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은행 중 16곳 '금리 역전', 고신용자가 더 비싼 마통 금리정책서민금융·상생금융·배드뱅크 … 은행권 출연 부담 눈덩이중소기업 연체율 0.65%, 대기업의 8배까지 벌어진 부실 격차美 SEC엔 "포용금융 리스크" 명시 … 건전성 경고음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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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돌게 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을 향한 메시지는 분명해졌다. 은행의 공공성과 포용금융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책서민금융 출연금 확대, 국민성장펀드 조성, 장기연체채권 정리 논의 등이 동시에 추진되며 금융권의 정책 부담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문제는 속도와 방식이다. 금융은 본질적으로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는 산업인데, 최근 정책 기조는 은행 수익과 신용 체계를 '공공재'처럼 활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출연금 확대와 채무조정 강화, 규제 강화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금융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뉴데일리는 [착한 금융의 역설] 시리즈를 통해 포용금융 확대 이면에서 벌어지는 변화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증권시장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은행 창구 안쪽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이 사실상 정책금융 집행기관으로 변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정부의 포용금융 확대 기조 속에 은행권이 정책자금 공급, 채무조정, 상생금융, 금리 인하 압박까지 동시에 떠안으면서 수익성과 건전성 사이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다.20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국내 시중·지방·인터넷은행 17곳 가운데 SC제일은행을 제외한 16개 은행의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상품에서 고신용자가 저신용자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사례가 확인됐다. 은행권에서 이례적인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우리은행의 경우 신용점수 900~851점 차주의 평균 금리는 연 5.48%였지만, 700~651점 구간은 연 5.02%였다. 카카오뱅크 역시 800~751점 구간 금리가 연 8.20%로, 650~601점 구간(7.60%)보다 높았다. 통상 신용이 낮을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금융 원칙이 사실상 뒤집힌 셈이다.금융권에서는 이를 포용금융 정책의 부작용으로 해석한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와 정책성 상품 공급 압박이 커지면서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금리 조정 여력이 있는 고신용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문제는 이런 흐름이 이미 건전성 악화와 맞물리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4월 말 기준 중소기업 연체율은 평균 0.65%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0.0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면 대기업 연체율은 0.08%에 그쳤다. 중소기업 부실률이 대기업의 8배 수준까지 벌어진 셈이다.부실채권 지표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전체 원화대출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지난달 말 기준 평균 0.42%로 상승했다. 특히 기업대출 부문 NPL 비율은 코로나19 충격이 한창이던 2020년 말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라왔다. 고금리와 내수 침체 장기화로 자영업자·중소기업 중심의 부실이 빠르게 누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반면 반도체 수출 호황의 수혜를 입은 대기업에는 돈이 몰리고 있다. 5대 은행의 MMDA(수시입출금식 기업예금)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 157조 8659억원으로 사상 처음 150조원을 돌파했다. 중소기업은 연체율이 치솟는데 대기업은 여유자금을 쌓아두는 'K자형 금융 양극화'가 은행권에서도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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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부담은 정책금융 영역에서도 커지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최근 새도약기금 확대, 장기연체채권 정리, 상생금융 프로그램 강화 등을 연이어 추진 중이다. 은행권 출연금과 정책성 부담도 빠르게 늘어나는 분위기다.특히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은행을 사실상 '공공재'로 규정하는 발언을 이어가면서 금융권 내부 긴장감은 더 커지고 있다. KB·신한·우리금융지주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차보고서에서 포용금융 확대가 연체율 상승과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국내 금융지주가 해외 공시 문건에서 정책금융 리스크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시장금리 상승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5대 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최근 다시 연 7%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64.5%까지 상승했다. 금리 상승 충격이 취약차주에게 직접 전이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여기에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093조원으로 추산된다. 원·달러 환율 1500원선과 미국 국채금리 급등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에서는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빚으로 버티던 구조가 고금리·고환율 충격을 동시에 맞고 있다는 우려다.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정책금융 확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은행권에 부담이 과도하게 집중되면 결국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지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포용금융을 강화할수록 오히려 취약차주가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는 아이러니가 생길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