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래산업부 박모금 기자
    ▲ 미래산업부 박모금 기자
[취재수첩] 전국민을 호갱님으로 만들고 유통시장 마저 꽁꽁 얼어붙게 만들어 버린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두고 국회가 들썩이고 있다.

'쥐꼬리 보조금'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키웠다며 여야의원들이 정부 부처 및 기업들을 집중추궁하며 날선 공방전을 벌인다.

지난 13일 국감장서는 단통법 시행전 무산된 '분리공시'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분리공시제는 휴대폰 전체 보조금을 구성하는 이동통신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따로 공시하자는 제도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입김으로 분리공시가 무산됐다는 어처구니 없는 막말가지 흘러나왔다. 여기에 국내 판매가격이 해외 판매가격보다 비싸다는 오해까지 더해지면서 '단통법'에 대한 책임논란이 제조사로 번지는 분위기다.

제조사들과 산업부, 기재부, 법제처 등이 분리공시를 반대한 이유는 당연히 보호를 받아야 할 '영업비밀'에 있다. 국내시장서 분리공시를 통해 보조금 액수를 공개해버리면 해외 시장 역시 공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전체 판매량의 5% 수준. 결국 글로벌 시장서 경쟁사 애플 등과 영업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는 제조사들도 '보조금'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보조금 공개를 시작으로 해외 이통사들의 공개 압박을 받을 경우 사실상 우리 기업들은 총알 없이 전쟁에 뛰어드는 꼴이 된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스마트폰을 100개 구매하는 이동통신사와 10개를 구매하는 통신사간에 보조금 등의 차이를 두는 건 어쩔수없는 시장논리다., 소매상 판매가격에
 도매 차이가 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분리공시가 철회된 분명한 이유는 '제조사의 장려금을 영업비밀로 보호 해야한다'는 단통법의 입법 취지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하위 고시에 포함될 경우 '상위법과 배치'된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규제개혁위원회 본심의에서 '수정 권고' 결정을 내렸고, 이를 방통위가 받아들인 것이다. 일개 업체가 막는다고 막아 질 수가 없는 구조다.

산업부와 기재부 등 정부부처 역시 국가경쟁력 저하 등을 고려해 분리공시 철회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 알권리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영업환경을 보장해 주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삼성이 '국내서 비싸게 스마트폰을 팔려는 게 아니냐'는 일부 오해 역시 국내와 해외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재확인 됐다.

스마트폰 가격은 국가별·이동통신사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시장 환경과 하드웨어 스펙 차이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국내용 제품과 해외용 제품의 가격은 유사한 수준이었다.

실제 최신폰인 갤럭시 노트4의 경우 부가가치세(VAT) 포함 출고가가 국내에서는 95만7000원이다. 미국 AT&T에서는 95만4000원, 중국에서는 92만3000원이다. 갤럭시S5도 VAT 포함 가격이 미국은 74만원으로 한국의 86만6800원보다 다소 낮지만 중국과 영국, 프랑스의 동일 제품 가격은 88만8000∼92만6000원으로 더 비쌌다. 특히 국내 제품의 경우 DMB 기능과 LTE-A 등 더 높은 스펙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비싼 가격은 아니다. 

출고가격은 비슷한데, 해외와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가격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바로 통신사의 보조금이었다. 국내 이통시장은 단통법 시행 이전 27만원이라는 보조금 상한선을 뒀다. 지난 1일부터 시행한 단통법은 최대 30만원으로 상한선을 올렸지만 최신폰에 대한 보조금은 터무니없이 줄어들어 소비자들의 분노를 키웠다.

보조금 한도 없이 자유롭게 주는 해외와 달리 한국 이통시장은 단통법으로 이통사간 자율경쟁을 사실상 막으면서 역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보조금 상한선을 정부가 정해놓고 있는 곳도 OECD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

단통법이 당초 목적과 달리 시장에서 역효과가 나자, 정부가 쥐고 있는 요금인가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요금제에 대한 인가 대신 신고제로 운영, 이통시장의 자율경쟁으로 통신요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미 지쳤다. 분리공시, 단통법, 인가제 폐지 등엔 관심 조차 없다. 의식주와 함께 실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통신비 부담'이 조금이나마 줄어들기를 바랄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반값 통신비' 공약은 분명 정부도, 통신업계도, 제조사도 아닌, 철저히 국민을 위한 것이었음을 잊은 국정감사의 풍경이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