 변수 전개를 예의주시해야 하며, 특히 AI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 투자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고물가와 환율 불안에 직면한 한국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윤 소장은 "한국 원유 수입량의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유가 상승은 곧바로 생산원가 상승과 물가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2025년 대규모 무역 흑자에도 환율이 상승했던 사례에서 보듯, 유가 압력이 더해지면 외환시장 불안정성이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64원대로 일주인 전(1427원) 대비 37원 넘게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