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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검찰의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던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30일 오전 10시께 검찰에 출두했다.
검찰은 이날 조 사장을 피고소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실시한 압수수색에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혐의를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의 이번 검찰 출석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조 사장이 출국금지 처분 해지와 관련, 검찰과의 합의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아 내년 초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5' 참가 일정에 적신호가 켜지자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조 사장은 검찰과 CES 참가를 위한 일정 조율에 나섰지만, 검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조 사장은 최근 검찰로부터 '출국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에 해외로 나가려면 출금금지부터 풀어야만 했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검찰과의 합의가 필요한데, 검찰은 조 사장의 출석 전엔 어떠한 합의도 없다는 완고한 입장이었다. 결국 이날까지도 조 사장은 출금금지 처분을 해지하지 못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출국금지 조치를 풀고 싶으면 출석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보니 합의 자체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조 사장이 CES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 LG전자는 전체 CES 일정에도 큰 차질이 빚게 된다. 지난달 이뤄진 정기 인사에서 기존 HA(가전)사업본부 외에 AE(에어컨·에너지 솔루션)사업본부까지 맡게 되면서 역할이 한층 넓어졌기 때문이다.
CES 전반을 진두지휘해야 할 조 사장의 공백은 LG전자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조 사장이 미루고 미루다 마지못해 검찰에 출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조 사장은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IFA 2014 가전전시회' 때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일의 실체를 밝히겠다며 전시회에서 돌아온 직후 당시 조 사장과 동행했던 LG전자 세탁기 담당 임원 등을 업무방해와 재물손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검찰은 조 사장을 불러 조사하기 위해 소환을 통보했다.
하지만 LG전자 측은 조 사장이 최근 연말 인사와 사업부 단위 조직 개편, 전사 글로벌 전략회의 참석 등의 일정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다는 이유로 수차례 검찰의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