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중동발 경제 위기 '국가 비상상태' 규정 … 역대 최단기간 내 심사·집행 완료 방침고유가 직격탄에 '피해 맞춤형 핀셋 지원' 이뤄져야 … 4월 10일 본회의 초속도 처리 전망
  • ▲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당·정·청이 중동 사태 여파에 대응하기 위한 '전쟁 추경(추가경정예산안)'을 25조원 규모로 편성하기로 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주식시장 호조 등으로 예상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 초과 세수 대부분을 쏟아붓게 된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서 열린 고위당정협의에서 이 같은 추경 편성 계획이 정해졌다. 이번 추경안은 국채 발행 없이 초과세수로 편성되며 이르면 내달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당초 15조∼20조원 수준으로 논의되던 추경은 소득 지원 등도 검토되면서 규모가 더 불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정은 외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가 국채는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추경안이 정부안대로 통과 시 올해 총 지출은 약 753조원으로 기존 올해 정부 예산(728조)보다 3.4% 늘어나게 된다. 

    추경 집행 방향은 '직접·선별 지원'으로 고유가 대응, 산업 피해 최소화, 공급망 안정, 취약계층 지원에 초점을 맞춰 편성하기로 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경을 둘러싼 논쟁이 일었지만, 이 대통령은 최근 중동 사태를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고, 이번 추경을 '전쟁 추경'이라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전날 열린 고위당정협의에서도 현 상황을 '경제 전시 상황'으로 규정하며 속도전에 방점을 찍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추경의 골든타임을 결코 놓치지 않겠다"고 했고 김민석 국무총리는 "민생 방어와 경기 안정을 위한 신속한 방파제 추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정부와 청와대는 경제 전시 상황이란 인식 아래 긴급하게 추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4월 10일 추경안을 처리하겠다는 목표다. 정부가 이달 말까지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내달 2~3일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 6~7일 예결위 전체 종합정책질의를 거쳐 10일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속도전에 나섰다. 

    또 이번 추경은 취약계층과 지방에 더 두텁게 내주는 차등지원이 추진된다. 추경 규모가 '슈퍼 추경'에 가까운 25조원 수준에 이르면서 민생지원금도 담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 대통령도 "대다수 취약 부문은 더 나빠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득 지원 정책을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다"며 "추경을 한다면 아주 지방에 더 대대적으로, 획기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이번 추경은 지난해 민생회복지원금 중심의 경기부양책과는 목적부터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 사태가 장기화하며 에너지, 부품, 소재 등 공급망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현상이 심화된 현 시점에서 대규모 재정 지출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물류 대란이 이어지며 수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비용 부담을 덜어줄 자금 지원 필요성도 제기된다. 실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지난 3∼11일 접수한 151건의 기업 애로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물류비 급등 관련 지원 요청이 47건(31%)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물류비 분야에서는 운송비 급등에 더해 운송 지연에 따른 창고료, 해상보험료까지 줄줄이 오르면서 중동 수출 기업들이 '삼중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한 경제학과 교수는 "전쟁이 얼마나 장기화할지 가늠하기 어려운데다 이미 올해 예산이 역대 최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추경 속도전부터 나서는 것은 섣부르다"며 "추경이 이뤄지더라도 단순 경기부양용이 아닌 고유가와 물류·공급망 불안으로 타격을 입은 업종 등에 집중하는 '핀셋 추경'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