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후보자 82억 재산 중 45억 해외자산, 환율 상승 시 평가액 동반 확대공직자윤리법 ‘신고 중심’ … 외화자산 직접 규율 규정 없어Fed·ECB는 금융자산 거래 제한, 주요국은 사후 통제 구조“법적 문제 없어도 신뢰는 별개” … 중앙은행 이해충돌 논쟁 확산
  • ▲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 ⓒ뉴데일리
    ▲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 ⓒ뉴데일리
    환율이 1500원선을 넘나드는 가운데 중앙은행 수장의 자산 구조가 새로운 시장 변수로 떠올랐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재산의 55%가 외화자산으로 확인되면서다. 해외는 금융자산 거래를 제한하지만, 한국은 관련 규정이 없어 제도 공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7일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신 후보자의 총 재산은 약 82억 4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45억 7000만원, 약 55%가 해외 금융자산과 해외 부동산이다. 금융자산만 놓고 보면 해외 비중은 90%를 웃돈다. 달러·파운드·유로화 예금과 영국 국채 등 외화자산 중심 구조로, 환율 상승 시 원화 기준 자산 가치가 함께 증가하는 형태다.

    최근 환율이 1490원대에서 1530원대로 오르는 과정에서 외화자산 평가액이 단기간에 수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시장 안정을 책임지는 중앙은행 수장이 환율 상승 국면에서 자산상 이익을 보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논란의 핵심은 개인 자산이 아니라 제도다. 국내에는 외화자산을 직접 규율하는 장치가 없다. 공직자윤리법은 재산 신고를 의무화하고 주식에 대해서는 백지신탁을 요구할 수 있지만, 외화 예금·해외 채권 등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외환 정책을 총괄하는 중앙은행 수장이라도 외화자산을 그대로 보유할 수 있는 구조다.

    반면 해외는 임명 이후 강한 통제 장치를 가동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021년 내부 인사들의 투자 논란 이후 윤리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고위직은 개별 주식 거래가 전면 금지되며, 채권·펀드·ETF 등 금융상품 투자도 엄격한 제한을 받는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는 사전 승인 대상이고 단기 매매는 금지된다. 보유 자산 역시 일정 기간(통상 1년) 이상 유지해야 하며, 정책과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자산은 매각하거나 블라인드 트러스트(백지신탁)에 준하는 방식으로 운용이 제한된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유사한 체계를 갖고 있다. 고위직은 금융자산 거래 시 사전 신고가 의무화돼 있으며, 단기 매매를 금지하는 내부 윤리 규정을 운영한다. 정책과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자산에 대해서는 보유 제한이나 매각 권고가 가능하다. 일정 금액 이상의 거래는 사전 승인 대상으로 정책 결정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투자 행위는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영국 영란은행(BOE) 역시 고위직 자산 거래를 엄격히 통제하고,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투자 행위를 제한하는 내부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특정 자산을 일일이 금지하기보다 금융투자 행위 전반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해외가 임명 이후 자산과 정책을 분리하는 구조와 달리, 한국은 신고 이후 사실상 자율에 맡겨지는 체계다. 임명 전에도 별도 제한이 없고, 임명 이후에도 외화자산에 대한 매각 의무나 거래 제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은행 고위직의 이해충돌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사후 관리하는 장치가 모두 부족한 구조적 공백 상태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신 후보자가 "환율 수준 자체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밝힌 이후 정책 의도를 둘러싼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환율이 1500원대를 넘나드는 국면에서 정책 발언과 자산 구조가 맞물리며 논쟁이 확산된 것이다. 외화자산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정책 메시지를 넘어 이해관계와 연결해 해석하는 시각까지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해석을 가능하게 만드는 제도다. 외화자산에 대한 별도 규율이 없는 구조가 정책 판단과 자산 이해관계를 연결 짓는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논란은 환율이 주요 정책 변수로 부상한 상황에서 외화자산을 포함한 금융자산 전반에 대해 중앙은행 고위직의 이해충돌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 거시경제 전문가는 "해외는 자산 보유 자체보다 정책과 연결될 수 있는 투자 행위를 제한하는 데 초점을 둔다"며 "한국은 신고 중심 체계에 머물러 있어 시장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