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금리 4%대 복귀, 가계신용 1979조원의 경고주담대는 둔화, 신용·기타대출 3.8조원 증가3%대 사라진 대출시장 … 신용대출은 다시 4%대가계부채 2000조원 문턱, 위험은 신용대출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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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가 다시 4%대로 올라서면서 가계부채의 위험 신호가 다른 방향에서 커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규제와 금리 부담 속에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신용대출과 기타 대출은 주식 투자 수요를 타고 반등하는 흐름이다. 부채의 총량보다 구성이 더 불안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 만기)는 최근 연 4.01~5.38% 수준으로 형성됐다. 지난해 12월 이후 이어지던 3%대 하단 금리가 1년 2개월 만에 다시 4%대로 올라섰다. 한 달 새 금리 하단은 0.26%포인트(p), 상단은 0.15%p 상승했다. 은행채 1년물 금리가 같은 기간 0.16%p가량 오른 영향이 반영됐다.

    시장에서는 대출의 방향에 주목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78조 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4분기 증가 폭은 14조원으로 전 분기보다 줄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흐름은 달라진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축소된 반면, 신용대출과 기타 대출은 오히려 늘어난 것. 4분기 가계대출 가운데 주담대는 7조 3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3조8000억원 늘었다.

    은행권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3개월 연속 감소했지만, 이달 들어 신용대출은 950억원가량 증가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39조 8000억원대로 다시 불어나고 있다. 금융권은 이를 '빚투' 수요의 재확산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가 5000선을 돌파하며 투자 심리가 살아난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신용대출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금융시스템에 더 민감한 부담을 남긴다. 신용대출은 담보가 없고 만기가 짧아 금리 변동에 대한 체감이 즉각적이기 때문. 경기 둔화나 자산 가격 조정이 발생할 경우 연체와 부실이 빠르게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신용대출은 연체 발생 시 손실률(LGD)이 높아 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충격도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단기적으로는 소비 위축과 시장 변동성 확대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자 부담이 늘수록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줄고, 이는 내수 회복을 제약한다는 점에서다. 주가가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경우에는 반대매매와 대출 회수가 겹치며 시장 하락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한국 금융시장의 특성상 충격은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의 딜레마도 뚜렷하다.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자 자금은 신용대출로 이동했다. 총량 관리는 이뤄졌지만 위험은 옮겨 붙은 셈이다. 금리를 내리면 빚투가 다시 불붙고, 금리를 올리면 연체와 부실이 확대된다. 금융당국의 정책 선택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빚투가 밀어 올린 4%대 신용대출은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경고 신호에 가깝다"며 "금융시장이 이 신호를 어떻게 흡수할지, 그리고 정책이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가 향후 변동성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