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본부담 확대·수익성 악화 … 생산적 금융 압박에 대출 여력 위축생산적 금융 압박 속 대출심사 보수화 … 애매한 중신용자들 '입구컷'“서류부터 더 깐깐해졌다” … 중기·자영업자 자금조달 문턱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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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중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이 대출 상담을 받고있는 모습 ⓒ뉴데일리
"돈은 돌게 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을 향한 메시지는 분명해졌다. 은행의 공공성과 포용금융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책서민금융 출연금 확대, 국민성장펀드 조성, 장기연체채권 정리 논의 등이 동시에 추진되며 금융권의 정책 부담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문제는 속도와 방식이다. 금융은 본질적으로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는 산업인데, 최근 정책 기조는 은행 수익과 신용 체계를 '공공재'처럼 활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출연금 확대와 채무조정 강화, 규제 강화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금융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뉴데일리는 [착한 금융의 역설] 시리즈를 통해 포용금융 확대 이면에서 벌어지는 변화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이전보다 대출 심사가 어려워진 건 맞습니다. 서류 검토 단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어요”서울 시내 한 1금융권 은행 대출 창구에서 만난 상담 직원의 말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심사가 대체로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사업자금이 필요해 찾아간 은행 대출 창구에서 이른바 ‘입구컷’을 당할 확률이 이전보다 높아진 셈이다.생산적 금융에 자금 여력이 쏠린 사이 취약차주에 대한 대출 창구가 좁아지고 있다. 은행들이 수익성 하락과 자본부담 확대로 대출 공급 자체를 보수적으로 줄이는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전략을 쓰게된 것이다. 정부의 포용금융 기조 압박에 대출 창구 문턱을 높여 리스크를 상쇄하면서 애매한 중신용자들이 2금융권이나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는 ‘포용금융의 역설’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2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로 부동산에 돈이 흘러가는 것을 막고 첨단 미래 산업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에 자금을 공급하라는 요구다. 연간 30조원을 첨단 산업 생태계로 공급하는 국민성장펀드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머니무브를 보여준다.은행의 대출 여력은 바닥을 드러내는 양상이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RWA) 하한을 기존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하면서 동일한 대출을 취급하더라도 더 많은 자본을 쌓아둬야하는 자본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국은 부동산이 아닌 생산적 금융으로의 체질 개선을 목표로 추가상향도 검토한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향후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금융기관이 위험·비용·수익을 반영해 덧붙이는 가산금리에서 교육세나 보증기관 출연금 같은 법적 비용을 제외하는 규제도 논의 중이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법적비용을 가산금리에서 제외 시 4대 시중은행의 연간 이익 감소 규모가 2조원에 육박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권은 가중치 상향으로 쌓아야 하는 자본금은 늘어나고, 수익성은 떨어지는 ‘이중고’를 겪게된 셈이다.대출 곳간이 바닥나면서 불똥은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등 취약차주에게 튀고 있다. 정책서민금융 금리를 인하하는 등 포용금융 기조로 신용등급이 낮은 차주가 더 좋은 금리 혜택을 받는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하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 정책 대출 대상이 아닌 애매한 중신용자들은 창구에서 거절당하는 모습이다.현장에서 대출 창구 직원들은 특히 자영업자 대출의 문턱이 높아졌다고 귀띔했다. 은행원은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연체율이 오른 데다, 사업자금을 받아 주택 구입에 보태는 행태를 잡아내라는 당국의 지침이 완강하다 보니 심사 서류부터 깐깐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실제 현장 분위기는 한층 더 삼엄하다. 금융당국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자 등으로 돌려쓰는 '용도 외 유용' 행위에 대해 적발 시 대출금 즉시 회수와 함께 최장 10년간 전 금융권 대출을 금지하는 제재를 시행하면서다. 은행원은 “예전에는 대출 실행 후 형식적인 확인에 그쳤다면 이제는 세금계산서나 물품 구입 영수증 등 실제 사업 목적으로 자금이 집행됐는지 증빙 서류를 확인해야 해 심사 소요 기간 자체도 두 배 이상 길어졌다”고 토로했다.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심사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은행원은 “중소기업 대출 참고 항목이 2개 늘어났고 산업 지속가능성도 본다”고 언급했다. 매출과 담보 등 재무제표만 좋다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닐뿐더러, 사양 산업에 속한 기업은 향후 전망이 어둡다는 이유로 대출 한도를 깎는다는 취지다.은행원이 귀띔한 '추가 심사 항목 2개'의 정체는 ESG 경영 지표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체계 구축 여부로 풀이된다. 당장 매출과 담보 능력이 우수하더라도 ESG 지표가 떨어지거나 안전 관리가 미흡하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게다가 내수 부진 직격탄을 맞은 전통 제조업이나 건설·유통 분야 중소기업들은 '산업 지속가능성' 평가에서 사양 업종으로 분류돼 만기 연장 시 일부 상환을 요구받는 것으로 알려졌다.손재성 숭실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정부가 대출 총액규제를 설정하면서 은행에 돈이 없고 대출을 못 하게 만들어 대출 가능한 사람이 신용등급이 높은 차주로 제한된다”며 “대출 심사 조건이 까다로워지면 중신용자들과 취약 차주는 2금융권과 캐피탈로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