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주담대 7%·가계빚 1993조, 금융시장 흔드는 '복합 압박'은행 막히자 저축은행·상호금융으로 … 비은행 풍선효과 현실화美 국채금리 4.6% 충격에 원화 약세 심화 … '1500원 뉴노멀' 시대PF·자영업·취약차주 균열 경고 … "민스키 모멘트 전조 봐야 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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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위기보다 버티던 구조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환율은 1500원을 넘었고 가계빚은 2000조원 턱밑까지 불어났다. 주담대 금리 7%와 비은행권 풍선효과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 안팎에서는 한국 경제가 '민스키 모멘트' 초입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 1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4조원 증가했다. 200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가계신용은 2024년 2분기 이후 8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사실상 가구당 빚 1억원 시대가 눈앞에 온 셈이다.우려를 키우는 것은 빚의 이동 경로다.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1분기 말 1009조 6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000억원 줄었다. 2023년 1분기 이후 3년 만의 감소다. 은행권 대출 조이기가 시작되자 대출 수요는 상호금융·저축은행·신협 등 비은행권으로 빠르게 이동했다.실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석 달 새 8조 2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비은행 주택관련대출은 10조 6000억원 급증했다. 은행 창구를 막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2금융권으로 수요가 몰린 '풍선효과'가 현실화한 셈이다.환율 불안도 금융시장 전반을 흔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500원선을 넘나들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동 사태 장기화, 국제유가 상승, 외국인 국내 증시 순매도, 글로벌 장기금리 급등이 동시에 겹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1500원 환율이 일시적 비상 구간이 아니라 새로운 기준선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미국 국채금리 급등은 또 다른 뇌관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60%를 넘어서며 약 15개월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30년물 금리 역시 5%를 웃돌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장기금리가 뛰면 신흥국 자금 이탈 압력이 커지고 원화 약세와 국내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국내 채권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 4.239%까지 치솟으며 2023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의 신규 국고채 평균 조달금리 역시 올해 4월 누적 기준 3.44%까지 상승했다. 정부가 추경안에서 제시한 연간 평균 조달금리 전망치 3.40%를 이미 웃돈 상태다.가계의 체감 부담은 더 직접적이다. 5대 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연 7.03%까지 올라섰다. 지난 3월 말 이후 한 달 반 만에 다시 7%선을 넘어선 것이다. 3억원을 30년 만기 원리금균등 방식으로 빌릴 경우 월 상환액은 금리 5% 기준 약 161만원에서 7% 기준 약 200만원 수준으로 뛴다. 가계빚이 사상 최대인데 이자 부담까지 다시 커지는 구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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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이런 흐름을 두고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 가능성을 거론한다.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는 금융시장이 안정될수록 경제 주체들이 더 많은 빚을 내고, 그 부채가 임계점을 넘으면 작은 충격에도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봤다. 위기는 대개 빚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터지지 않는다. 금리 상승, 자산가격 하락, 환율 급등처럼 현금흐름을 흔드는 충격이 동시에 올 때 잠복해 있던 부실이 한꺼번에 드러난다는 얘기다.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대표적 사례다. 미국 주택시장은 오랜 기간 저금리와 신용 팽창 위에서 성장했지만 금리 상승과 주택가격 하락이 겹치자 서브프라임 대출 부실이 금융회사 손실로 번졌고, 결국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이어졌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역시 외화부채와 고정환율, 과잉투자가 맞물린 상황에서 달러 유동성 충격이 들어오자 기업과 금융권 부실이 동시에 폭발한 경우다.현재 한국 경제가 곧바로 그런 위기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과 금융시스템 안전판은 과거보다 두꺼워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빚은 1993조원까지 불어났고, 은행권 규제로 눌린 대출 수요는 비은행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여기에 환율 1500원, 주담대 금리 7%, 국고채 10년물 4%대가 동시에 겹치면서 취약차주와 부동산 PF, 자영업 대출부터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국제통화기금(IMF)도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시장 조정이 맞물릴 경우 한국의 가계부채가 금융 안정성을 제약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국제결제은행(BIS)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는 비은행권과 부동산 금융 부문의 취약성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금리는 모든 자산의 중력과 같은 존재"라며 "고물가·고부채 국면에서는 금리 상승 충격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전문가들은 시장이 불안해하는 것은 단순히 환율 1500원이나 가계빚 1993조원이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라고 진단한다. 빚으로 버티던 구조가 강달러와 고금리, 비은행 풍선효과를 동시에 맞고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민스키 모멘트는 대개 위기 신호가 명확히 보일 때가 아니라, 모두가 아직 버틸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시작된다는 점에서다.경제학계 한 교수는 "고금리와 강달러 충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PF·자영업·비은행권 부실이 연결되기 시작하면 시장 불안이 예상보다 빠르게 커질 수 있다"며 "(사실상 민스키 모멘트를) 경계해야 하는 국면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