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쟁력 잃고 고용과 사회양극화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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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 논란에 전례없는 정치·경제 권력 간 충돌로 비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에 항소 의지를 표명하며 문제제기 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정몽구 회장을 압박하면서 자칫 기업과의 갈등만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

    재계는 정치 야권이 이번 비정규직 해법을 둘러싸고 노동계를 의식해 포퓰리즘 전략을 쏟아 낼 경우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잃고 고용과 사회 양극화를 키울 수 있다는 데 정치권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현대차는 23일 사내하도급 노동자 불법 파견 판결에 대해 항소 입장을 정하고 "공장 내 간접생산과 2·3차 도급업체까지 모두 포괄해 불법파견으로 본 판결"이라며 "이렇게 되면 현대차 안에서는 사내하도급 자체를 활용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뿐만 아니라 건설이나 중공업의 하도급 비중도 고려했을 때, 이번 판결은 우리 산업계 전체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며 "추가 법적 절차를 통해 이 부분을 따져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현대차가 법원의 판결을 수용하지 않고 항소를 하거나 또 다시 직접고용을 미룬다면 새정치연합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올해 국감에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비롯한 일가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증인 소환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재계도 이날 반대 성명을 내는 등 "업계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겠다"고 천명한 만큼 정치권의 공세를 정면 돌파할 태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이번 현대차 비정규직 관련 판결이 노동계의 투쟁 수단이 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경총은 입장 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은 최종적으로 끝난 게 아니며 상급심의 판단을 통해 더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게 우리 사법제도의 대원칙”이라며 “노동계가 이를 투쟁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이어 사내하도급의 정규직 전환 판결이 국내 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경총은 "사내하도급의 활용은 시장수요의 불확실성·불안정성을 보완하는 보편적 생활방식이자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 경쟁 속 생존전략의 하나"라며 "이번 판결로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잃고 고용과 사회 양극화를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그 근거로 사내하도급 활용 비중이 50%를 넘는 독일 BMW 라이프치히 공장과 노사협의를 통해 사내하도급 회사를 설립한 폭스바겐 등을 꼽았다.

    경총은 "법원이 도급계약에 따른 정당한 업무협조나 지시마저 파견계약상 노무지휘로 본 것은 산업 현장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며 "법원이 앞으로 노동 시장과 기업 현실을 두루 살펴 신중한 판단을 해주기를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재계는 다만 정치권과의 갈등이 확산될 경우 기업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보고 문제 확대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