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혼조세 … 코스피, 2900대 회복 후 오름폭 축소수혜주 발굴 나선 개미들 … 방산·해운·정유업종 관심 ↑“호르무즈 해협 봉쇄·전면전 확전 여부 주목하며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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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신정부 출범 이후 연일 ‘허니문 랠리’를 이어오던 국내 증시도 주춤하자 투자자들은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에 상대적으로 면역이 강한 방산·해운·정유 등 수혜주 발굴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50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2894.62)보다 3.64포인트(0.13%) 상승한 2898.26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88포인트(0.31%) 오른 2903.50으로 출발하며 2900대를 회복했지만, 장중 하락 전환해 2886.13까지 떨어지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펼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은 838억원, 40억원씩 순매수 중이지만 외국인이 840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2억4973만주, 4조249억원을 기록 중이다.

    같은 시간 코스닥 지수의 경우 1.57포인트(-0.51%) 내린 767.29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개인은 393억원어치를 팔아치우고 있는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34억원, 36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거래량은 3억145만주, 거래대금은 1조9806억원이다.

    앞서 국내 증시는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장을 이어오다 13일 이란 공군의 이란 공습 소식이 알려지면서 하락 전환했다. 그간 상승장을 주도하던 대형주들이 일제히 하락하자 투자자들은 중동 지역 내 갈등 격화에 따른 수혜주 발굴에 나섰다.

    먼저 방산주들이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거론된다. 이번 양국 간 군사 충돌을 경제적 측면에 국한해서 본다면 한국 방산업체에 단기적 기회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이날 한화시스템은 장중 16.73% 급등한 6만35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으며 ▲LIG넥스원(55만4000원) ▲현대로템(19만4300원) ▲풍산(11만1000원) ▲한국항공우주(10만1800원) 등도 신고가를 경신했다.

    한국은 이스라엘 방산업체들과의 협력·경쟁이 공존한다. 한화는 레드백 장갑차에 이스라엘의 포탑과 능동 방어체계 등을 적용했고 장거리 레이더나 무인기 등도 다수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는 이스라엘의 다비드슬링 방공미사일, 스파이크 대전차 미사일, 메르카바 전차, 시그마 155mm 자주포 등은 한국의 천궁II, 현궁, K2전차, K9 자주포 등과 경쟁 관계이기도 하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이스라엘은 자국 방어를 위해 비축·신규 생산 무기의 해외 판매를 상당 기간 제한할 수밖에 없다”며 “방공미사일은 이란과의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한동안은 생산량을 자국에 비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동·북아프리카 등 이슬람 국가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도 있는데, 이는 방공미사일, 주력전차, 자주포, 무인기·부품 등 한국산 무기류들의 수출 증가 기회가 될 수 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이란 충돌로 중동 내 방공 수요가 한 번 더 자극되며 한국 방산업체들의 중동 내 무기 수출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해운·조선주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중동 사태는 선복량 감소 측면에서 해운 업계 전반적으로 운임 상승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글로벌 해운 선사들은 수혜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조선 관련주인 HD현대중공업은 오전 9시 50분 기준 1.64% 상승 중이며 ▲HD한국조선해양(0.57%) ▲HJ중공업(0.55%) ▲HD현대미포(0.43%) 등도 동반 강세다. 해운 관련주들의 경우 ▲흥아해운(0.91%) ▲팬오션(0.51%) ▲KSS해운(0.50%) 등이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특히 이란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데, 실제 봉쇄 시에는 원유를 중심으로 해상 물동량의 운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다. 이번 충돌이 장기화하면 홍해의 통행 재개의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돼 컨테이너 운임도 상승할 여지가 있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 선사들의 희망봉으로의 우회는 톤-마일 관점에서 약 11%의 수요 증가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컨테이너 공급 증가를 운임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 간 관세 협상에 따라 컨테이너 운임은 추가 상승 여력도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이재혁 LS증권 연구원도 “호르무즈 해협 통행 불안으로 선사들의 우회 항로 채택과 글로벌 화주들의 에너지 경로 다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이란산 원유의 ‘그림자 선대(Shadow Fleet)’ 물동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활용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던 국가들(중국 등)의 대체 공급망 확보 수요가 제도권 초대형 유조선(VLCC) 시장으로 유입되며 수요 강세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에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정유주들도 급등세를 맞았다. 관련주별로 살펴보면 흥구석유가 19.92% 폭등하며 상승 폭이 가장 컸고 ▲중앙에너비스(9.40%) ▲대성에너지(8.26%) 지에스이(7.19%) ▲E1(3.39%) ▲SK가스(3.39%) ▲GS(0.32%) 등 전반적인 오름세다.

    앞서 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7월 인도분 가격은 13일 기준 전 거래일 대비 4.94달러(7.26%) 급등한 배럴당 72.98달러에 마감한 바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란은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3%를 생산했으며 실제 수출량이 원유 재고에 미치는 규모는 1% 수준이다. 전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월간 석유 재고는 약 3000만배럴 감소할 수 있으며 이는 과거 통계와 비교 시 국제유가 배럴당 6달러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되고 이란의 석유 수출 중단이 이어진다면 전쟁의 지속 기간에 따라 국제유가는 추가 상승할 수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여부가 최대 리스크이며 실행에 따라 국제유가는 추가 상승 가능하다”며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에 의하면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량은 2100만b/d로 세계 소비량의 21%이며 봉쇄될 경우 세계 원유 공급의 20% 이상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나, 캐파는 호르무즈 해협의 약 30%에 불과하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봉쇄는 미국의 이란 제재를 강화시키는 명분이 되기 때문에 장기간 전면 봉쇄 가능성은 낮지만, 전쟁이 지속된다면 이란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 알 수 없는 부분으로 단기적으로는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