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내 색깔 없어도 되니 신한금융 뒤쫓아 '1등 KB' 되찾아야"왕성한 추진력의 이광구… 취임 두 달 만에 사업 아이템 '풍년'다른 듯 같은 현장주의 리더십
  • ▲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 ⓒ NewDaily DB
    ▲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 ⓒ NewDaily DB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과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서로 다른 경영 스타일이 금융권의 주목을 끌고 있다.

    윤종규 회장과 이광구 행장은 각각 지난 2014년 11월과 12월에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올랐다. 비슷한 시기에 금융사 수장이 된 두 사람이지만, 이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그림자 스타일’과 강한 추진력으로 조직을 이끄는 ‘제트 엔진 스타일’로 각자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KB표’ 있을 뿐, ‘윤종규표’ 없다”…소리없이 강한 ‘그림자 스타일’

    그림자.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의 경영 스타일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단어다.

    그는 지난해 11월 취임식 당시 “‘윤종규 브랜드’에 집착하지 않고 ‘KB 브랜드’를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 약속처럼 윤종규 식 경영은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임영록 전 회장의 ‘시우(時雨)금융’, 이건호 전 행장의 ‘스토리가 있는 금융’과 같은 화려한 구호도 없다. 어윤대 전 회장의 ‘락스타(樂star)’처럼 새롭게 등장한 혁신적인 브랜드도 없다. 대신에 그는 항상 ‘리딩뱅크 탈환’을 부르짖는다. 보스의 색깔이 강하게 묻어나는 단어보다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빼앗긴 1등을 되찾자는 절규를 내세운 것이다.

    이 같은 조용한 경영 스타일은 현장 방문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윤종규 회장은 길을 지나다가 KB 간판이 보이면 무조건 차를 세워 들어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금융지주사 회장 겸 은행장이 사전 통보도, 수행 비서도 없이 갑자기 혼자 나타나니 영업점 직원들은 혼비백산하기 마련. 하지만 “사전에 예고한 후, 많은 직원이 근무하는 대형 영업점 위주로만 다니다 보면, 모든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윤종규 회장의 지론이다. 이 역시 전임자들과는 다른 그만의 ‘그림자 스타일’이라고 할 만 하다.

    윤종규 회장의 스타일이 워낙 확고하다보니, 홍보 담당자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그의 활동에 대한 자료를 낼 수도 없고 안낼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 탓이다.

    국민은행 한 홍보담당자는 “초창기에는 윤종규 회장 동정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는데, 개인 윤종규의 활동이 알려지는 걸 꺼려하는 관계로 최근에는 배포를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보담당자의 업무가 홍보인 탓에 자료를 안낼 수도 없고, 윤종규 회장이 워낙 그림자 스타일이라 대놓고 자료를 내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이처럼 조용한 경영 스타일을 고수하는 윤종규 회장이 눈을 부릅뜨고 날을 세우는 순간이 있다. ‘리딩 뱅크 탈환’을 이야기할 때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경쟁사를 대놓고 언급하기도 한다. 신한금융지주 및 신한은행 이야기다. 경영진 워크샵에서 “한때 국민은행의 절반 수준이던 신한은행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우리가 빨리 그 자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한 건 유명한 일화다. KB로서는 자존심 상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의 위치를 직시하고 목표를 명확히 세워야만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윤종규 회장은 상기시킨 것이다.

  • ▲ 이광구 우리은행장 ⓒ 우리은행 제공
    ▲ 이광구 우리은행장 ⓒ 우리은행 제공

    ◇ 취임 두 달 만에 협업·핀테크… 이광구표 ‘제트 엔진’ 리더십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그림자 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그와 정반대되는 모습을 보인다. 최대한 자신을 감추고 국민은행을 전면에 내세우는 윤종규 회장과 달리 이광구 행장은 강력한 추진력의 ‘제트 엔진’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광구 행장은 취임 후 신년 결의다짐 행사에서 영업본부장급 이상 임직원들과 강원도 하조대 앞바다에 입수하는가 하면, 역대 은행장들을 우리은행 농구단 홈 구장인 춘천 호반체육관으로 초청해 임직원과 함께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온 직원이 한자리에 모인 경영전략회의에서는 외국인 일부 계약직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깜짝 인사를 단행하는 등 현장에서 직원들을 직접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우리은행 업무와 관련된 사업 추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초 삼성증권과 포괄적 업무제휴를 체결해 은행과 증권간 협업 모델을 만들고 증권과 연계한 ‘종합금융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이후 KT와 함께 사물인터넷(IoT)과 핀테크 공동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취임한 지 두 달째로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굵직한 사업 아이템들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이광구 행장의 경영 스타일을 두고 업계에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민영화의 무산으로 상실감이 커진 직원들을 다독이고 분위기를 쇄신하는 일, 금융지주에서 은행 체제로 전환한 뒤 은행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 등 쌓인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추진력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광구 행장은 ‘강한 은행’을 강조하며 실적 정상화와 민영화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그의 이 같은 ‘제트 엔진 리더십’이 이런 목표를 실현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 '목표는 정상'… 다른 듯 같은 두 CEO 리더십

    두 최고경영자의 경영 스타일은 이처럼 서로 다르지만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같다. 저성장·저금리 기조로 이자수익이 줄어들고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각자의 은행을 최고의 위치로 올려놓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일선 영업 현장과의 소통을 중시한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KB금융·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경영진 간의 갈등, 민영화 실패라는 아픔을 각각 겪었다. 정상을 향해 다시 뛰기 위해서는 내부 구성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사기를 증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두 경영자들은 다른 듯 같은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