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예산 수준도 아직 회복 못 해기후위기·식량안보 시대 농업 R&D 역주행 우려
  • ▲ 전주 농촌진흥청 본청. ⓒ농진청
    ▲ 전주 농촌진흥청 본청. ⓒ농진청
    정부가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을 두 자릿수 이상 늘렸지만 정작 식량안보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인 농업 연구개발(R&D)은 증가폭이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반도체와 함께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농업 기술 투자를 지금보다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6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올해 농촌진흥청의 R&D 예산은 623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부 전체 R&D 예산 증가율(19.3%)의 절반 수준이다. 예산이 늘긴 했지만 2023년 수준(7612억원)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농업계에서는 정부가 첨단산업 중심으로 R&D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농업 분야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기후변화와 이상기후, 공급망 재편으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 기술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세계 각국은 스마트농업과 종자, 바이오, 농업용 AI 등 미래 농업기술 확보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 농업 선진국들은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농업 R&D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AI와 로봇, 자율주행 농기계, 디지털 육종, 스마트팜 등 미래 농업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관련 투자 규모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농촌 고령화와 농업 인력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술혁신 없이는 생산성 유지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피지컬 AI 기반 농업기술과 스마트농업 고도화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 제약으로 신규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승돈 농촌진흥청장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피지컬 AI 관련 예산에 대해 "관계부처를 설득했지만 반영되지 못했다"며 추가 확보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국회도 농업을 담당하는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농업 R&D 예산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 등 첨단산업에 수백조원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식량안보와 직결된 농업 기술 개발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것은 국가 전략의 불균형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단순히 예산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연구 성과를 농가와 산업 현장으로 연결하는 체계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5년간 농진청이 확보한 특허 가운데 절반 이상이 기술이전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연구성과 사업화와 민간 이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 분야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AI와 반도체가 미래 산업이라면 식량안보 역시 국가 생존과 직결되는 전략산업"이라며 "농업 R&D는 단순한 농정 예산이 아니라 미래 성장산업 투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