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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DB

     

    한국전력과 도로공사, 코레일, 가스공사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기업들이 슈퍼 갑질 행세를 하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160억원의 과징금과 과태료를 부과받게 됐다.

     

    예상대로 공기업들은 통행세를 비롯해 자회사와 계열사 부당지원, 공사대금 회수·감액, 하청업체 직원 일시키기, 부당거래조건 설정, 공시의무위반 등 일반 대기업을 뺨치는 수준의 '갑의 횡포'를 부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요란했던 예고편과는 달리 공정위의 제재는 단 한건의 검찰고발도 없이 단순 과징금 부과에 그쳐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 ▲ ⓒ제공=공정위
    ▲ ⓒ제공=공정위


    ◇ 슈퍼갑질 vs 미니제재

     

    지난 2월 대통령이 공기업들의 횡포근절을 주문한 후 공정위는 8개월 가량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왔다. 26개 공기업 집단을 비롯해 이들과 거래를 하고 있는 수백개 업체들을 상대로 서면조사를 시작으로 6년만에 직권 현장조사를 벌였으며 국정감사 기간에도 상당한 혐의를 확인했다며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독점력을 남용한 공기업에 대해서는 법인과 경영진은 물론 적극 가담자에 대해서는 검찰고발도 불사하겠다며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동안 공정위 고위 관계자들은 "전·현직을 막론하고 부당행위가 있었다면 예외 없이 제재하겠다", "법인은 물론 경영진이나 임원들의 경우도 고발지침에 따라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제재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개인 고발을 보다 강화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해 왔다.

     

    그렇지만 역시 예고편 보다 화려한 본편은 없었다. 18일 공정위가 밝힌 제재내용은 154억4500만원의 과징금과 공시위반에 따른 5억3000만원의 과태료 부과가 전부였다. 내역은 한전 과징금 106억원-과태료 4억5500만원, 도로공사 19억원, 코레일 과징금 17억-과태료 7500만원, 가스공사 12억원 등이다.

     

    으레 공정위 조사후 뒤따르던 검찰 고발은 단 한건도 없었다. 법 위반 개연성이 높은 공기업을 우선 대상으로 했다는 게 이정도다. 조만간 발표 예정인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의 조사결과가 벌써부터 김빠지는 이유다.

     

  • ▲ 한전 나주 신사옥ⓒ한전 홈페이지 캡처
    ▲ 한전 나주 신사옥ⓒ한전 홈페이지 캡처

     

    ◇ 한전의 갑질

    한전은 6개 발전자회사를 총동원해 한전산업개발과 한전KDN, 전우실업 등 계열사와 퇴직자 재직회사를 집중 지원했다.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5개 화력발전사는 2008~2012년 기간 동안 '화력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 및 정비용역'에 대해 수의계약을 통해 한전산업개발과 거래하면서 경쟁입찰 보다 12~13%p 높은 낙찰률을 적용해 집단으로 지원했다. 100% 한전 출자회사였던 한전산업개발은 현재도 한전이 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전과 한수원까지 포함한 6개 발전자회사는 또 같은 기간 한전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전KDN을 지원하기 위해 IT 관련 단순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 수행이 없었던 KDN을 중간거래단계에 끼워주며 거래금액의 10%에 해당하는 일명 '통행세를 몰아줬다.

     

    한전퇴직자들이 만든 전우실업과도 전력계량설비 정기시험용역 수의계약을 맺은 뒤 경쟁입찰 보다7~12%p 높은 낙찰률을 적용해 줬다. 이밖에도 하청업체들의 잘못이 없는데도 80건의 공사대금을 회수하거나 일방적으로 깎아 지급했으며 협력업체 직원을 지역본부 사무실에 상주시켜 아무런 대가도 지급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업무를 대행시키기도 했다.

     

  • ▲ 공기업 발전 워크숍ⓒ
    ▲ 공기업 발전 워크숍ⓒ

     

    ◇ 도공-코레일-가스공사의 횡포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안전순찰업무'를 평균낙찰률보다 8.5%p 높게 책정한 뒤 수의계약으로 퇴직자 설립회사에 몰아줬다. 또 공사를 진행하지 않는 이른바 휴지(休止)기간에 거래상대방에게 공사현장의 유지‧관리의무는 부과하면서도 비용 청구는 일절 하지 못하도록 했다. 휴게소 광고시설물을 도공 사정으로 철거할 때도 그 비용은 해당업체가 모두 부담하도록 횡포를 부렸다.

     

    철도공사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부지 내에서 코레일네트웍스가 주차장 사업을 하도록 하면서 헐값 임대료만 받는 방식으로 코레일네트웍스를 지원했다. 37건의 계약건에 대해 이미 지급한 공사대금 중 일부를 회수하거나 깍았으며 도로공사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사정으로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에도 거래상대방으로 하여금 광고시설물 철거비용 등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부당 거래를 일삼았다.

     

    가스공사는 공사의 귀책사유로 인해 공사기간이 연장되거나 공사가 정지된 경우에도 24건의 간접비·보증수수료 및 3건의 지연보상금을 일절 지급하지 않았다. 6건의 계약은 준공금을 지급할 때 당초 확정된 계약금액보다 적게 지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