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 상상해 풀자니 오래 걸리고... 펜으로 그리자니 한계 있어 일부 수험생 찍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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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적 사고 영역이 어려웠어요. 푸는 방법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걸려 나중엔 몇 문제를 찍고 나왔습니다"

    삼성그룹의 SSAT(삼성직무적성검사)가 진행된 12일 수험생들은 지난해 하반기 처음 도입된 기존 문제와 유형이 달라진 시각적 영역을 두고 다소 어렵다는 평을 내놨다.

    문제는 주어진 조각을 조건에 맞춰 구성 후, 다시 한 번 추가 조건을 반영해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출제됐다. 펜으로 일일이 그려 푸는데는 한계가 있고, 머리로만 상상해 풀어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평이다.

    이날 SSAT이 실시된 서울 강남구 단대부고에서는 낮 12시께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차례로 나오기 시작했다. 수험생들은 이날 새 유형이 출제된 시각적 영역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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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SSAT는 문항 수 160개, 언어·수리·추리·상식·시각적 사고(조각 맞추기 등) 등의 5가지 평가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시각적 사고는 지난해 하반기 SSAT에 새롭게 추가된 영역으로 문제를 푸는 방법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삼성전기에 지원한 지모(27)씨는 "시각적 사고 영역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SSAT에 처음 적용된 것으로 알고있다. 그러다보니 기출문제들만 보고 올 상반기 문제들을 가늠해보기 어려웠다"며 "문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시간이 부족해 몇 문제는 찍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수험생 고모(29)씨 역시 같은 의견을 내놨다. 고모(29)씨는 "펜으로 그리면서 문제를 푸는데 한계가 있고, 오직 머리로만 상상해 문제를 풀어 상당히 힘들었다"고 했다.

    이날 상식 영역의 역사 문제는 다소 무난했다는 것이 수험생들의 평이다. 최근 인문학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지난해 하반기 SSAT 상식 영역에서 역사 문제가 약 30% 비중을 차지함은 물론, 당초 취업 전문가들도 시험의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로 상식 영역 중 역사를 꼽았다. 그러나 올 상반기 시험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 수험생 서모(28)씨는 "지난해 상식영역 중 역사 문제 비중이 높아 개인적으로 준비를 많이 한 것도 있고, 또 문과계통이라 학창시절 국사 공부를 해왔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올 상반기 시험이 삼성그룹 채용 제도가 개편하기전 마지막 SSAT으로 알고 있다.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올 하반기부터 채용 제도를 개편하기로 밝히면서 이번 SSAT는 공개 채용 변경 전 마지막 시험이다. 삼성은 지난 1995년부터 일정 수준의 영어 점수와 학교 성적만 갖추면 누구나 SSAT를 치를 수 있도록 열린 시스템을 고수해왔다. 응시 조건이  비교적 간단해 매년 응시자가 20만명에 육박하고 실시 비용으로만 연 100억원을 지출하는 등 SSAT를 둘러싼 사회적 비용과 부담이 상당했다.

    하반기 공채부터는 기존 SSAT와 실무자 및 임원 면접에 추가로 직무적합성 평가와 창의성 면접 등 2개의 관문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조금은 복잡해진 새로운 공채 시스템을 통해 직군별로 최적의 능력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가려낸다는 계획이다.

    연구개발·기술·소프트웨어직군은 전공 수업을 얼마나 이수했는지, 심화 전공과목을 얼마나 수강했는지, 전공과목 점수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평가한다. 영업·경영지원직군은 직무 에세이를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는 해당 직무와 관련해 어떤 경험을 해봤는지 적으면 된다. 에세이 주제는 계열사별로 다르다.  

    삼성 관계자는 "SSAT 응시 인원을 줄이기 위해 채용제도를 개편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과거보다 응시인원은 줄게 될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응시인원과 관련 비용 등은 확실히 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올해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제일모직 등에서 상반기 신입사원을 모집하기 위한 SSAT을 실시했다. 올해 국내 5개 도시와 미국, 캐나다 등에서 SSAT을 진행했으며 약 9만 여명이 응시했다. 삼성은 상반기 SSAT 합격자 중 임원면접과 직무역량면접을 거쳐 6월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