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켜히 쌓인 규제에 뒤틀린 부동산 시장 … 서민 피해 속출대출규제·보유세·토허제·재초환·실거주의무 등 개혁 시급내집마련 물거품, 매물 말라 전세난민 … 공공주택도 줄줄이 지연임대차 시장 불안 … 재건축 '대못'에 도심 사업장 곳곳에 슬럼화
  • ▲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정부의 정책 방향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정부의 정책 방향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편집자주] 좌파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규제'로 점철돼왔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모두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명목 아래 규제 일변 강경책을 쏟아냈다. 규제지역을 늘리고 실수요자 대출을 옥죄는 한편 시장에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세금 폭탄까지 떨궜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전국 아파트값은 64% 뛰었고, 27차례 대책을 내놨던 문재인 정부 땐 집값이 무려 78%나 폭등했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며 차별화를 선언한 이재명 정부도 어느새 좌파 정부 전철을 밟고 있다. 꽉 막힌 공급은 해소 기미를 보이지 않고 서울과 집값과 전세값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에 이어 보유세 인상이라는 '극약 처방'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오는 23일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연다. 세제 개편안을 포함한 종합 부동산대책 발표 전 시장 내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규제 일변 정책 방향을 바로잡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나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협하는 비정상 규제가 어떻게 부동산 시장을 뒤틀리게 만들었는지 살펴봤다.
  • ▲ 서울시내 전경ⓒ뉴데일리DB
    ▲ 서울시내 전경ⓒ뉴데일리DB
    ①조이고 틀어 막은 대출 … 내집마련의 꿈 '쨍그랑'

    이달 말 아파트 잔금 납부를 앞둔 직장인 A씨는 최근 대출 상담차 은행에 방문했다가 패닉에 빠졌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주택담보대출을 4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안내받았는데, 실제 대출 실행을 앞두고 확인한 결과 한도가 3억원으로 1억원 줄었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당장 2주일 내에 현금 1억원을 자력으로 마련해야 한다. 부모님이나 주변 지인에게 손을 벌릴 수 없어 매일 매일 은행 앱을 통해 신용대출을 알아보고 있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건 '어렵다' 대답뿐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집을 산 사람이 17억7000만원의 '근저당'을 통해 환호하며 집을 산 소식을 들으면 분통이 터진다. 

    ②전세 난민 양산시킨 실거주의무 … 서울살이 포기 속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전세 아파트에 거주했던 직장인 B씨는 최근 빌라로 이사를 결정했다. 2년 만에 1억원 가까이 오른 전세 보증금을 감당할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예 집을 매수하고 싶어도 대출 한도가 낮아 불가능했고 비슷한 가격대 전셋집을 찾는 것도 하세월이었다. 강력한 실거주의무 규제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던 집주인들이 서둘러 매매로 돌리면서 전셋집이 씨가 마른 탓이 컸다. B씨는 "주담대는 물론 전세대출까지 한도가 줄었는데 전세매물도 없고, 있어도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이 됐다"며 "내 집 마련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고 당장 2년 뒤엔 서울 밖으로 쫒겨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③공공주택도 줄줄이 지연 … 신혼부부의 눈물

    성남 복정2지구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에 당첨됐던 B씨는 최근 다른 당첨자들과 함께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본청약 지연으로 분양가가 더 뛸 수 있다며 당국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이 당첨된 경기 성남시 수정구 성남복정2지구 A-1블록 신혼희망타운은 2021년 사전청약을 받았다. 입주 예정시기는 2030년 2월로 당초 계획보다 4년 2개월이나 밀렸다. B씨는 "사전청약 당시 돌이였던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야 겨우 입주가 가능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대통령은 23일 오전 10시 '대국민 부동산 토론회'를 직접 주재한다. 정부·전문가·국민 대표 140명이 참석하는 이번 토론회에선 주택 공급과 금융, 세제 전반에 대한 정부 정책 기조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보유세 인상 등 세제 개편안을 포함한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는 시점인 만큼 국민적 관심도 상당하다. 정부가 개설한 정책 제안 홈페이지인 '부동산 토론회.kr'엔 22일 오전 11시 기준 4520건에 이르는 제안이 접수됐다.

