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노조 23일 국토부·29일 광화문 대규모 시위 나서"공공기관과 성격 달라 … 협동조합 정체성 흔들지 마라" 성토농협법상 본사 서울 명시 … 국토부 입 닫은 사이 '지라시' 무성정부 내부도 협의 차질 우려 … 농민단체 "강행하면 거센 반발"
  • ▲ 농협중앙회 전경.ⓒ농협중앙회
    ▲ 농협중앙회 전경.ⓒ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와 주요 계열사의 지방 이전 시나리오를 담은 미확인 정보가 확산되면서 농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이전 대상과 이전 지역은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관련 소문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이전설만으로 지역 유치전마저 과열되자 농협 노조는 투쟁을 선언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3일 농업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NH농협지부, 민주노총 산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 NH농협중앙회지부는 이날과 오는 29일 각각 국토교통부와 서울 광화문에서 지방 이전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정부가 지방균형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하면서 농협중앙회와 주요 계열사들도 이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 9일 NH농협중앙회지부가 국토부 관계자를 만나 이전 계획과 발표 시기 등과 관련한 면담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전설에 한층 무게가 실렸다. 다만 당시 국토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올해 하반기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 발표를 공식해 8~9월 중 이전 계획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내년부터 선도기관을 중심으로 순차적인 이전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농협 안팎에서는 농협 지방 이전설이 현실화되면 업무 효율성 저하와 막대한 이전 비용 발생으로 결국 그 부담이 농민 조합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본사와 계열사가 각 지역으로 분산 이전될 경우 유기적인 협업과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가 약화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지방 이전에 반대하는 핵심 근거는 '법적 지위'다. 농협은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아니라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된 농업인 협동조합이어서다. 현행 농업협동조합법 제114조에서도 농협중앙회의 주된 사무소를 서울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전은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그럼에도 농협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설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강원·경북·경남·부산·전북·전남광주 등이 유치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국회에서도 농협중앙회 이진을 골자로 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관련 논의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개정안은 농협중앙회 주사무소를 서울에 두도록 규정한 제114조를 손질해 다른 광역도에 이전할 수 있도록 하거나 소재지를 중앙회 정관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된 골자다. 

    다만 국토부가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지자체 간 유치 경쟁만 과열되고 확인되지 않은 이른바 '지라시'가 확산하며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선 지난해 법제처가 농협중앙회가 정부광고법에 따른 공공법인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점을 들어 이전 명분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제기한다. 하지만 이는 농협의 공익적 성격과 국위탁 업무 수행 등을 고려해 광고 집행 과정에서 공공성을 적용한 것일 뿐,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상 공공기관과는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적지 않다. 농협중앙회와 주요 계열사가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정부 부처와 국회, 타 기관과의 대면 협의가 지금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재해 발생이나 농산물 수급 차질 등 주요 현안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협력·대응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농민단체도 반발하고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주사무소 이전과 같은 중대 사안은 농업인의 권익, 협동조합의 자율성, 사업의 연속성과 운영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농협중앙회는 전국 17개 시·도에 지역본부를 두고 농업 현장과 긴밀히 연계하고 있으므로, 본사 이전은 업무 효율성과 지역 간 접근성, 조직 운영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부 이전 마저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 없이 강행한다면 농업 현장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며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상에 농협중앙회를 포함하면 발표에 앞서 농협중앙회 지방 이전이 농업 분야와 농민에게 미치는 사회적·경제적 영향을 자세히 분석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