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노조,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 탈퇴 안건 96.5% 찬성 가결임단협 장기화 속 단독 노조로 전환 … "교섭 현안에 집중하는 의미"내달 1~2일 추가 교섭 예정 … 임금·인사제도 등 이견은 여전
  • ▲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삼성바이오로직스
    ▲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를 떠나 독자 노선을 선택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장기화된 가운데 기업별 노조 체제로 전환하면서 향후 노사 교섭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직 형태 변경 및 규약 개정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조직 형태 변경 안건이 가결됐다. 이번 투표는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 탈퇴 등을 추진하기 위해 이뤄졌다.

    투표에는 의결권을 가진 조합원 4005명 가운데 2479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96.5%가 조직 형태 변경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건 가결 요건은 조합원 과반 투표와 투표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 출범 당시부터 함께했던 조직이다. 하지만 임단협 협상이 장기화되고 쟁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초기업 노조 체제로는 조합원 요구를 신속하게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투표에 앞서 조합원들에게 "조합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독자적인 기업별 노조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내부에서는 초기업 노조 활동의 실익이 과거보다 줄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이번 투표와 관련해 "초기업 노조 안에서 함께했던 의미와 역할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현재는 조합원 규모, 교섭 지위, 쟁의 상황, 현안의 성격 면에서 초기와 다른 단계"라고 설명한 바 있다.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공동 투쟁의 구심력이 약화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 내 중심 축으로 꼽히던 삼성전자 노조가 사측과 합의에 이르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독자적으로 협상 전략을 짜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진행해왔지만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임금 인상과 인사제도 개선 등을 요구해왔고 사측은 회사의 지속 가능성과 형평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노조는 지난 4월 28~30일 약 60명이 참여한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이어 지난달 1~5일에는 약 2800명이 참여하는 총 파업을 단행했다. 이후에도 연장·휴일근무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생산 공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노사 간 쟁점은 임금 인상 폭과 성과 보상, 인사제도 개선 등이다. 노조는 협상 초기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지급, 평균 14% 임금 인상,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 등을 요구했다. 반면 회사 측은 6.2% 인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조는 최근 기존 요구안보다 조건을 낮춘 수정안을 회사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는 지난 16일부터 교섭을 재개한 상태다. 다음 달 1~2일에도 추가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독자 노선 전환이 협상 방식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초기업 노조 내 다른 계열사 노조와 보조를 맞추기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현안에 집중해 교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측 입장에서도 기업별 노조와 직접 협상하는 구도가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위원장은 초기업 노조 탈퇴에 대해 "독자노선으로 현 교섭 현안에 집중하는 의미"라며 "실질적인 도움이나 교섭력에 크게 도움이 안됐기에 독자노선을 구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사측에서도 초기업 노조라는 이유로 여러가지 제안을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껴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단일 노조가 된 만큼 전보다 더 효율적이고 실리적인 방향으로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변수는 남아 있다.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소송의 2심 판단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에 노사는 법원 판결에 따라 대응 방향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