    관건은 접수된 의견 중 상당수인 '규제 완화' 이슈가 얼마나 비중 있게 다뤄질 지 여부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 등 금융 규제를 포함해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 등이 토론회 때 다뤄질 주요 안건으로 거론된다. 추후 세제 개편안에 담길 보유세 인상, 3기 신도시 등 공공주택 착공 지연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주택 거래를 막는 규제안과 세제 정책, 공급 지연 만능론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부적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 제한 △종부세 등 주택 보유세 인상 △토허제 및 실거주 의무 규제 △재초환 △정비사업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공공주택 지연 등 6가지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우선 주담대 제한은 2030세대의 내 집 마련 꿈을 꺾고 부동산 시장 양극화를 초래하는 원흉으로 꼽힌다. 지난해 '6·27 대출 규제'와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라 서울 등 규제지역에선 주담대 한도가 △15억원 이하 주택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 2억원으로 제한된다. 여기에 담보인정비율(LTV) 40%가 적용되며, 생애최초 배수자 경우 LTV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생애 최초 매수자가 서울에서 10억원 아파트를 살 경우 대출을 6억원까지만 받을 수 있어 4억원의 현금이 추가로 필요했다.

    하지만 설상가상 KB국민은행이 대출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이고 뒤이어 시중은행들도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청년층과 신혼부부, 사회초년생들의 내 집 마련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졌다.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KB국민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최대 7억원 규모 자기자본이 필요하다. 사실상 자본이 부족한 실수요자 입장에선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또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에 이어 정부가 예고한 보유세 강화는 시장 내 매물 잠김과 세입자 조세전가를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정부는 증세에 초점을 맞춰 실거주 여부와 보유 형태에 따라 세 부담을 차등화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현재 60% 수준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 안팎가지 높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거론된다. 다주택자와 초고가 1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도 검토 대상이다.

    이에 더해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개편 경우 단순 보유에 따른 혜택은 줄이고 실제 거주 기간에 따른 혜택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안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과도한 세제 강화는 시장 내 매물 잠김을 초래해 매매와 전·월세값을 밀어올릴 수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세입자에 대한 조세전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제 이창무 한양대 교수팀 연구 결과 종부세가 처음 도입된 노무현 정부 시기 월세가 약 20%, 종부세를 대폭 강화한 문재인 정부 시기엔 30%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임대차 시장의 또다른 불안요인으로는 토허제가 꼽힌다. 서울 전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3중 규제'로 묶은 10·15 대책은 당초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를 방지하겠다는 목적이었지만 실상은 시장 내 전세 매물이 급감하는 결과를 낳았다. 토허구역에선 취득일로부터 2년간 실거주 의무가 생겨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즉 정부의 세제 강화와 토허제 확대가 맞물리면서 임대차 매물 감소와 전·월세값 폭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부동산 플랫폼 아실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22일 기준 6만704건으로 1년 전 7만4365건 대비 18.4% 줄었다. 같은 기간 전세매물도 2만4154건에서 2만772건으로 14.1% 감소했다.

    목동신시가지 주요 단지를 비롯해 여의도 한양아파트와 반포미도1차 등 서울 핵심 정비사업장도 제한 대상이다. 아직 정비구역 지정이나 추진위원회 단계에 머물고 있는 사업장들이 조합설립인가 단계에 들어가면 적용 대상은 더 늘어날 수 있다.
  • ▲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대국민 부동산 토론회를 주재한다ⓒ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대국민 부동산 토론회를 주재한다ⓒ뉴시스
    ④이번 생엔 틀렸다 … 재초환에 도심 공급 하세월

    서울 서초구 한 노후 아파트에 거주 중인 D씨(73)는 재건축 사업이 매번 추진위 단계에 맴돌고 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준공 30년차를 넘겨 단지 곳곳이 낡고 노후화됐지만 재초환과 분담금 이슈로 주민 반대가 커 재건축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D씨는 "오래 살아야 10년인데 그 전에 재건축이 되겠나"라며 "아직 실현되지도 않은 이익에 사실상 세금을 때리는 건 불합리한 처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⑤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에 매물 안팔려 … 퇴로까지 막혔다

    서울 영등포구 내 한 재건축 추진단지에 사는 E씨는 '몸테크'를 포기하고 이사를 계획 중이지만 내놓은 매물이 팔리지 않아 진퇴양난에 빠졌다. 거주 중인 단지가 최근 조합설립인가를 마쳐 조합원 매물 매수시 현금청산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4년 전 은퇴한 E씨로선 추후 수천만원대로 불어날 분담금을 감당할 재간이 없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탓에 아예 퇴로까지 막힌 E씨는 하루하루가 걱정의 연속이다.

