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멈추면 헬륨도 흔들 … 반도체 공정 원가 '직격탄'호르무즈 병목에 유가·운임·보험료↑ … 전기료 부담중동 데이터센터 지연 땐 AI 서버 수요 꺼져 차질 불가피
  • ▲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출처=로이터ⓒ연합뉴스
    ▲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출처=로이터ⓒ연합뉴스
    중동 군사 충돌이 에너지 시장을 넘어 AI(인공지능) 인프라 공급망의 약한 고리를 건드리고 있다. 원유 운송로가 막히면 유가와 물류비가 뛰고,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차질은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헬륨 등 부산물 공급까지 흔들 수 있다. 여기에 중동 지역 데이터센터 투자 불확실성이 겹치면 AI 서버용 반도체·메모리 수요의 ‘속도’도 다시 계산해야 하는 국면이다.

    ◇헬륨은 공정의 ‘숨’ … 카타르 변수는 곧 반도체 원가 변수

    6일 업계에 따르면 이란과 이스라엘 간 충돌이 확산하면서 카타르의 핵심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시설 일부가 가동을 중단했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이 ‘포스마주르(불가항력)’를 선언하면서 천연가스 기반 생산 체계에 기대는 산업용 가스(헬륨 포함)의 수급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헬륨은 웨이퍼 냉각, 장비 누설 테스트 등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핵심 산업가스다. 카타르는 세계 헬륨 생산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공급처로, 공급이 타이트해질 경우 헬륨 가격이 최대 5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거론된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헬륨의 약 90%를 카타르에서 조달하고 있어 LNG 생산 차질이 이어질 경우 공급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급 불안이 현실화하면 공정용 가스 단가가 먼저 오르고, 시간이 지날수록 제조원가 전반에 압력이 누적되는 구조다.

    ◇호르무즈 병목이 키우는 비용 … 유가·운임·보험료가 ‘전기료’로 번진다

    에너지 쪽은 이미 물리적 병목이 확인됐다. 호르무즈해협 인근에 한국 유조선 7척이 대기 중이며, 일부 선박은 약200만배럴을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200만배럴은 국내 하루 원유 소비량과 비슷한 규모다. 

    정부 비축유가 약208일분이긴 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안심 신호는 아니다. 해협 병목이 길어질수록 운임·보험료·조달 리드타임이 동시에 흔들리고, 원유·가스 가격이 오르면 정유·석유화학은 물론 전력비 경로를 통해 반도체 공장 원가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다. 

    특히 24시간 가동이 기본인 반도체 산업은 전력비 민감도가 높아 에너지 쇼크가 장기화할 경우 가격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데이터센터 ‘속도 조절’이 현실화하면 … AI 수요도 다시 계산

    중동 충돌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IT 시장 성장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동은 최근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키우던 지역으로 분류되는데, 전쟁 리스크가 커지면 프로젝트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랍에미리트를 중심으로 향후10여년 내 7~8GW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차질이 생기면 반도체 공급·수요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동 정세 불안과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올해 글로벌 IT 시장 성장률 전망을 기존 10%에서 9%로 낮췄다고 밝혔다. IDC는 메모리 공급 불안과 물류 리스크 확대를 주요 변수로 들었다.

    전쟁이 길어질 경우 방위 산업에서의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변수로 꼽힌다. 정밀 유도 무기와 드론에는 수십개에서 수백개의 반도체 칩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생산, 데이터센터 인프라, 에너지 공급망이 하나의 생태계로 맞물린 만큼 지정학 리스크가 기술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정세가 장기화할 경우 헬륨과 에너지 공급, 데이터센터 투자까지 이어지는 연쇄 영향이 현실화할 수 있어 글로벌 IT 산업의 주요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