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만에 A-→D 추락, 투자자 피해 현실화LTV 위반·환헤지 정산금·단기채 만기 '삼중고'"다른 상장리츠 전이 제한적" … 해외자산 비중 1.2%"구조적 제약 현실화" … 리츠 평가방법론 손질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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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지난달 27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고 만기도래 전자단기사채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국내 상장리츠 최초 부도 사례가 현실화했다. 

    불과 열흘 남짓 만에 신용등급이 'A-'에서 'D'로 추락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신평사들의 늑장 대응을 둘러싼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신평사들은 해외자산 집중, 현금유보(Cash Trap), 환헤지 정산금 부담 등 복합 요인이 겹친 동사의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다른 상장리츠로의 전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4일 신용평가업계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4월 27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고 같은 날 만기가 도래한 전자단기사채를 상환하지 못했다. 

    이에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다음날인 28일 신용등급을 각각 D로 낮췄다. 등급 하락 속도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가팔랐다. 

    한국신용평가 기준으로 등급은 3월 2일까지만 해도 A-/안정적이었다. 벨기에 자산 가치 하락과 환헤지 정산금 부담이 부각되면서 3월 3일 A-/부정적으로 전망이 낮아졌고 4월 16일 현금유보 이벤트 공시 직후 4월 20일 BBB+/하향검토로 두 단계 강등됐다. 

    이후 4월 27일 하루에만 BB+/하향검토와 C/하향검토로 등급이 두 차례 더 내려갔고 다음날 최종 D가 확정됐다. 

    한국기업평가 기준으로도 4월 16일까지 A-를 유지하다 열흘 만에 D에 도달했다.

    ◆ "자산 멀쩡했는데 유동성에 발목"…복합 악재 겹쳐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 타워 콤플렉스와 미국 뉴욕 7번가 498 오피스 빌딩을 주요 자산으로 보유한 해외 오피스 특화 리츠다. 

    2025년 말 기준 자산 총계 2조7000억원, 부채비율 131.4%로 외형상 자산가치가 차입부채를 상회하고 있었으며 반기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약 545억원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4월 16일 벨기에 자산에 대한 감정평가 결과 LTV가 담보대출 약정 기준치(52.5%)를 크게 웃도는 61.02%로 산정되면서 현금유보 이벤트가 발생했다. 

    선순위 대주가 임대수익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하고 배당 등 자금 유출을 차단하는 조치가 취해지자 5월 중 예정이었던 약 1000억원 규모의 환헤지 정산금 자금보충의무와 단기간 내 집중된 국내 채권 만기가 맞물리면서 차환리스크가 급격히 심화됐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이의제기 소송을 추진했지만 관련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전자단기사채 상환에 실패했다.

    전세완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이번 사태를 보유자산 가치가 전면적으로 훼손된 채무상환 재원 소멸 사례가 아닌 단기 가용 유동성 확보에 실패한 유동성 위기 사례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 신평사 책임론…"초기 경고 늦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신평사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해외자산 LTV 위험과 환헤지 정산금 부담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알려진 사안이었음에도, 신평사들이 현금유보 이벤트가 공시된 4월 16일 이후에야 본격적인 등급 강등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등급이 투자적격 최하단인 BBB+로 낮아진 것은 현금유보 이벤트 공시 나흘 뒤인 20일로, 이미 차환 시장은 사실상 닫힌 상황이었다.

    한국기업평가는 리츠의 차입부채 상환 · 차환 가능성이 LTV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적 특성에 주목하면서 이번 사례에서 나타난 자산가치 변동 리스크와 유동성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리츠 신용평가 방법론 개정을 검토할 계획이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향후 상장리츠 신용평가 시 차입구조, 시장성 차입부채 비중, 대체 유동성 확보 여부 등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재무탄력성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 다른 상장리츠 전이 가능성은..."리츠 간 양극화 심화될 것"

    신평사들은 이번 사태가 다른 상장리츠 신용도에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모두 자사 커버리지 상장리츠 대다수가 국내 주요 오피스 빌딩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고 시장성 조달 금액이 전체 차입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커버리지 7개 상장리츠의 해외자산 비중이 총자산 대비 1.2%에 불과해 제이알글로벌리츠와 같은 해외 대출약정 위반 가능성(Covenant)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확산될 경우, 국내 상장리츠의 자본시장 접근성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유동성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전 연구원은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이번 사태는 개별 업체의 유동성 대응력 저하뿐만 아니라 내부유보 축적 여력 제한과 유상증자 체계의 구조적 한계 등 국내 상장리츠 시장 전반의 구조적 제약요인이 현실화된 사례로도 볼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상장리츠의 재무안정성 관리 강화 등 제도적 여건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해외 자산 감정평가 하락, 현금유보 이벤트, 환헤지 정산금 부담, 차입 만기 단기 집중 등 여러 악조건이 겹쳐 발생한 개별 종목 단의 이슈로 타 리츠에서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자산 보유 리츠와 해외 자산 보유 리츠, 대기업 스폰서 리츠와 금융사 · 운용사 계열 리츠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심 권역 오피스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고 펀더멘털 훼손이 없는 국내 자산 보유 대형 리츠를 중심으로 낙폭 과대 구간에서 차별적 접근이 유효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