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조정 성과 없이 종료 … 21일 5만명 총파업 수순손배 제한·노조 권한 강화 후폭풍 … "강경 투쟁 신호탄"노봉법 추진 당사자가 법 수혜자 저격하는 아이러니최대 40조원 손실 전망 … 긴급조정권 거론 등 진화 총력
  • ▲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 이미지 ⓒ챗GPT
    ▲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 이미지 ⓒ챗GPT
    정부가 재계와 산업계의 거듭된 우려에도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강하게 추진했지만 시행 초기부터 삼성전자 노사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역풍을 맞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의 쟁의권 보장을 확대하겠다던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 파업과 경영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다.

    14일 노동계와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2일부터 전날까지 약 17시간에 걸친 마라톤 사후조정을 진행했지만 성과급 지급 체계와 임금 인상안 등을 둘러싼 입장 차를 끝내 좁히지 못하고 결렬했다. 노조 측은 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예정대로 오는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예고된 파업은 창사 이후 최대 규모로 참가 인원이 최대 5만명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과 국내 수출, 증시 전반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파업 장기화 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최대 40조원 넘게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번에 예고된 파업이 정부가 최근 강하게 추진한 노란봉투법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애초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제한해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당시 업계에선 법 추진 당시부터 손해배상 책임 제한과 사용자 범위 확대가 맞물릴 경우 기업의 대응 수단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다. 이번에 예고된 파업도 노란봉투법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쟁의행위 부담을 줄여 노조의 교섭력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노조는 원래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비교적 노사관계가 온건한 축에 속했다"며 "지금 사회적 분위기는 노조가 훨씬 넓은 운신의 폭을 확보하도록 도운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같으면 회사가 위법 여부를 적극 다투거나 손해 책임을 검토했겠지만, 지금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을 강하게 추진해온 정부 내부에서도 당혹감이 감지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유튜브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정부 사후조정에는 기한이 없고, 자율교섭도 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파업까지 이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대화를 주선하고 물밑이든 물 위로든 분초를 쪼개 양쪽을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틀 전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삼성전자 노조를 향해 자제를 촉구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노동계 편향 논란 속에서도 노조의 과도한 투쟁 양상이 산업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장에선 이미 노란봉투법의 부작용이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BGF 사태에서 봤듯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조의 불법을 넘나드는 행위에도 사측의 대응 여력은 제한적"이라며 "법 추진 당사자가 법 수혜자를 저격하는 아이러니 속에서 파업 추세가 삼성전자를 넘어 다른 대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이에 관가와 재계 안팎에선 초기업노조의 파업을 막을 최후의 수단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하는 '긴급조정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곧장 노조의 쟁의행위가 중단되며 30일간 파업이 금지된다. 

    다만 마지막으로 발동된 사례가 2005년 아시아나항공 및 대한항공 파업으로 약 21년 전인 만큼 사용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정부에서 노조의 행동을 막기 위해 긴급조정 명령을 내릴 경우의 수가 많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파업을 예고한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 절차가 전날 마무리됐다. 법원은 오는 21일로 예정된 총파업 이전에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가처분 심문에서 삼성전자 측은 이번 파업 절차상 하자와 조합원 찬반투표 과정의 위법성을 집중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노조 측은 적법한 절차를 모두 준수했다며 맞섰다. 법조계에선 법원이 파업 전날까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간적 압박 속에서 절차적 위법 여부를 얼마나 엄격하게 판단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파업 국면이 단숨에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노조가 즉각 항고에 나설 경우 법적 공방이 길어질 수 있고, 강제 집행을 통해 파업 자체를 물리적으로 막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각될 경우엔 사측이 활용할 수 있는 법적 대응 수단이 사실상 소진되는 만큼 파업 확산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