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조 만기 물량 쏠림 … 경공매 증가·매물 출회 압박다주택자 주담대 연장 차단, 17일부터 규제 본격 시행집값 하락 시 담보가치 직격탄 … 은행권 건전성 부담 확대세입자 보호로 충격 지연 … ‘시간차 리스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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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주택자 대출 차단이 금융시장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조7000억원 규모 만기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경공매 급증과 집값 하락이 불가피하고, 이는 곧 은행 담보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1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6년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는 다주택자의 수도권 아파트 주담대 만기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오는 17일부터 적용되며, 개인·임대사업자 등 2주택 이상 보유 차주는 만기 시 상환이나 매각으로 대출을 정리해야 한다.

    만기일시상환 방식 주담대 규모는 약 4조 1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올해 만기도래 물량만 약 2조 7000억원(1만 2000건)에 달한다. 특히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약 1만 2000가구 중 80% 이상이 올해 만기를 맞는 것으로 파악돼 단기간 시장 충격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상환 여력이 부족한 차주들은 보유 주택을 시장에 내놓거나, 매각이 지연될 경우 경·공매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도 이번 조치로 수도권에서 약 1만 가구 안팎의 매물이 추가로 출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물량이 거래가 위축된 시장에 한꺼번에 풀릴 경우 가격 하락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80% 안팎에서 형성돼 있다. 그러나 경공매 물량이 증가할 경우 낙찰가율이 추가 하락해 일반 매매시장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경공매 가격이 시세의 '하단'을 형성하는 만큼, 낙찰가 하락이 곧 시세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값이 하락하면 은행권 부담도 커진다. 담보가치가 떨어지면 대출 대비 담보 비율(LTV)이 상승하고, 은행은 추가 충당금 적립이나 여신 관리 강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규모가 19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 조정은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

    다만 세입자 보호를 위한 보완 장치도 마련됐다. 임차인이 거주 중인 주택은 전월세 계약 종료 시점까지 만기연장이 허용된다. 또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의 경우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 종료 시점까지 유예해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계약 종료 이후에는 동일한 상환 압박이 재차 발생한다는 점에서 '시간을 번 것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주요 시중은행들은 담보 평가 기준을 보수적으로 조정하고, 신규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만기 도래 대출을 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확대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고위험 차주에 대해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대출 규제의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사업자대출 관리도 강화한다. 2021년 이후 실행된 사업자대출을 전면 점검해 주택 구입 등 용도 외 사용이 적발될 경우 즉각 대출 회수와 함께 수사기관 통보까지 병행할 방침이다. 특히 위반 시 전 금융권에서 최대 10년간 신규 대출이 금지되는 강력한 제재가 도입된다.

    온투업 등 규제 사각지대에도 대출 한도와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적용되면서 사실상 모든 우회 통로가 차단되는 구조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부동산으로 유입된 자금 흐름을 전방위로 끊겠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부동산 규제를 넘어 금융시장 구조를 흔들 수 있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부채 억제라는 정책 목표와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시험받는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경공매 물량이 늘면 가격이 흔들리고 결국 은행 담보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리스크가 금융권으로 전이되는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