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지 회사 겨냥한 외부펀드 출자도 탈법행위로 규정친족이 계열사 임원으로 복귀하면 동일인관련자 제외 취소
  • ▲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과 특수목적법인(SPC)을 이용해 투자 및 채무보증 규제를 우회하는 행위를 차단한다. 친족독립경영을 인정받은 총수 친족이 계열회사 임원으로 복귀한 경우 동일인관련자로 다시 편입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한다.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23일부터 오는 9월 1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주회사와 기업집단 시책 관련 탈법행위에 대한 규율을 강화하고 친족독립경영 제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익편취 규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우선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가 외부 투자조합에 유한책임조합원(LP)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지 규제를 우회하는 행위가 시행령상 탈법행위로 규정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금융산업과 일반산업 간 상호 소유·지배를 막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주식 보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대신 CVC가 자신이 속한 기업집단의 계열회사나 기업집단 동일인 및 친족이 출자한 회사,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 등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한다. 총자산의 20% 이상을 해외기업에 투자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그러나 현행법상 금지되는 투자는 주식·사채·지분 인수 등 직접투자나 CVC가 설립한 투자조합의 업무집행을 통한 투자로 한정돼 있다. 이에 따라 CVC가 외부 투자조합의 LP로 참여하고 해당 조합이 동일인이나 친족이 출자한 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규제할 수 없었다.

    투자조합은 조합의 업무를 집행하고 채무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업무집행조합원(GP)과 출자가액을 한도로 책임지는 LP로 구성된다. CVC가 직접 투자하거나 GP 역할을 맡은 투자조합을 통해 투자금지 대상 회사에 자금을 대는 행위는 금지되지만, 외부펀드에 LP로 출자한 뒤 해당 펀드가 투자금지 대상 회사에 투자하는 방식은 허용돼 왔다.

    공정위는 이 같은 구조가 CVC를 통한 지배력 확장이나 규제 회피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CVC가 직접 또는 투자조합의 업무집행을 통해 투자금지 대상 회사에 대한 투자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펀드에 출자하는 행위를 탈법행위로 규정하기로 했다.

    SPC를 매개로 계열회사에 사실상 채무보증을 제공하는 행위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은행과 보험회사, 투자매매·중개업자 등 금융기관의 여신과 관련해 국내 계열회사에 채무보증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SPC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대기업집단 계열회사에 빌려주고, 다른 계열회사가 SPC의 금융기관 채무를 인수하기로 약정하는 경우에는 채무보증과 사실상 같은 효과가 발생해도 현행 규정으로 제재하기 어려웠다.

    개정안은 SPC를 매개로 이뤄지는 이 같은 거래를 채무보증 금지행위의 탈법행위로 명시한다. SPC를 이용해 계열회사 채무보증 금지 규제를 우회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친족독립경영 제도도 손질한다. 친족독립경영은 동일인의 친족이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회사를 동일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에서 제외하고, 해당 친족도 동일인관련자에서 제외하는 제도다.

    현행 시행령에 따르면 친족독립경영을 인정받아 기업집단에서 분리된 회사가 이후 동일인 측 기업집단에 다시 편입되거나, 분리된 친족이 동일인 측 계열회사 임원으로 재직하더라도 친족독립경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유가 2021년 12월 30일 이전에 발생했다면 해당 친족을 동일인관련자로 재편입하기 어렵다.

    분리된 친족 등을 동일인관련자로 재편입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2021년 12월 30일 시행돼 그 이전에 발생한 사안에는 소급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총수와 해당 친족이 합해 계열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하더라도 해당 친족의 지분이 사익편취 규제 대상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제외될 수 있다. 예컨대 동일인이 계열회사 지분 19%, 분리된 친족이 1%를 보유하고 있다면 친족 분리 전에는 총수일가 지분이 20%에 달해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지만 분리 후에는 규제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개정안은 친족독립경영 인정으로 동일인관련자에서 제외된 친족이 동일인 측 계열회사의 임원으로 재직하는 경우 공정위가 동일인관련자 제외 결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임원 재선임이나 임기 연장 때도 이 규정을 적용해 소급 적용 금지에 따른 규제 회피 가능성을 차단한다.

    이와 함께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별도의 신고포상금 규정이 마련되면서 사실상 사문화된 대규모소매점업 불공정거래행위 신고포상금 규정은 삭제한다.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시행령상 '대차대조표'라는 용어를 '재무상태표'로 변경하는 등 조문도 정비한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 이해관계자와 관계 부처의 의견을 수렴한 뒤 법제처 심사 등 후속 절차를 거쳐 개정안을 확정·시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