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지 위반 문제 풀기 위해 명예훼손 혐의 유지키로법조계 "삼성-LG 합의로 공소권 기각 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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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과 LG가 그동안 지루하게 진행해왔던 '세탁기 공방'을 끝내고 손을 잡았지만, 이를 반겨도 모자랄 판인 검찰이 판에 되레 사그러든 갈등의 불씨를 다시 지피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그동안 다퉈왔던 모든 법적 분쟁을 끝내기로 지난달 31일 전격 합의했다. 소모적인 논쟁보단 어려운 국가 경제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데 힘을 모으자는 게 이유였다.

    삼성전자는 당시 합의의 연장선상에서 지난 14일 재판부에 피고인 신분인 LG전자 조성진 사장과 임원에 대해 고소를 원치 않는다는 뜻을 담은 서류를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삼성전자가 고소를 취소한 것과는 별개로 '명예훼손 혐의'를 계속 유지키로 결정했다. 이번 재판의 관할이 서울에 있다는 주장을 이어가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사장 측 변호인은 지난달 11일 법원에 관할위반신청서를 전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관할권이 없기 때문에 사건을 피고인의 거주지와 근무지에 해당하는 창원지법으로 이송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반면 검찰 측은 명예훼손이 발생한 장소 가운데 서울이 포함되므로 서울중앙지법이 관할로 명백히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관할지 문제가 풀릴 때까지 명예훼손 혐의를 캐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법조계는 물론 경제계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지난달 초부터 관할지를 정하는 문제가 대두됐지만 한 달여 뒤 삼성과 LG가 모든 사안을 덮기로 합의한 데다, 명예훼손의 경우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피해자인 삼성전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면 검찰이 공소를 이어갈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원칙적으로 반의사불벌죄에 대해선 다른 법률에 저촉되거나 공익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이상 공소 취소를 결정한다. 재판장으로 사건을 넘기더라도 사실상 공소 기각 판결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익은 없는데 사건만 길어진다면 검찰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소 기각 판결을 받을 게 분명한 사건을 두고 명예훼손 혐의를 유지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검찰의 속마음을 알 순 없지만, 확실한 이유 없이 공소를 이어가는 건 검찰의 자충수"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9월 3일 독일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당시 삼성전자 크리스탈 블루 드럼세탁기 도어 연결부분(힌지)을 파손시킨 혐의로 조 사장 등 LG전자 임원 3명을 지난 2월 15일 불구속 기소했다.

    또 삼성 세탁기가 자체 하자 때문에 손상됐다는 취지로 LG전자가 발표한 해명성 보도자료에 대해서도 조 사장이 직접 관여했다고 판단, 명예훼손 혐의를 함께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