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도 폭격', 삼전·닉스 등 시총 상위주 집중 타격개인투자자 저가 매수 베팅, 레버리지 ETF까지 공격적 매수중동 전면전 리스크 확산, 호르무즈 봉쇄 시 에너지 대란 우려"유가 폭등→경기 침체" 경고, "최악의 경우 코스피 반토막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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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전면전 우려가 확산되며 국내 증시가 이틀째 급락하고 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대규모 매도에 나서자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받아냈지만 낙폭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증권가에서는 중동 사태 장기화로 유가 급등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코스피가 큰 폭의 조정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동 전면전 우려가 확산된 3일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이날도 코스피는 장중 6%대까지 급락하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특히 전날 외국인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매도 폭격'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내렸고,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대거 받아냈지만 낙폭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보면 외국인은 삼성전자(2조1475억원), SK하이닉스(1조1610억원), 현대차(4377억원), 카카오(1786억원), 현대로템(1701억원), 삼성SDI(1585억원) 등을 순매도하며 급락장을 주도했다. 시총 상위주를 정조준한 매도 공세였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개인은 삼성전자(2조6886억원), SK하이닉스(1조5423억원), 현대차(6344억원), KODEX레버리지(4625억원), 현대로템(2434억원), SK이노베이션(2405억원),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2309억원), 카카오(2200억원), 삼성SDI(2163억원), KODEX 200(1820억원) 등을 대거 매입했다. 외국인이 팔아치운 시총 상위주를 사들였을 뿐 아니라, 코스피 지수 ETF와 레버리지 상품까지 적극적으로 담으며 '저가 매수'에 베팅한 모습이다.

    그러나 시장이 급락한 만큼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짙다. 시총 상위 종목과 함께 지수가 더 밀릴 경우, 개인들의 매수 물량이 단기적으로 잠재 매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관투자자들은 개인들의 ETF 대량 매수에 대해 유동성공급(LP) 차원에서 매도에 나섰다. 동시에 일부 대형 종목도 정리했다. 기관은 KODEX 레버리지(5196억원), SK하이닉스(4469억원), KODEX 코스닥 150레버리지(2297억원), 현대차(1915억원), KODEX 200(1877억원) 등을 순매도했다. 반면 삼성전자(2215억원), KODEX 200선물인버스 2X(1018억원), 한미반도체(826억원) 등은 순매수했다. 레버리지에는 차익 실현, 인버스에는 헤지 성격의 대응이 엿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개인들이 외국인의 매도를 '이길 수 있다'는 인식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외국인은 자본력과 정보력, 시장 분석 능력 등 여러 측면에서 개인보다 우위에 있다"면서 "외국인이 매도에 나설 때는 그만한 배경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에는 다르다', '개미가 외국인을 이겼다'는 분위기가 지난주까지 퍼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번 급락의 배경이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증권가에선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 폭등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전개될 수 있다며 증시 대폭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전 세계 석유 해상 교역량의 25% 전후가 이곳을 지나고, 우리나라는 원유의 약 70%, 액화천연가스의 약 20%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어 해협 봉쇄 시 에너지 수급 불안 우려가 높아질 전망이다.

    실제 봉쇄가 단행되고 장기화될 경우 유가 급등과 운임료 상승으로 기업들의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물가 급등에 따라 소비와 경제가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참전국 증가에 따른 전쟁 양상의 확대 가능성도 변수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서방의 지원으로 장기화 됐듯이 중국과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은 사태 장기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중동 리스크가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시사하며 글로벌 교역 위축과 침체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다만 당장 중국은 약 한 달 뒤 미국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미국과의 전략적 협상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 역시 유가 급등이 자국 경제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만큼, 당장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상황을 관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유가 급등을 동반한 지정학적 리스크의 장기화는 제2의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자산시장 급락을 동시에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글로벌 주식시장은 AI 모멘텀과 금리 인하 기대를 바탕으로 크게 상승해 있는 상황이며, 여기에 미국 중간선거 불확실성까지 겹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또는 그와 유사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 코스피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 때마다 12개월 선행 P/B 0.8배 수준을 시도했던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며 "국내 증시의 체력이 과거보다 개선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당시와 같은 0.8배 밸류에이션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폭의 증시 조정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기준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 (PBR)은 1.86배다. 지난해 5월 코스피가 2500포인트 수준에서 움직일 때 PBR이 0.8~0.9배였다. 최악의 시나리오라면 코스피는 최대 반토막까지 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