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4 투자 본격화에 나란히 공급 확대실적 회복 기대감 속 특허 소송·재무 부담은 변수
  • ▲ 한미반도체 HBM4용 TC 본더4ⓒ한미반도체
    ▲ 한미반도체 HBM4용 TC 본더4ⓒ한미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확대에 힘입어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이 반등의 기회를 잡고 있다. 올해 초 SK하이닉스의 투자 지연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었지만 최근 HBM4(6세대 HBM)용 TC본더 발주가 재개되면서 양 사 모두 수주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HBM4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후공정 장비 발주를 본격화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8일 SK하이닉스와 442억원 규모 HBM4용 'TC본더 4.5 그리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매출의 7.7% 수준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화세미텍 역시 비슷한 시기 SK하이닉스로부터 HBM4용 TC본더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을 동시에 활용하는 이원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발주 역시 단순한 개별 수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HBM 세대 전환 과정에서 베라 루빈 양산 일정 지연 등으로 SK하이닉스가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양 사 모두 실적 공백을 겪었기 때문이다.

    한미반도체는 올해 1분기 매출 509억원, 영업이익 8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5.5%, 87.9% 감소했다. 3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한화세미텍 역시 TC본더 발주 지연 영향으로 1분기 22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가 이어졌다.

    하지만 HBM4 양산이 본격화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엔비디아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에 HBM4가 탑재될 예정인 만큼 메모리 업계의 생산 능력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SK그룹과의 회동에서 "HBM을 더 달라(More HBM)"고 언급하며 차세대 HBM 협력 확대 의지를 드러낸 이후 SK하이닉스의 설비 투자도 다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의 TC본더 발주 규모가 수백억원에서 최대 20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모두 하반기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양 사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우선 재무 부담이 적지 않다. 한미반도체는 수주 공백 여파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고, 한화세미텍 역시 지속적인 투자와 적자 영향으로 외부 차입 의존도가 높아진 상태다. HBM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지만 투자 경쟁이 격화될 경우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허 분쟁 역시 변수다. 양사는 지난해 말부터 TC본더 핵심 기술을 둘러싸고 맞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미반도체는 한화세미텍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고, 한화세미텍은 특허 무효 심판과 역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송 결과에 따라 공급망 구조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허 침해가 인정될 경우 손해 배상 뿐 아니라 일부 장비의 판매 중단이나 폐기 요구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 수요 확대와 함께 SK하이닉스의 후공정 투자도 다시 늘어나고 있어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모두 당분간 수혜가 예상된다"면서도 "특허 소송 결과와 차세대 본딩 기술 경쟁 구도가 향후 시장 판도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