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 국제 유가 급등할 때마다 큰 위기 직면트럼프 '휴전' 발표에 韓 경제 일단 최악은 면해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해소에 국제 유가 급락이권형 "이스라엘이 재공격하면 상황 다시 악화"
  • ▲ 경기 평택항. ⓒ뉴시스
    ▲ 경기 평택항. ⓒ뉴시스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불안감이 고조됐던 국내 경제가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국제 유가 급등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따른 물류 차질, 수출 경쟁력 약화 등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꼈었다. 다만,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 정세는 언제든지 악화할 수 있어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과 이란간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이 합의됐다고 밝혔다.

    휴전 시점에 대해선 "지금부터 약 6시간 후 이스라엘과 이란이 현재 진행 중인 최종 임무를 마무리하고 종료하는 시점부터"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글을 올린 시간이 미국 동부시간 23일 18시쯤이다. 이에 따라 휴전 시점은 24일 0시(한국시각 24일 오후 1시)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은 12시간 동안 유지될 예정이며 그 시점에서 전쟁은 공식적으로 종료된다"면서 "이란이 휴전을 먼저 시작하고, 12시간 후 이스라엘이 휴전을 시작하며 24시간이 되는 시점에는 12일 전쟁의 공식적인 종료가 선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국제 유가는 급락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미 동부 시각 2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장 대비 7.2% 떨어진 68.5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WTI 선물 가격은 이달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전 배럴당 65달러 수준이었지만, 무력 충돌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근월물 종가는 배럴당 71.48달러로 전장 대비 7.2% 급락한 5.53달러로 마감됐다.

    이란이 카타르 주둔 미군 기지에 인명피해 없는 제한된 보복 공습을 가한데다 휴전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가 해소된 데 따른 기대감이 반영됐다.

    월가에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고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원유의 20~30% 가량이 통과하는 전략적인 요충지로, 이 해협이 봉쇄되면 글로벌 공급량이 하루 2000만 배럴 이상 감소한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의 약 60~70% 이상이 중동산이며, 거의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어온다. 

    원유 수입이 차질이 빚어지게 되면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걸쳐 가동률이 떨어지고,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석유화학 제품을 중국, 일본, 동남아 등으로 수출하고 있어, 산업 전반의 연쇄 타격이 불가피했다.
  • ▲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 소식이 전해진 22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뉴시스
    ▲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 소식이 전해진 22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뉴시스
    한국 경제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아 과거 국제유가가 급등할 때마다 전방위적 경제 위기에 직면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 국제유가가 140달러를 넘었을 때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5.5%에서 2.8%로 급락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 4.7%까지 치솟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2022년 3월 국제 유가가 139달러(브렌트)까지  급등하자 국내 휘발유·경유·가스요금이 급등하는 등 생활물가에 직접적 타격을 가했다. 특히 2022년 무역수지 적자는 472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당시 연간 무역수지 적자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었다. 202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1998년 외환위기(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동 정세가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코스피도 급등해 24일 장중 3100선 위로 올라섰다. 원·달러 환율도 국제유가 급락에 연동되며 크게 하락한 1365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당장 급한 불은 꺼진 상태이지만 중동의 화약고가 언제 다시 폭발할 지 몰라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중남미팀 선임연구위원은 이스라엘-이란의 휴전에 동의한 것으로 보이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봤다.

    그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란은 과거부터 지정학적 위기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언급했지만, 실제로 봉쇄한 적은 없었다"면서 "해협을 막으면 이란 자신도 원유 수출과 생필품 수입이 막혀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재공격하거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상황은 다시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