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폴 태양주유소 "한달 휘발유만 60만ℓ 이상 판매, 정유4사 저울질 가능정유사 "출혈경쟁, 저가공급 따른 타 회원주유소 차별 등 형평성 부담"
  • ▲ ⓒ주유소 출혈경쟁이 이뤄지는 광진구내 한 주유소 가격표. 하루가 다르게 지역내 최저가 주유소 순위가 바뀐다.
    ▲ ⓒ주유소 출혈경쟁이 이뤄지는 광진구내 한 주유소 가격표. 하루가 다르게 지역내 최저가 주유소 순위가 바뀐다.

서울 광진구 소재 주유소들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유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 지역은 영동대교, 잠실대교, 천호대교를 기고 있는 곳으로 교통량이 많고 그만큼 주유소들이 집중돼 있다. 또 판매량이 많다보니 대량구매를 통해 정유사의 공급가격이 낮아져 싼값에 판매가 가능하다.

22일 정유업계 및 오피넷에 따르면 이 지역 반경 3㎞내 18개 주유소가 서울시내에서 휘발유가격이 가장 싼 판매소 1∼10위를 싹쓸했다.

이번 가격인하 전쟁은 정유사 폴이 없는 자가상표주유소인 태양주유소가 시작했다.

한달에 휘발유만 100드럼(1드럼 200ℓ)짜리 탱크로리 30대 이상을 판매하는 만큼, 정유4사를 저울질해 가장 싼 가격을 제시한 곳의 물건을 받는다. 그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입제품도 받아 공급한다.

소비자들에게 단 1원이라도 싸게 공급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한다. 정유사 폴(간판)을 달지 않은 만큼 자유롭다.

정유사 영업사원 입장에서는 한달에 탱크로리 기준 30대 이상을 소화하는 주유소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최소 다른 주유소보다 ℓ당 10원 이상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이유다.

태양주유소는 지난 17일 보통 휘발유 판매가격을 1ℓ당 1699원에 공급을 시작했다. 지난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약 3년 만에 1700원대로 떨어진 데 이어 또 한번 가격 인하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이다.

이에 이어 인근 정유4사 브랜드 주유소와 알뜰주유소 또한 서둘러 가격을 내리며 경쟁대열에 합류했다.

광진구 용마주유소(알뜰)와 대원주유소(에쓰-오일)가 ℓ당 1695원으로 서울 최저가를 차지했고, 처음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들었던 태양주유소는 3위로 밀려났다. 이어 아차산주유소(자가상표), 평안주유소(알뜰), 는동주유소(현대오일뱅크) 등도 1702원으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광진구는 군자역을 중심으로 반경 3㎞내 SK에너지 6개소, GS칼텍스 3개소, 현대오일뱅크 3개소, 에쓰오일과 알뜰·무폴주유소 각 2개소 등 총 18개 주유소가 몰려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교통량이 많기 때문에 거래물량이 다른 곳에 비해 많다"며 "따라서 휘발유 가격도 낮아지게 된다"고 밝혔다.

  • ▲ ⓒ주유소 출혈경쟁이 이뤄지는 광진구내 한 주유소 가격표. 하루가 다르게 지역내 최저가 주유소 순위가 바뀐다.

  •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골치아픈 지역이라는 것이다. 자사 폴을 달고 있는 주유소 보다 자가상표주유소에 ℓ당 10원 이상이나 싼 가격에 공급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눈치 보인다. 단순히 많은량을 사가기 때문에 사게 준다는 설명은 변명이다. 사실상 정유4사의 자존심 걸린 한판 승부가 진행되면서 본사차원의 지원까지 이뤄진다는 후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사 마진이 워낙 적다보니 ℓ당 10원 수준의 백마진은 일개 영업사원이 줄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면서 "워낙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보니 지역본부를 넘어 사실상 본사차원의 지원까지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품을 운반하는 탱크로리 1대가 2만ℓ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 20만원, 한달 30대(3000드럼)면 600만원 이상의 혜택을 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광진구의 경우 충주지역 등과 같이 예전부터 골치 아픈 지역이었다"면서 "과거 천호대교 북단에 위치한 무폴 삼호주유소에서 시작된 출혈경쟁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격 파괴 주유소와 대응하려면 공급가격을 낮춰달라는 폴 주유소들의 요청을 들어줄 수 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본사차원의 지원을 끌어낼 수 있다"면서 "정유사 입장에서는 교통량이 많아 수요가 많은 지역인 만큼 포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보니 울며겨자먹기식 출혈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무폴 주유소에서 시작된 가격 파괴가 정유사의 지원을 이끌어 내 전체적으로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