    ⑥세금 폭탄에 집주인들 '화들짝' … 부담은 세입자로 

    서울 강남에 거주하고 있는 임대업자 F씨는 얼마 전 작년보다 200만원 가까이 오른 재산세 고지서를 받아들었다. 당장 연말에도 같은 수준의 재산세가 부과될 생각에 F씨는 아찔하기만 하다. 이미 10년 전 은퇴한 그에게 수백만원대 세금은 너무나도 큰 부담이다. 잘 아는 세무사, 공인중개사와 상담해본 결과 유일한 대안은 보유중인 전·월세값을 올리는 것 뿐이었다. 세입자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F씨 입장에서도 딱히 방도가 없는 실정이다.  

    도심 공급 핵심 방안으로 꼽히는 재건축도 겹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원을 넘을때 최대 50%를 환수하는 제도다. 사업 수익성이 높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고가단지는 조합원당 최대 수억원 규모 부담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주 공급 토론회 당시 재초환 등 '대못'을 제거해 재건축을 활성화하고 도심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정부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에 신중론을 밝힌 데 대한 반박이다. 김 정책실장은 지난 19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재개발·재건축이 만능키는 아니다"며 "재개발·재건축이 단기간에 공급을 확보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도 재건축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0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주택이나 토지를 취득한 사람의 조합원 지위 승계가 제한된다. 해당 시점 이후 부동산을 매수하면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경기 성남시 분당 아파트 근저당 거래 배경에도 해당 규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 경우 이미 적잖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에 묶여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정비사업 추진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서울에서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된 정비사업장은 재건축 79곳, 재개발 49곳 등 총 128곳에 이른다.

    3기신도시 지연, 지방자치단체·지역주민 반대에 부딪힌 도심 공공주택 공급도 주요 논의 대상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업무보고를 통해 3기신도시 착공을 최대 2년 앞당기겠다고 밝혔지만 업계 반응은 냉랭하다. 중동 전쟁에 따른 자재값 폭등으로 공공주택 공사 수익성이 바닥을 치면서 민간 건설사들이 사업 참여에 소극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어서다.

    이미 주요 사업장 공정이 줄줄이 밀리고 있어 준공 및 입주 지연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국토부의 공공주택 건설사업 사업계획 변경승인 고시문을 보면 공공임대 965가구 규모 남양주왕숙 S-18블록은 지장물 철거 등 사유로 사업 종료 시점이 2027년 12월에서 2029년 7월로 19개월 지연됐다.

    공공분양 300가구가 공급되는 시흥거모 S-1블록도 지장물 철거 및 연약지바 처리 등을 이유로 공기 마감 시한이 2027년 12월에서 2029년 5월로 17개월 밀렸다.

    정부의 불통 공급도 지적 사항이다. 총 2만가구 규모 서리풀지구는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있다. 1지구에선 신원동 새정이마을 주민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집단 고충 민원을 신청, 마을 존치 가능성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환경영향평가 등 일부 절차에 하자가 있다며 행정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2지구 송동마을과 식유촌 주민들도 우면동성당 성직자들과 연대해 마을 및 성당 존치를 요구하고 있다.

    '1·29 부동산 대책' 핵심 사업지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경우 공급 물량에 대한 국토부와 서울시 간 의견차가 팽팽하다. 6800가구를 공급하는 태릉CC에서도 서울시가 문화유산 보존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급·세제·금융 측면에서 특히 규제 완화에 초점을 둔 의견들이 다수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100여분이라는 시간 동안 시장 내 다양한 의견들이 제대로 개진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부처별 토론회는 정부 입장이나 대안 제시 없이 말 그대로 업계 민원이나 시장 요구를 '경청'만 하는 자리였던 만큼 무의미했다"며 "이번 토론회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요식 행위가 아니라 실제 거래와 공급 저해요소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